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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어로 듣고 읽는 성경이야기 - 신약 ㅣ 넥서스 Chinese 중한문고 11
기획집단 화서당 엮음 / 넥서스 / 2002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넥서스의 이번 [중국어로 듣고 읽는 성경이야기-舊約/新約]은, 다른 이들에게도 재미있고 유익하게 다가갈 이야기를 많이 담고 있지만, 내용이 내용인지라 다른 학습자들보다도 '기독교인 중국어 학습자들'에게 더 반갑게 다가갈 것 같다. 특히, 내 경우엔, 신앙적으로나 중국어 학습자로서나 부족한 점이 많아 한정적인 시간 속에서 뭔가'동시 공략'할 만한 것이 있었으면 했었던 터라, 이번 출간이 무척 반가웠다. 그래서, 여기에 실린 내용들을 모두 외워봐야겠단 생각으로 매일 조금씩 외워보고 있다. 그런데, 익히 알고 있는 내용이라서 그런지 전체 흐름이 마음속에 든든한 틀로 잡혀 있어, 그 위에 중국어를 입혀주는 것이 다른 교재들을 대할 때보다 훨씬 수월했다. 단어 단위를 넘어 문장 단위 때론 문단 단위로까지 외우는데도 쉽게 느껴질 때도 있었다. 이렇게 외워나가기 시작하면서, 우리말로 자주 읽어본 내용인데도, 한 번도 생각하지 않았거나 결코 느끼지 못했던 것들을 만나기도 했다.
우선은, '제자'라는 단어가 '門徒'인 것이 흥미로웠다. 왜냐면, 잠언의 8장34절 '내 문 곁에서 기다리는 자는 복이 있나니'[在我門口仰望, 那人便爲有福]라는 구절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씨뿌리는 자'의 비유에선 더 이상 새로울 게 있을가 했는데, 예수님이 '좋은 땅'에 뿌리운 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시며 '하나님의 나라는 바로 이러한 사람들의 마음속에 있다'라고 하신 부분을, [天國就在這些人的心里存在]로 보니, <마음 '심'>자가 상형자라서 그랬는지 머릿속에 그림이 명확히 그려지면서 정말 '하나님의 나라는 여기 있다 저기 있다 할 것이 아니요 너희 마음<心속>에 있느니라<存在>'는 말씀이 더 마음속 깊이 느껴졌다. 이렇게 중국어로 성경을 읽는 동안 힘들기도 하고 부담이 되기도 했지만, 오히려 이런 점이 더 집중해서 읽고 깊이 음미하게 했을 뿐 아니라, 특히 마음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고 있는 新約의 경우엔, 漢字가 그 뜻을 이룬 모양과 원리 때문인지 마음속에 더 강한 인상(印象)을 남게 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전체적인 구성과 편집은 넥서스의 책답게 깔끔하고 산뜻하다. 다만, 문고판으로 그 내용이 축소되는 과정에서 발생한 한계점 탓인지, 약간의 아쉬움이 드러나 좀 더 세심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新舊約 각각 전체적인 흐름엔 지장이 거의 없지만, 한 두 군데씩 한 구절 정도의 보충적인 내용이 있었으면 좋겠다 싶은 부분도 있고, 수식어구의 부재로 인해서, 원문과 같은 깊이나 섬세함을 느껴기엔 무리가 있는 부분도 있다. 하지만, 중국어로는 [한글개역성경] 보듯 못 보는 '지금의' 내 실력으로 '발돋움을 위한 좋은 길잡이'를 두고서 왈가왈부하는 건 괜스런 욕심이지 않나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테이프는 한 개인데, 舊約은 남자성우, 新約은 여자 성우의 목소리로 녹음되어있다. 그런데, 성경 이야기라서 그랬는지, 감정이입이나 호흡조절 면에서 생동감이 떨어지는 편이라 사람에 따라선 다소 딱딱하단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예수님이 '씨뿌리는 자'의 비유를 설명하실 때 '들을 귀 있는 자는 들으라'[有耳可聽的, 就應當聽]라고 하신 부분이 있는데, 사실, 지금의 내 중국어 실력은 이 '들을 귀'가 없어서 잘 듣지 못하고 들어도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 '아직은' 훨씬 더 많다. 눈으로 보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예수님이 그 분의 말씀이 한 영혼 속에 어떻게 살아 숨쉬게 되는 이야기를 하신 부분에서 '너희가 나에게 머물러 있으면<常在>내가 그 안에 머물게 되어 내 말<語>이 항상 그 안에 머물게 될 것이다. 이러한 사람은 열매를 맺어 진정한 나의 제자가 될 것이다'라고 하신 말씀을 내 중국어 실력에 비추어 생각해볼 때, 마음속에 한 가지 바램을 갖게 된다. 중국어도 매일 꾸준히 내 귀와 입에 머물게 하고 그래서 내 마음에 머물게 하다보면, 아직 영글지 못한 내 중국어 실력도 때가 이르면 열매 맺을 수 있을 거라고 말이다. 내 귀와 입을 중국어에 열어두어 '좋은 땅'이 되기 위한 수고는 계속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