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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는 자연을 원한다 - 환경신경과학 석학이 밝혀낸 지친 뇌를 가장 빨리 회복하는 방법
마크 버먼 지음, 김미선 옮김 / 다산북스 / 2026년 10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요즘은 쉬고 있어도 제대로 쉬었다는 느낌이 들지 않을 때가 많다. 잠깐 쉬려고 스마트폰을 들었다가 메시지를 확인하고, 뉴스를 보고, 영상을 하나 더 본다. 잠시 후에는 또 다른 정보를 검색하고 있다. 몸은 가만히 있는데 뇌는 계속 무언가를 처리하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인지 집중력이 예전 같지 않다고 느끼는 순간도 많아졌다. 책을 읽다가도 스마트폰을 확인하고, 한 가지 일을 하다가 다른 생각으로 넘어가고, 같은 문장을 몇 번씩 다시 읽기도 한다. 이런 상태를 그동안 단순히 피곤해서, 혹은 집중력이 부족해서라고 생각했다.
『뇌는 자연을 원한다』는 그런 생각을 조금 다르게 바라보게 만든 책이다. 저자 마크 버먼은 자연과 인간의 뇌가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를 연구해온 환경신경과학자로, 이 책에서 자연이 우리의 주의력과 정서, 신체 회복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다양한 연구와 사례를 통해 설명한다.
특히 흥미로웠던 것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던 ‘자연에 가면 마음이 편안해진다’는 경험을 단순한 감성이나 기분의 문제가 아니라 뇌와 환경의 관계로 설명한다는 점이었다.
책에서 인상 깊었던 개념은 ‘의도적 주의’와 ‘부드러운 매혹’이다. 공부를 하거나 일을 할 때는 의식적으로 한 곳에 집중해야 한다. 주변의 소리를 무시하고, 다른 생각을 잠시 내려놓고, 필요한 정보에 계속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하지만 이런 집중에는 한계가 있다. 오래 사용할수록 피로해지고 결국 집중하기 어려워진다.
반면 자연의 풍경이나 소리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우리의 관심을 끈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이나 흐르는 물, 구름의 움직임처럼 자연의 자극은 가만히 바라보게 만들지만 특별한 노력을 요구하지 않는다.
저자는 이를 ‘부드러운 매혹’이라고 설명한다. 책에서는 “골디락스 법칙처럼 부드럽게 매혹하는 자극은 지루하지 않을 정도로 흥미롭다”는 표현이 나온다. 너무 강하지도, 너무 자극적이지도 않으면서 우리의 관심을 자연스럽게 붙잡는 상태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스마트폰 화면과 자연 풍경의 차이를 생각하게 됐다. 스마트폰은 끊임없이 새로운 자극을 보여준다. 다음 영상, 다음 뉴스, 다음 알림이 계속 이어진다. 반면 나무를 바라보고 있을 때는 다음 장면을 기다릴 필요가 없다. 그냥 보고 있으면 된다.
어쩌면 현대인의 지친 뇌에는 바로 이런 시간이 필요한지도 모르겠다.
책의 초반부에서 저자가 환경과 인간의 관계를 이야기하는 부분도 기억에 남는다. “사람은 반드시 선하거나 악하게 태어나는 게 아니다”라는 문장을 읽으면서 사람을 이해할 때 그 사람이 놓인 환경을 함께 살펴봐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은 교육의 관점에서도 생각해볼 만한 부분이었다. 어떤 아이가 집중하지 못하거나 학습에 어려움을 보일 때 우리는 쉽게 아이의 능력이나 의지부터 생각한다. 하지만 그 아이가 하루 동안 얼마나 많은 자극에 노출되어 있는지, 어떤 공간에서 생활하고 있는지, 충분히 쉴 시간이 있는지는 함께 살펴보고 있는지 돌아보게 된다.
환경이 사람에게 영향을 준다면 학습환경 역시 예외가 아닐 것이다.
