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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는 리더가 온다 - 직원이 스스로 답을 찾게 만드는, 사장의 세 마디
한동빈 지음 / 휴앤스토리 / 2026년 10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묻는 리더가 온다』를 읽으며 가장 오래 생각하게 된 질문은 의외로 단순했다.
좋은 리더는 모든 답을 알고 있어야 할까?
리더의 역할을 생각하면 자연스럽게 문제를 해결하고, 방향을 제시하고, 직원이 실수했을 때 바로잡는 모습을 떠올리게 된다. 경험이 많고 판단이 빠른 리더일수록 좋은 리더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 책은 그런 익숙한 리더의 모습을 조금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게 한다.
한동빈 저자는 오랜 시간 조직을 이끌면서 경험한 일들과 코칭을 공부하며 얻은 생각을 바탕으로, 리더가 직원에게 답을 알려주는 것보다 질문하고 기다리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이야기한다.
책 제목에 들어 있는 ‘묻는 리더’라는 말도 단순히 질문을 잘하는 리더를 의미하지 않는다. 직원이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할 수 있다는 믿음, 자신의 답을 잠시 내려놓고 상대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태도에 더 가깝다.
특히 기억에 남았던 문장은
“약한 사람앞에서 부드러운 대표가 실은 가장 단단한 대표다.”라는 말이었다.
강한 리더라고 하면 단호하게 지시하고 빠르게 결정하는 모습을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직원의 말을 끝까지 듣고, 자신의 생각과 다른 의견도 받아들이며, 상대가 답을 찾을 때까지 기다리는 일 역시 상당한 힘이 필요하다. 오히려 자신의 권위를 앞세우지 않고 부드럽게 대하는 것이 더 어려운 순간도 있을 것이다.
책에서는 ‘듣는 것’의 중요성도 반복해서 생각하게 한다.
“가장 똑똑해 보이려는 리더가 가장 적게 듣는다. 가장 많이 듣는 리더가 결국 가장 많이 안다.”라는 문장이 그 부분을 잘 보여준다.
리더가 경험이 많을수록 자신이 알고 있는 답을 이야기하고 싶어질 수 있다. 직원이 어떤 의견을 내기도 전에 “그건 안 돼”, “예전에 해봤어”, “이렇게 하면 돼”라고 결론을 내려버릴 수도 있다. 물론 경험에서 나온 판단이 틀렸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다만 직원에게 생각하고 설명할 기회를 주지 않는다면, 직원 역시 점점 자신의 판단보다 리더의 판단을 기다리게 될 수 있다.
책에서 말하는 질문은 그런 흐름을 바꾸는 역할을 한다.
“나를 설득해 봐.”
이런 질문을 받으면 직원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설명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왜 필요한지, 어떤 문제가 있을 수 있는지,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 스스로 생각하게 된다. 리더가 정답을 알려주는 대신 생각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주는 것이다.
권한 위임에 관한 내용도 인상적이었다.
“의심받지 않는 사람은, 의심받을 짓을 하지 않는다.”
직원을 믿는다고 해서 모든 것을 맡기고 방치하라는 의미는 아니다. 필요한 기준과 책임의 범위는 분명해야 한다. 다만 작은 일까지 일일이 확인하고 승인받게 하는 조직에서는 직원이 자신의 판단을 믿기 어려워질 수 있다. 반대로 자신이 결정할 수 있는 영역이 생기면 결과를 바라보는 태도도 달라질 수 있다.
질문한 뒤 기다리는 시간에 대한 이야기도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리더가 질문을 던졌는데 직원이 바로 대답하지 않으면 몇 초가 길게 느껴질 수 있다. 그래서 리더가 다시 설명하거나 답을 알려주게 된다. 하지만 그 순간 직원이 스스로 생각할 시간은 사라진다.
책에서 이야기하는 ‘7초의 침묵’은 그래서 단순한 대화 기술 이상의 의미로 느껴졌다. 질문하고 기다리는 시간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아니라 상대가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일 수 있기 때문이다.
후반부에 나오는 “물고기는 그대로인데, 그릇이 그 크기를 정한다.”라는 문장도 기억에 남는다.
직원의 역량이 기대만큼 나오지 않을 때 우리는 쉽게 그 사람의 능력부터 평가한다. 하지만 그 사람이 자신의 능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이었는지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모든 것을 리더가 결정하고 직원에게 정해진 일만 하도록 한다면, 직원이 주도적으로 판단할 기회 자체가 적을 수 있다.
사람을 성장시키고 싶다면 성장하라는 말만 반복할 것이 아니라 실제로 성장할 수 있는 경험과 공간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이 책은 사람을 무조건 믿고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고 이야기하지 않는다. 사람을 키우는 과정에서 생기는 현실적인 고민도 함께 다룬다. 시간과 비용을 들여 직원을 성장시켰는데 그 직원이 회사를 떠날 수도 있다. 변화하려는 사람에게 기회를 주는 것과 조직의 기준을 세우는 일 사이에서 리더가 고민할 지점도 분명히 있다.
그래서 오히려 현실적인 리더십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에 가까워질수록 질문의 방향은 직원에서 리더 자신에게로 돌아온다.
“변화를 거부하는 리더의 운명은 정해져 있다. 회사가 딱 그 사람만큼만 자라다, 거기서 멈춘다.”
조직의 변화를 이야기하면서 직원에게만 변화를 요구하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게 하는 문장이다. 직원이 주도적으로 움직이기를 원하면서 정작 리더는 모든 결정을 직접 내리고 있지는 않은지, 새로운 의견을 듣는다고 하면서 이미 답을 정해놓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하게 된다.
『묻는 리더가 온다』는 질문을 잘하는 방법만 알려주는 책은 아니다.
사람을 대하는 리더의 태도에 관한 책이고, 동시에 조직 안에서 사람을 어떻게 성장시킬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리더가 모든 답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조금 벗어나, 직원이 스스로 생각하고 답을 찾아갈 수 있도록 믿고 기다리는 것.
읽고 나니 ‘묻는다’는 것이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질문을 하는 것보다 답을 알려주는 것이 훨씬 빠를 때가 많다. 하지만 빠르게 해결하는 것과 사람이 성장하는 것은 언제나 같은 방향으로 가지는 않는다.
좋은 리더는 답을 가장 많이 알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 필요한 순간에 질문하고 상대가 스스로 답을 찾을 수 있도록 기다려주는 사람일지도 모르겠다.
리더십과 조직문화, 직원과의 소통을 고민하고 있다면 한 번 읽어볼 만한 책이다. 특히 지금까지의 리더십이 ‘지시하고 해결하는 것’에 가까웠다면, 『묻는 리더가 온다』는 잠시 멈춰서 다른 방식의 리더십을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어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