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안 해도 아무렇지 않구나
김신회 지음 / 놀 / 2018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렴풋한 기억 속 어린시절부터 뭔가에 쫓기듯 나름 남들처럼 그렇게 치열하게 살아왔다.
그런데 막상 또 뭘 그리 치열하게 살았냐고 물어보면 딱히 떠오르는 대답은 없다.
언제나 뭔가를 하고 있음에도 또 다른 불안꺼리들을 만들어 닥달하며 살아왔기에
스스로가 여유롭다고 느끼는 지금도 그리 편히 쉬지는 못하고 있다.
성격인건지 다들 그렇게 사는 건지~ 스스로도 답답한 요즘,
김신회 에세이 '아무것도 안 해도 아무렇지 않구나'가 내 눈과 맘에 들어왔다.

 

'덜컥 무기한 휴가가 주어졌지만 나는 쉬는 법을 몰랐다.
성과는 없어도 끊임없이 움직여대던 일중독자였기 때문이다.
가만히 있기만 하면 되는데도 이러고 있는 내 모습에 죄책감과 자괴감이 느껴졌다.
'나는 아무것도 안 하는 사람'이라는 실감이 들 때마다 어딘가에서 들은 말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쉬는게 어려운 것이 아니다. 아무 죄책감 없이 쉬는 게 어려운 것이다.'


'내 맘 같지 않은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나의 몸과 마음,
기분과 생각을 스스로 돌볼 수 있어야 한다. 떄로는 상황이 예상과 다르게 흘러가도,
그 안에 있는 내가 마음에 들지 않아도 나는 나니까.
잘 지내든 그렇지 않든 나는 나와 평생 같이 살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나와 평생 같이 살아야 할 나' 생각해 보지 못했던 문구라 참 신선하게 다가왔다.
이 문구를 보는 순간 '나'라는 존재가 더더욱 소중해지는 느낌이고 더 많이 아껴줘야 되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너무나 당연한 일임에도 이렇게야 깨닫는 내가 또 한심해서 한숨 쉬다...
나를 사랑하는 법이 참으로 쉽지 않음을 깨닫기도 했다.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먹고 싶은 걸 먹으며 사는 게 왜 그렇게 힘들까.
그건 돈이 없어서도, 상황이 여의치 않아서도 아니었다. 단지 내가 나에게 허락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제는 좀 너그러워져볼까. 다른 사람이 그렇게 안 해주면 나부터 좀 그래볼까.'

'그동안의 나의 금기들을 바라보고 있자니, 저 중에 꼭 지켜야만 하는 게 대체 뭐가 있나 싶다.
속상할 때 술 좀 마시면 어떻다고, 늦잠 안 자기는 무슨.
이제는 밀가루도 먹고, 필요할 땐 택시도 타고, 세일 안 하는 날에도 화장품을 살거다.
그렇게 하나 둘 금기로부터 자유로워진다면 언젠가는 <소공녀>의 미소처럼
물 흐르듯 바람 불 듯 살 수 있을지도 모른다.'

 

 

작가의 글을 읽고 있으면 그냥 공감이 된다.
'그래, 세상 뭐 별거 있나?' 싶고, 정말 아무것도 안 해도 아무렇지 않은 것 같다는 위로도 받게 된다.
"이래서 에세이를 읽나?" 싶다.
'나에게 관대해지는 법'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작가가 알려준데로 그냥 '나'를 더 존중해주고 사랑해주면 되는 것인데, 왜그리도 어려웠는지 알 수가 없다.
당장, 오늘부터 나를 돌보는 습관에 공을 들여봐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