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라흐마니노프 : 피아노 협주곡 1-4번 & 파가니니 주제에 의한 랩소디 [2CD 디지팩]
라흐마니노프 (Sergei Rachmaninov) 작곡, 두다멜 (Gustavo Dudam / 유니버설(Universal) / 2023년 9월
평점 :
품절
새롭다. 흔히 우리가 익히 명연으로 알고있는 리히테르나 볼로도스,소콜로프 같은 러시아 피아니즘의 중후하고 두터운 음색과는 다른 결의 연주다. 유자 왕은 청명하고 탱글탱글한 음색과 거침없는 타건을 필두로 고루 깔끔한 연주를 들려준다. 현대음악도 곧잘 연주하는 그녀여서인지 재즈 풍이 느껴지는 현대적인 느낌의 협주곡 4번과 각 변주마다 캐릭터가 다양한 파가니니 광시곡은 이번 앨범 중에서 발군이다.
다만 2번,3번 협주곡에서의 깊이가 아쉽다. 그건 아마 중후한 맛에 길들여져있는 내 자신의 탓일 수도 있겠지만, 한가지 분명한 것은 매력적인 연주라는 점.
항상 그녀를 따라다니는 수식어인 '테크니션'이라는 표현을 이번에도 안 빌릴 수가 없는데 그녀의 기술은 정말 독보적이다. 빠른 음형의 패시지에서 한음을 놓치지도 않고 모든 음을 고르게 들려줄 수 있는지. 그렇다고해서 기계적이지도 않다. 특히 협주곡 3번 3악장 초반부에서 왼손을 살려 베이스 라인을 돋보이는 부분이 가장 인상깊다.
지휘자 두다멜과 로스엔젤레스 필하모닉과의 합도 정말 좋다. 두다멜이 이끄는 악단에서 뿜어져나오는 활력이 유자왕과 곧잘 어울려 멋진 시너지 효과를 낸다. 이 젊은 아티스트들이 만들어낸 생기 넘치는 라흐마니노프는 단연코 요근래 협주곡 디스코그래피들 중 가장 눈에 띄는 결과물이 아닐까라고 생각한다. (최근 동시에 나온 본드라체크의 라흐마니노프 협주곡 음반과 더불어)
P.S 개인적으로 유자왕이 다음 레코딩으로 메켈레와 프로코피에프 피아노 협주곡 전곡을 녹음해주면 어떨까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