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루 필사 헤르만 헤세 데미안편
데미안을 필사하며 읽는 경험은 단순한 독서보다 훨씬 깊은 사유를 요구합니다. 문장을 손끝으로 옮기는 동안 싱클레어의 내면 성장이 더 또렷하게 다가오고, 헤르만 헤세가 말하고자 한 ‘자기 안의 빛과 어둠’이라는 주제가 생생하게 살아납니다.
특히 필사는 문장을 빠르게 흘려보내지 못하게 하기에, 각 단어가 품은 상징과 질문에 자연스럽게 멈춰 서게 되는데 아브락사스의 세계관, 선과 악을 이분법으로 보지 않는 시선, 그리고 진짜 ‘나’로 태어나기 위해 겪어야 하는 고독의 과정 등이 필사를 통해 더욱 선명하게 파고들게 만듭니다.
이 책은 단순한 필사 노트가 아니라 ‘데미안’을 자신의 삶에 들여오는 하나의 의식처럼 느껴집니다. 반복되는 문장 속에서 마음이 묘하게 정돈되고, 스스로의 내면을 천천히 들여다보게 됩니다. 헤세의 문장과 함께 하루를 채우다 보면, 결국 우리 모두는 진짜 자신이 되는 길 위에 있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하게 되는 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