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은 책

사라진 이틀 ㅣ 미스티 아일랜드 Misty Island
요코야마 히데오 지음 / 들녘 / 2004년 8월

다 읽고 나서 지금 생각해보니 데뷔작인 루팡의 소식과 이 책 상당히 닮은 것 같다. 용의자가 경찰 앞에서 말하는 모습 하며 화자가 한 사람이 아니라 여러 사람이 이야기 한다는 점이 말이다. 루팡의 소식을 일고 얼마 안 돼서 이 책을 읽은 나로서는 비슷한 분위기에 상당히 빨리 빠질 수 있었다. 루팡의 소식을 읽기 전에 이 책을 읽으려고 첫 페이지를 넘길 때 마다 왠지 그만 읽고 싶어졌는데 이번에는 무언가 내 머릿속이랄까 마음속이랄까 흐름상 그냥 죽 읽혀졌다. 그만큼 루팡의 소식과 사라진 이틀은 구조상 상당히 닮았다.
전에 루팡의 소식을 읽었을 때도 든 생각이지만 이 요코야마 히데오 라는 작가 경찰이라는 조직을 상당히 좋아하나보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경찰 한명이 화자로 등장한다. 그뿐이겠는가 주인공 자체도 전직경찰이다. 사건을 일으켰을 때는 현직 경찰이었지만, 경찰과 함께 조직의 대표 격인 검찰이라는 조직을 대표해서 검사 한명, 나 같은 일반 사람들에게 경찰도 검사도 기자도 물론 멀겠지만 더 멀게 느껴지는 교도관, 이렇게 국가 조직의 대표 격인 인물 세 명에다가 검사와 대조된다고도 할 수 있는 변호사 한명, 마지막으로 작가가 전직 이쪽 출신이어서 그런지, 좀 더 현실적으로 느껴졌던 기자 한명, 이렇게 5명이 각각 용의자를 보고 느낀 것들을 풀어쓰는 이 글은 한 사건 안에서도 한 사람 한사람마다 사건을 다르게 볼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그게 바로 내가 좋아하는 점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그리고 읽자마자 든 생각은 역자의 말대로 미스테리 소설 이라기보다는 촌탁살인이라는 사회적 이슈가 될 만한 소재를 작가 나름대로 풀어낸 책이라고 생각한다. 근데 이 책 보고 처음 촌탁살인이라는 용어를 알았다. 행위는 알았어도 용어로는 몰랐는데 말이다. 우리나라도 그런지는 잘 모르지만 촌탁살인이라고 인정받기가 힘들지만 (일본 드라마 비기너의 한 에피소드처럼) 일단 인정받으면 살인이라고는 하나 길어야 형이 7년이고 대개의 경우 3~5년의 형을 받는다니......그렇다 세상에는 이런저런 상황에 있는 사람이 존재하는 것이다. 근데 정말이지 비기너를 보면 촌탁살인이라고 보기 어렵던데 이 주인공은 경찰이라서 그런지 우선 촌탁 살인이라고 인정하고 들어가는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