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의 소음
줄리언 반스 지음, 송은주 옮김 / 다산책방 / 2017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나이가 들수록, 삶이 힘들수록 공감 할 수 있는 책이나,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을 찾게 된다.

그러다 또, 한번씩은 묵직한 울림이 있는 책을 찾아 그 속을 헤매고 싶을 때도 있다.

 오랜만에 그런 책을 만나 공부하듯 읽어 봤다.


 


「시대의 소음

맨부커상을 수상한 문학의 제왕 줄리언 번스가 5년 만에 내놓은 신작으로

20세기의 대표적인 작곡가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의 생애를 재구성한 소설이다.

실존 인물이 등장하는 소설이기 때문에

그에 대한 정보를 어느정도 탑재하고 읽어 나갔더라면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도 있었다.


『운명. 그것은 전혀 손쓸 수 없는 어떤 일에 대해 쓰는 거창한 단어일 뿐이었다.

삶이 당신에게 "그래서"라고 말했을 때, 당신은 고개를 끄덕이고 그것을 운명이라 불렀다.

그래서, 두미트리 드미트리예비치로 불리게 되는 것이 그의 운명이었다.

그는 거기에 대해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p22


곳곳에서 박수 갈채를 받아왔던 <므첸스크의 맥베스 부인>을 스탈린이 관람하다 이탈한 후

 '부산스럽고 신경과민적인 음악으로 부르주아들의 비뚤어진 취향을 만족시켜주었기'라는 악평과 함께

그의 연주를 도왔던 투하쳅스키가 정치적 음모로 처형되기에 이른다.

쇼스타코비치 본인도 순식간에 인민의 적이 되어 

언제 끌려나갈지 모르는 두려움 속에 옷을 입고 잠들어야 하는 굴욕적인 시간들을 보내게 된다.


자유가 구속된 비극적인 시대에 태어난 천재적 음악가는

정치적 이해 관계에 따라 천재가 되었다가, 절대 존재해서는 안되는 인민의 적이 되기도 한다.

그런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었을까?


​그가 무엇으로 시대의 소음과 맞설 수 있었을까?

우리 안에 있는 그 음악 -우리 존재의 음악-누군가에 의해 진짜 음악으로 바뀌는 음악.

시대의 소음을 떠내려 보낼 수 있을 만큼 강하고 진실하고 순수하다면,

수십 년에 걸쳐 역사의 속삭임으로 바뀌는 그런 음악.

그가 고수했던 것이 바로 그것이었다.

p181


자존심을 버리는 것과 지키는 것!!

그에겐 어느것이 더 쉬운 일이었을까?


"겁쟁이가 되기도 쉽지 않았다. 겁쟁이가 되기보다는 영웅이 되기가 훨씬 쉬웠다." 



쉽지 않은 책이다.

앞 뒤를 오가며 인물을 익히고 사건을 이해하는데 공을 꽤 들였음에도

 시간이 더 필요한 건 어쩔 수 없는 일인 듯하다.

그럼에도 묘하게 끌려서 다시 읽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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