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균도 사랑을 아는데 - 세상을 연결하는 가장 작은 생명들
김응빈 지음 / 사회평론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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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세균이라고 하면 보통 가장 먼저 ‘없애야 하는 것’을 떠올리게 된다. 깨끗하게 씻고, 소독하고, 가까이하지 않아야 하는 존재. 나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런데 김응빈의 『세균도 사랑을 아는데』를 읽으면서 세균과 미생물을 바라보는 시선이 조금 달라졌다. 이 책에서 만나는 미생물은 단순히 질병을 일으키는 존재가 아니다. 식물의 뿌리 주변에서 서로 영향을 주고받고, 다른 생명체와 물질을 교환하며, 인간의 몸속에서도 수많은 미생물이 함께 살아간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생명은 훨씬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공생’에 대한 이야기였다. 책에서는 “생물은 서로 어울려 살아갑니다. 혼자 사는 생물은 어디에도 없습니다.”라는 문장을 통해 생명이 관계 속에서 살아간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자연을 경쟁과 생존의 관점에서만 바라보던 시선에서 조금 벗어나게 하는 이야기였다.

미생물의 세계를 설명하면서 리더십과 팔로어십을 이야기하는 부분도 흥미로웠다. “리더십은 곧 팔로어십이고, 팔로어십은 곧 리더십입니다.”라는 문장처럼 생명체 사이의 관계는 한쪽이 계속 이끌고 다른 한쪽이 계속 따르는 단순한 구조가 아니다. 상황에 따라 역할이 달라지고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 사람 사이의 관계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태지위’라는 개념도 기억에 남는다. 모든 생명체가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자리에서 살아가며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는 이야기다. 책에 나오는 “핵심은 ‘생태지위’ 상호존중입니다.”라는 문장은 자연의 이야기를 넘어 사람을 바라보는 태도까지 생각하게 했다. 사람마다 잘하는 것과 어려워하는 것이 다르고, 살아가는 속도도 다르다. 꼭 같은 방식으로 살아야 하는 것은 아닐 텐데 우리는 자꾸 서로를 비교한다.

사람 사이의 ‘거리’에 대한 이야기도 좋았다. “모든 인간관계에는 저마다 알맞은 거리가 필요합니다.”라는 문장처럼 가까운 관계라고 해서 언제나 더 가까워져야 하는 것은 아니다. 도움과 간섭의 차이, 관심과 집착의 차이처럼 관계에는 서로에게 편안한 거리가 필요하다. 아주 작은 미생물의 관계를 이야기하던 책에서 인간관계에 대한 생각까지 이어지는 점이 이 책의 재미였다.

후반부에서 다루는 생명 네트워크에 대한 이야기도 인상적이다. 식물과 균류의 관계, 미생물의 역할, 물질의 순환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가 독립된 생명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수많은 관계 속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지구에 사는 모든 생물은 미생물을 통해 연결된 거대한 ‘생명 네트워크’나 다름없습니다.”라는 문장이 그 내용을 잘 보여준다.

생명과 죽음에 대한 관점도 조금 달라졌다. 생명체가 죽은 뒤 분해되고, 그 물질이 다시 다른 생명의 자원이 되는 과정을 보면 자연에서 끝과 시작은 완전히 분리되어 있지 않다. 하나의 생명이 사라지는 과정도 더 큰 생태계에서는 순환의 일부가 된다.

그래서 이 책은 단순히 세균과 미생물에 대해 알려주는 과학책으로만 읽히지 않았다. 물론 미생물과 공생, 생태계와 생명 네트워크에 대한 과학적 이야기가 중심에 있지만, 그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생각하게 된다.

나는 누구의 도움을 받으며 살아가고 있는지, 다른 사람의 다름을 얼마나 인정하고 있는지, 가까운 사람에게 적당한 거리를 두고 있는지 돌아보게 된다.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거창한 교훈을 앞세우지 않고 아주 작은 생명의 세계를 보여주면서 생각할 거리를 건네준다는 점이다.

세균을 이야기하는데 사람을 생각하게 되는 책.

미생물과 세균이 궁금한 사람에게도, 과학 지식을 넘어 생명과 공생, 관계에 대해 생각해 보고 싶은 사람에게도 흥미롭게 읽힐 책이다.

세균 이야기를 읽었는데, 책을 덮고 나니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생각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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