신이 없는 달 - 환색에도력 미야베 월드 2막
미야베 미유키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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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여사의 특기인 에도 시대를 배경으로 쓴 단편집이다.  이제는 그냥 미미 여사의 스타일로 자리잡은, 에도 시대의 사람들의 일상을 조금 미스터리한 이야기들과 함께 펼쳐보이는 작품집이다.  뭔가 임팩트가 있거나 대단한 사건들이 벌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그녀 특유의 소소하지만 묘하고, 조금 괴이하지만 따뜻한 이야기들을, 당시의 시대상을 풀어놓으며 현대의 우리들에게 전하고 있다.  여전히 그녀의, 일본에 대한 애정을 느낄 수 있는 작품들이다.  우리에게도 우리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이러한 애정어린 시선과 철저한 고증으로 그 시대의 사람들과 사건들을 풀어낼 수 있는 작가가 있었으면 싶었다.  이미 있는지도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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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범람
와카타케 나나미 지음, 서혜영 옮김 / 엘릭시르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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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가의 작품은 처음 읽어본다.  사실 작가의 이름도 처음 들어봤다.  그러나 작품은 뜻밖에도 참 신선하고 재미있었다.  단편을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분량과 상관없이 깔끔하고 기숭전결이 분명한 작품이었다.  간결한 문체도 참 좋았고, 저마다 다른 캐릭터가 나오지만 첫번째 편 '파리남자'와 마지막 편 '도락가의 금고'에 등장한 여자 탐정 캐릭터 하무라 아키라는 매력적이었다.  현실적인 탐정 캐릭터에, 일상적인 사건들, 그 속에 숨어든 지나치게 무겁지 않은 악의, 그렇지만 마냥 가볍기만 한 일상 미스터리가 아니라, 진중하고도 설득력있는 짜임새의 미스터리이다.  그녀의 다른 작품도 앞으론 찾아 읽어보게 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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갱년기 소녀
마리 유키코 지음, 김은모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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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미스’의 대표 주자 중 한명인 마리 유키코의 신작.  "고충증"은 좀 징그럽기까지 한 작품인데 반해, 이번 작품은 여성들 간에 미묘한 심리적 갈등을 다루면서 좀 더 섬세하다.  그러나 갱년기 나이의 여성들이 소녀스러운 사고와 행동을 보인다는 점에서는 역시 좀 징그럽다고 해야 할까.

 

어린 시절 선풍적인 인기를 구가했던 순정만화 '푸른 눈동자의 잔'을 사랑하는 팬들이 모여 팬클럽을 구성한다.  그 중에서도 간사 역할을 하는 6명의 모임, '푸른 6인회'에 속한 이들은, 이제는 나이를 먹어 대부분이 4,50대의 중년들이지만, 모임에 나올 때만은 이 만화를 사랑했던 그때의 소녀 시절로 돌아간 듯한 기분이 든다.  일상과 현실의 문제를 외면하거나 혹은 도피하고자 더욱 더 만화와 소녀 시절에 집착하는 이들은 좋아하는 대상이 같다는 점에서는 동질감을 느끼며 함께 행동하나 그 안에는 미묘한 심리적 갈등이 내재되어 있다.  남편의 폭력에 시달리는 에밀리, 그런 에밀리를 꾀여내 돈을 갈취하는 실비아, 부모에게 의지하며 도박에만 빠져사는 미레유, 겉으로는 중산층이나 현실의 갑갑함에 괴로워하는 지젤, 불안과 공허함에 몸부림치는 마그리트, 그리고 이 모임의 아이돌 같은 존재인 가브리엘.  이들 사이에 서로 시기와 질투의, 동경 등의 감정이 혼재하고 회원들에게 살인과 실종이라는 사건들이 발생하고, 점차 광기어린 감정의 폭발로 인해 폭력어린 결말을 향해 치달아간다. 

