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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심 - 내 삶에 내렸던 아름다운 소나기들
차석용 지음 / 열린책들 / 2026년 10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하심』은 차석용 회장의 경영 경험을 담은 책이지만, 책을 다 읽고 난 뒤에는 경영보다 ‘사람’이라는 단어가 더 오래 남았다.
처음에는 오랜 시간 기업을 이끌어 온 경영자의 이야기인 만큼 조직을 운영하는 방법이나 리더십에 관한 내용이 중심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현장에서의 경험과 경영에 대한 이야기가 곳곳에 등장한다. 하지만 그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결국 질문은 사람에게 돌아온다. 어떤 마음으로 사람을 대했는지, 함께 일하는 사람을 어떻게 바라보았는지, 그리고 성공을 좇는 과정에서 가족과 주변 사람들을 얼마나 돌아보았는지를 생각하게 한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저자가 자신의 성공만을 이야기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잘했던 결정이나 성과뿐 아니라 지나고 나서 돌아보게 되는 순간들도 함께 담겨 있다. 그래서 한 사람의 경영 이력이 아니라 한 사람이 살아온 시간을 들여다보는 느낌이 있었다.
책 앞부분의 “마음이 흔들릴 때 필요한 것은 더 강한 의지가 아니라, 우리를 처음 정한 길로 되돌리는 원칙입니다.”라는 문장은 책 전체를 이해하는 데 좋은 출발점처럼 느껴졌다. 우리는 흔들릴 때마다 더 열심히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때로는 의지를 더 끌어올리는 것보다 처음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을 다시 확인하는 일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경영 현장에서 사람을 대하는 방식에 관한 이야기도 기억에 남았다. 특히 대안 없이 사람을 몰아붙이면 사람은 변화하기보다 살아남을 방법부터 찾게 된다는 내용은 조직뿐 아니라 교육이나 일상적인 관계에서도 생각해 볼 만했다. 누군가가 어떤 일을 하지 못하고 있을 때 단순히 의지가 부족하다고 판단하기 전에, 그 사람이 방법을 알고 있는지, 감당할 수 있는 상황인지 살펴보는 것이 먼저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인생은 보물을 찾는 여정이 아니라, 이미 우리 곁에 있는 보물을 알아보는 과정인지 모릅니다.”라는 문장도 오래 남았다.
우리는 늘 더 좋은 것을 찾느라 바쁘게 살아간다. 더 나은 성과, 더 좋은 기회, 지금보다 나은 삶을 생각하면서 앞을 바라본다. 그런데 그렇게 달려가다 보면 정작 지금 곁에 있는 사람과 평범한 일상의 가치를 놓치기도 한다. 이 문장을 읽고 나니 내가 이미 가지고 있는 것들을 얼마나 당연하게 여기고 있었는지 돌아보게 됐다.
가족에 대한 이야기도 인상 깊었다. 자신의 일과 성장을 위해 열심히 살아온 시간이 있었지만, 그 과정에서 가까운 사람의 마음을 충분히 살피지 못했던 순간을 돌아보는 부분에서는 성공한 경영자의 모습보다 한 사람의 솔직한 모습이 더 크게 느껴졌다.
“자유란 혼자 높이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들을 외롭게 두지 않는 마음에서 시작된다는 것을...”이라는 문장은 자유와 성공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했다. 내가 원하는 것을 이루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과정에서 가까운 사람을 계속 외롭게 만들고 있다면 그것 역시 한 번쯤 돌아볼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후반부의 인연에 대한 이야기도 좋았다. “인연의 가치는 함께한 시간의 길이가 아니라 서로에게 남긴 흔적의 깊이에 있습니다.”라는 문장을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지나온 사람들을 떠올리게 됐다. 오래 알고 지낸 사람만 의미 있는 인연은 아닐 것이다. 짧게 만났지만 오래 기억에 남는 사람이 있고, 무심코 건넨 말 한마디가 누군가에게 힘이 되었을 수도 있다.
그래서 『하심』에서 말하는 ‘낮춤’은 단순히 자신을 낮추라는 의미로만 읽히지 않았다. 내가 혼자 잘해서 지금의 자리에 온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기억하는 것, 나를 도와준 사람과 함께했던 시간을 잊지 않는 것, 그리고 지금의 나를 가능하게 한 관계들을 돌아보는 마음에 더 가까웠다.
무엇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좋았던 점은 ‘성공한 사람처럼 살아야 한다’는 부담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오히려 성공 이후에 무엇을 돌아봐야 하는지, 바쁘게 살아가는 동안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 생각하게 한다.
경영이나 리더십에 관심이 있는 사람에게도 도움이 되겠지만, 꼭 기업을 운영하거나 조직을 이끄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읽어볼 만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직장에서 사람을 대하는 방식, 가족과의 관계, 내가 지나온 인연을 돌아보는 일까지 여러 방향으로 생각을 확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책을 덮고 나서 가장 오래 남은 질문은 ‘나는 얼마나 높이 올라갈 것인가?’가 아니었다.
오히려 ‘나는 지금 누구와 함께 가고 있는가’, ‘내가 너무 앞만 보고 있는 것은 아닌가’, ‘나는 주변 사람들에게 어떤 흔적을 남기고 있는가’에 가까웠다.
성공한 경영자의 삶을 다룬 책을 읽었는데, 마지막에는 내 삶을 돌아보게 되었다는 점에서 『하심』은 꽤 오래 기억에 남을 책이다.
성공과 성장에 관한 책을 찾고 있다면 물론이고, 요즘 너무 앞만 보고 달리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사람에게도 권하고 싶다. 잠시 걸음을 늦추고 내가 가진 것과 곁에 있는 사람들을 돌아보게 하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