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도시의 사랑법
박상영 지음 / 창비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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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                                                                             

청춘은 그 단어가 가진 사전적 의미 보다 비참하고 찌질하지만 호기롭다. 청춘을 지낸 사람만의 특권은 찌질, 비참, 호기로움을 그럴싸하게 포장해 아름답다 말할 수 있는 것이리라. 아름답게 남았지만 굳이 되돌아가고 싶지 않은 기억 청춘’. 이 책은 우리 모두의 청춘의 단상이다. “나는 그런 적 없어.”라는 당신도 기억나면 얼굴이 붉어지는, 내가 왜 그랬을까 하는 순간 하나쯤은 있을 것 아닌가.


[담배를 빽빽 피우며 커피를 내리는 재희의 모습은 이십대 초반다운 천진난잡한 귀여움이 서려있었다.]

                                                                                   

현실을 바탕으로 소설을 쓴다는 작가의 의도와는 달리 퀴어전사가 되어 버린 박상영의 현실과 소설 사이의 아슬아슬한 줄타기에 독자들은 허구란 민낯에 진솔함이란 화장을 덧칠한다. 읽다 보면 도통 이게 진짜인지 소설인지 알 수 없는 지경에 이를 때쯤 누구나 ..어쩌시려고라는 말이 육성으로 튀어나올 것이다. 그만큼 게이라는 단어는 우리에게 참 민감하고 자극적인 소재이다. 하지만 작가 박상영의 책을 읽다 보면 그가 게이인지 아닌지 퀴어전사인지 아닌지 혹은 내 주변에 생각보다 많은 게이가 있던지 말던지누구나 편견이라는 이름의 별거 인 것을 별거 아니게 만드는 그의 재주에 감탄을 금치 못하게 될 것이다.

 

[이를 테면 재희는 나를 통해서 게이로 사는 건 때론 참으로 좆같다는 것을 배웠고, 나는 재희를 통해 여자로 사는 것도 만만찮게 거지 같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청춘은 생각보다 참 외롭다. 그래서 그 시절 우리는 각자의 재희를 혹은 영이를 찾아 헤맸다. 이해하기 싫지만 이해받고 싶었던 그때의 우리는 술을 마시고 거리를 헤매도 다음날이면 그렇게 또 뼛속까지 외로웠다. 모두가 사람과 사랑으로 목말라 채우려 하면 할수록 목이 타 누군가와 그토록 입맞춤을 했던 것처럼 이 책의 청춘들은 자신의 존재의 의미를 타인에게서 찾으려 하지만 목만 탄다.


[상대가 누구인지는 중요치 않았다. 단지 내가 그 어두운 도시의 거리에 누군가와 함께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했고, 때문에 알 수 없는 누군가와 온 힘을 다해 혀를 섞었다.]


아이러니 하게도 지나고 나서야 아름다워 지는 그 찰나에 우리는 누구나 서로의 재희고 영이였다. 나의 재희와 영이가 그리고 청춘이라 불리던 그 시절이 그리워질 때면 어김없이 나는 이 책을 펼쳐 보고는 방귀가 새어 나오듯 피식피식 웃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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