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컥 무기한 휴가가 주어졌지만 나는 쉬는
법을 몰랐다.
성과는 없어도 끊임없이 움직여대던 일중독자였기
때문이다.
가만히 있기만 하면 되는데도 이러고 있는 내 모습에 죄책감과 자괴감이 느껴졌다.
'나는 아무것도 안 하는 사람'이라는 실감이 들 때마다 어딘가에서 들은 말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쉬는게 어려운 것이 아니다. 아무 죄책감 없이 쉬는 게 어려운
것이다.'
'내 맘 같지 않은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나의 몸과
마음,
기분과 생각을 스스로 돌볼 수 있어야 한다. 떄로는 상황이 예상과 다르게 흘러가도,
그 안에 있는 내가 마음에 들지 않아도 나는 나니까.
잘
지내든 그렇지 않든 나는 나와 평생 같이 살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나와 평생 같이 살아야 할 나'
생각해 보지 못했던 문구라 참 신선하게 다가왔다.
이 문구를 보는 순간 '나'라는 존재가 더더욱 소중해지는 느낌이고
더 많이 아껴줘야 되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너무나 당연한 일임에도 이렇게야 깨닫는 내가 또 한심해서 한숨 쉬다...
나를 사랑하는 법이 참으로 쉽지 않음을 깨닫기도 했다.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먹고 싶은 걸 먹으며 사는 게 왜 그렇게 힘들까.
그건 돈이 없어서도, 상황이 여의치 않아서도 아니었다. 단지 내가 나에게 허락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제는 좀 너그러워져볼까. 다른 사람이
그렇게 안 해주면 나부터 좀 그래볼까.'
'그동안의 나의
금기들을 바라보고 있자니, 저 중에 꼭 지켜야만 하는 게 대체 뭐가 있나 싶다.
속상할 때 술 좀 마시면 어떻다고, 늦잠 안 자기는 무슨.
이제는 밀가루도 먹고, 필요할 땐 택시도 타고, 세일 안 하는 날에도 화장품을
살거다.
그렇게 하나 둘 금기로부터 자유로워진다면 언젠가는
<소공녀>의 미소처럼
물 흐르듯 바람 불 듯 살 수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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