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자살 (도진기) - 헐리우드식 엽기호러를 맛보다

정신자살 ㅣ 미스티 아일랜드 Misty Island
도진기 지음 / 들녘 / 2011년 7월

도진기 작가의 작품은 다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빠졌었나보다, 다른 작품을 읽다가 문득 이 작품을 안 읽었나보다, 하고 뒤늦게 찾아 읽게 된 작품.  고진 시리즈 중 한 편이다.

아내 한다미가 가출을 하자 괴로운 마음에 자살을 생각하게 된 길영인.  인터넷 검색을 통해 '정신자살연구소'를 알게 되고 용기를 내어 방문까지 하게 된다.  육체는 놔두고 정신만을 죽임으로서 죽지 않고도 괴로움을 없애준다는 연구소 소장 이탁오의 말에 현혹되어 시술을 받기로 한 길영인.  이를 통해 연구소의 비서 신재인과 가까워지게 되나, 이후에도 계속해서 아내의 행방을 찾던 그는 성형외과 의사인 태정우와 아내의 불륜을 알게 되고 태정우를 찾아간다.  이후 계속되는 살인사건이 발생하고, 이들 사건의 배후에 이탁오박사가 있다는 걸 알게 된 고진은 경찰 이유현과 함께 사건을 쫓는다.

사건이 다각도로 펼쳐지고 두 명의 화자 시선에서 번갈아 교차되는 서술 덕에 다른 작품보다 좀 더 다이나믹하고 다채로운 느낌이었다.  후반부에 이르러서는 이 작품의 트릭을 눈치채게 되었지만 그래도 꽤 뒤늦게 알아챈 편이고 재미도 있었다.  다만 결말이 너무 엽기적이고 이래저래 억지스러운 부분이 없진 않았지만, 약간의 무리수에도 불구하고 그만큼 밀어부치는 힘이 있어서 다소 잔잔한 편인 작가의 여래 작품들에 비해 흥미진진함은 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