 

작품의 구성은 멤버 한 명씩이 화자로 순서대로 서술한다.  이 작품의 트릭이 사실 초반에 파악이 되었고 예상대로 흘러가서 추리의 묘미는 별로 없었지만, 작가가 의도하는 바는 그보다는 등장인물들의 심리에 초점이 맞춰진 것임은 분명하고, 작가 특유의 스타일이 충분히 반영된 작품이었다.  나이만 먹었지 아직 사춘기인양 미숙하고 폭발적인 감정을 다스리지 못한 채 폭주하는 주인공들, 갱년기 소녀들을 보면서, 나이가, 세월이 다가 아님을 다시금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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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집 짓기
정재민 지음 / 마음서재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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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 소설을 쓰는 소설가 이재영은 인물 탐구를 위해 낯선 이들과 즉흥적인 인터뷰를 종종 진행한다.  그러던 어느날 박물관에서 화상으로 얼굴을 다친 김정인이라는 남자를 만나게 되고, 그와의 짧은 인터뷰속에서 그가 복지사로 일하고 있음을 알게 되고, 그의 화상 흉터에 대해 질문을 하던 중 갑작스럽게 그에게 무지막지한 폭행을 당하게 된다.  너무나 급작스러운 그의 행동에 분노를 느끼고 그의 신상을 조사하여 그가 다니던 복지관을 알아낸 소설가는 그가 다니는 복지관에 자원봉사자로 등록을 하고 활동을 하며 복지사 주변을 맴돈다. 

 

이후 소설은 2013년의 소설가의 시점으로, 그리고 1970년대의 서희연이라는 여자의 시점, 그녀의 아들 영훈이 풀어내는 이야기 등으로 화자를 달리하며 마치 거미가 거미집을 치듯 씨줄과 날줄이 교차하는 이야기 속으로 사람들을 끌어들인다.  이 작품을 읽다보면 나는 그 거미줄 속으로 기꺼이 들어가는 그의 먹이였다.  너무나 작품의 매력에 빠져 정신없이 읽게 된 소설이었다.  공학을 전공한 사람으로서 첫번째 장편이라는데, 세상엔 정말 천재가 많은 모양...  작가는 확실하게 국내 소설가 중 내가 눈여겨보게 될 사람 중 하나로 자리잡았다.  그의 차기작이 기대된다, 아주 많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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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낌없이 뺏는 사랑
피터 스완슨 지음, 노진선 옮김 / 푸른숲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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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여 마땅한 사람들" 작가의 후속작.  제목부터가 기발하고 상식(?)을 뒤집고 기발하다. 

 

문학 잡지사의 회계사로 근무하는 미혼남 조지 포스.  40대에 접어들어 인생에 대한 별다른 기대없이 그저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고 있을 뿐인 그에게 어느날 사건이 벌어진다.  단골로 다니던 바에서 어느날 저녁, 20년 전에 헤어진 대학시절 첫사랑 오드리를 마주치게 된 것.  우연한 만남이 아니라 그녀가 일부러 조지를 찾아온 것이다, 부탁이 있다며.

 

대학 시절 조지와 오드리는 연인 관계였다가 첫번째 방학 때 집으로 돌아간 오드리가 자살했다는 소식에 이들의 관계는 끊어진다.  그러나 이후 조지가 오드리의 집으로 조문을 갔다가 발견한 진실은 자신이 알던 오드리가 진짜가 아니라는 것.  그녀의 이름은 라이나고, 잠깐의 만남 끝에 끝내 행방을 알 수 없던 차에 20년이 지나 그의 눈앞에 다시 나타난 것이다.  자신이 횡령한 돈을 주인에게 돌려주는 심부름을 해달라며.  착하고 라이나에게 여전히 미련이 남았던 조지는 그의 부탁을 들어주게 되고, 점차 알 수 없는 위험한 상황에 빠져들게 된다.

 

제목에서도 느껴졌지만, 사랑이라는 허울 속에서 지독하게도 아낌없이 뺏는 관계가 두 사람 사이에 이어지고 거기에 사건이 발생하면서 조지는 조금씩 진실을 깨달아가게 된다.  그들의 관계와 라이나의 진심에 대해.  지루하고 반복적인, 그렇지만 안정적이고 평범한 일상을 누리던 그가, 생존을 위해 끊임없이 본능적으로 변신을 거듭하는 라이나에 의해 '선택'이 되어 위험천만하고 사건의 연발 속으로 빠져들게 되는 과정이 속도감있게 펼쳐진다.  아울러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라이나의 실체적 모습을 조금씩 완성시켜가는 과정도 흥미롭다.  물론 반복되는 전개 속에서 앞으로 이어질 방향이 무엇인지가 뻔한 점이 작품의 흥미를 조금 경감시키는 면이 없지않아 있긴 했지만...

 

전작만큼이나 유쾌발랄한 작품이었고, 작가 특유의 시그니처가 묻어나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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