아이에게 자연이 필요한 이유도 비슷하게 느껴졌다. 아이들은 책상 앞에서만 배우는 것이 아니다. 밖을 걸으며 계절의 변화를 보고, 나뭇잎의 모양을 관찰하고, 작은 생물을 발견하고, 궁금한 것을 질문하는 과정에서도 배운다.
무엇보다 자연에는 정답이 정해져 있지 않다. ‘왜 그럴까?’라는 궁금증에서 시작해 직접 보고, 비교하고, 생각하고, 자신의 말로 설명하게 된다. 이런 경험은 관찰력과 사고력뿐 아니라 언어로 표현하는 힘과도 연결될 수 있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며 자연과 문해력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됐다. 문해력은 단순히 글자를 읽는 능력에 머무르지 않는다. 보고 들은 것을 이해하고, 중요한 것을 구분하고, 자신의 생각을 말과 글로 표현하는 과정이 함께 필요하다. 자연은 아이에게 이런 경험을 만들어주는 또 하나의 환경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읽으면서 또 하나 좋았던 점은 자연을 너무 거창한 것으로 만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꼭 깊은 산속이나 특별한 여행지를 찾아가야 하는 것은 아니다. 집 앞의 나무를 바라보거나 가까운 공원을 걷고, 창밖의 하늘을 보는 것도 자연과 만나는 방법이 될 수 있다.
자연의 아름다움에 대해 저자는 “인간의 눈에 자연의 아름다움은 사실상 보편적이다”라고 이야기한다. 사람마다 좋아하는 풍경은 다르겠지만, 자연의 곡선과 반복되는 패턴, 빛과 움직임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잠시 시선을 멈출 수 있다는 설명이 흥미로웠다.
나 역시 산책을 하다가 특별한 이유 없이 나무를 한참 바라볼 때가 있다. 그 순간에는 무엇을 해결하고 있는 것도 아니고 새로운 정보를 얻고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걷고 돌아오면 머릿속이 조금 정리된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이 책을 읽고 나니 그 경험을 예전과 조금 다르게 생각하게 됐다.
책을 다 읽고 가장 오래 남은 문장은 “자연은 삶의 질을 높이는 보조 수단이 아니라 필수 요소라는 점이다”라는 말이었다.
자연을 여가나 휴식의 대상으로만 생각했다면 이 책은 그 생각을 조금 넓혀준다. 우리가 생활하는 공간에 나무가 있는지, 걸을 수 있는 공원이 가까이에 있는지, 잠시 하늘을 바라볼 수 있는 공간이 있는지 같은 문제도 결국 우리의 삶과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다.
특히 스마트폰과 인공지능을 비롯해 디지털 기술이 일상 깊숙이 들어온 지금 읽어볼 만한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기술을 사용하지 말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오히려 기술이 편리해질수록 우리가 의식적으로 자연과 만나는 시간을 만들어야 한다는 쪽에 가깝다.
정보를 더 많이 얻는 것과 뇌가 더 잘 회복하는 것은 같은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뇌는 자연을 원한다』는 자연 속에서 휴식을 취하면 좋다는 단순한 이야기를 넘어, 우리가 살아가는 환경이 뇌와 행동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집중력이 떨어졌다고 무조건 더 오래 책상 앞에 앉아 있기보다, 때로는 잠시 밖으로 나가 걷는 것이 필요할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멀리 갈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집 앞의 나무 한 그루, 잠깐 올려다본 하늘, 가까운 공원의 산책로처럼 일상에서 만날 수 있는 자연이면 충분할지도 모르겠다.
바쁘게 살아갈수록 우리는 더 많은 것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이 책을 읽고 나니 때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바라보는 시간도 뇌에게는 꼭 필요한 시간이 아닐까 싶다.
집중력과 회복, 자연과 뇌의 관계가 궁금한 사람뿐 아니라 스마트폰과 디지털 정보에 지쳐 있는 사람, 아이의 학습환경을 고민하는 부모,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이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생각해보고 싶은 사람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