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가는 녹색 바람 네코마루 선배 시리즈
구라치 준 지음, 김은모 옮김 / 검은숲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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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접해보는 일본의 본격추리소설이었다.  처음 제목을 보고는, 좀 감성적이고 소소한 일상 미스터리가 아닐까 싶었는데, 제목에서 느껴지는 분위기와는 달리, 본격의 향기가 물씬 풍기는 작품에 즐거웠다.  책 소개에서는 작가의 전작 "별 내리는 산장의 살인"과는 달리, 이 작품은 일상 미스터리라 했지만, 내게는 이 작품 역시 '클로즈드 서클' 안에서 범인을 찾아내는 본격 추리로 여겨졌다.

 

성공한 사업가이지만 완고한 노인 효마는 죽은 아내를 그리워하다가, 아들의 소개로 알게된 영매에게 매달린다.  이를 못마땅하게 여긴 딸은 초현상학을 과학적으로 연구하는 대학 연구원 두 명을 집으로 불러들여 영매의 허상을 밝히도록 한다.  이렇게 외부인들도 집안이 어수선하게 되자, 효마와 싸운 뒤 집을 나간 손자 세이치는 십년 만에 집으로 돌아오고, 사고로 부모를 잃고 장애까지 얻게 된 사촌 여동생을 보살필 각오를 한다.  그러나 그가 돌아온 날, 할아버지 효마가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하고, 집안 식구들과 영매, 연구원들은 모두 용의자가 되어 조사를 받게 되나 범인과 범행 수법은 오리무중이다.  그 와중에 효마의 영혼을 불러내는 강령회를 열게 된 영매와 집안 사람들, 그리고 이의 속임수를 밝히겠다고 나선 두 연구원까지 모인 강령회 자리에서 다시금 살인이 일어나고, 모든 이가 의심스럽고 모든 이의 결백을 믿는 이율배반적인 상황에서, 세이치는 평소 알고 지내던 괴짜 선배인 네코마루에게 도움을 청한다.  자신만의 조사를 마치고 세이치의 집을 방문하게 된 네코마루는 마침내 사건의 전말과 범인을 밝혀내는데... 

 

마지막까지 반전은 이어지고, 트릭의 실체도 벗겨지는 순간, 네코마루의 다음번 활약이 무척이나 기다려지게 된다.  부드럽고 서정적인 제목과는 달리, 결코 만만치 않은 사건과 추리의 세계가 펼쳐진 작품이었다.  요즘의 하드보일드적인 경향과는 좀 달리, 정교한 추리와 연쇄적인 사건을 다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순하고 온화하게 전개되는 서술도 편안했고, 너무 자극적이고 끔찍한 묘사 대신, 각 인물들의 심리와 서정적인 분위기에 집중하는 글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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