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로테스크
기리노 나쓰오 지음, 윤성원 옮김 / 문학사상사 / 2005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기리노 나쓰오의 작품이라는 점에서 두말 않고 고를 수 있었던 그로테스크. 일본 미스터리 카페에서 뚜벅이님이 올려주신 글을 보니까 이 책은 기리노 나쓰오의 책중에서 가장 육중한 무게를 자랑하는 책이었다. 저번에 잔학기를 읽었을 때에도 실제 있었던 사건을 참고로 했다고 책 표지에 쓰여져 있었는데, 이 책은 아이 작가님이 '동경전력 여사원 매춘부 살인 사건'을 소설화 했다고 밝혔다.
이 책은 주로 세 여성의 시점으로 나눠져서 서술되고 있는데, 유리코와 가즈에 둘다 죽였는지 아니면 유리코만 죽였는지 소설 끝까지 확실한 결말을 주지 않는 장제중 시점에서의 글도 포함 되어 있다. 이렇게 작가가 한가지 사건, 한사람에 대해서 여러 사람의 시점에서 씌어짐으로써 어느게 진정한 사실이고 거짓인지 모르게 되어 독자로 하여금 소설의 재미를 더욱더 느끼게 해주고 있다. 만일 남성 독자가 봤다면 장제중의 진술서가 더 가슴에 와닿을 수 도 있다. 하지만 난 여성 독자이므로 여성의 시점에 더 동감이 가긴 하지만,  자신에게 일어난 모든 나쁜 일들을 유리코와 가즈에의 탓으로 돌리는 화자인 '나'에게는 영 정이 안간다. 어찌그리 불만이 많은지, 세상에 모든 것이 다 불만으로 투덜투덜 거린다.Q여고에 다닐때 자신보다 잘 사는 아이가 아니거나, 자신보다 무언가 떨어지는 아이가 있다면, 사람을 아래로 보고 깔보는 태도를 갖고 있는 화자인 '나'가 아직도 살아 있는 것이 신기했다. 오히려 이 삐뚤어진 성격을 가진 사람이 다른 사람보다 더 빨리 죽었어야 햇을 텐데 소설 마지막에 유리오와 함께 매춘을 시작하긴 하지만 오히려 유리오를 만나서 삶의 활력소를 찾은듯 전보다 더 팔팔히 살아 있으니...
 나에게는 화자인'나'의 성격도 그렇고 이야기도 마음에 안 들었지만 유리코의 수기는 마음에 들었다. 유리코는 무엇이 그렇게 모자랐기에 SEX를 통해서 안정을 찾아야 했었을까?안쓰러운 마음이 들 뿐이다. 소설속에 나와 있는 것처럼 그렇게 예쁘다면 미모로 Q여고로 들어갔을 때 기지마의 아들에게 넘어가지 말고 좀더 제대로 학교 생활을 했으면 참 좋은 생활을 가질 수 있었을텐데 유리코를 창녀로 내본 환경이 내가 못내 아쉬었다. 무언가 정상적으로 보이지 않는 유리코의 가족들, 유리코가 죽어도 슬퍼하지 않고 오히려 질투하며 죽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가진 화자'나'를 언니로 가지고, 해외로 이주했으면 적응해야하는데 적응할 생각을 갖지 않고 항상 아버지에게 기가 죽어서 사는 '어머니' 그리고 구두쇠에 바람을 피운 외국인'아버지'를 두고나서 정상적으로 자라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유리코는 이런 좋지 못한 환경에서 '나'와 는 달리 단지 외적으로 분출했던 것이고 '나'는 계속 내적으로 쌓아놓고 불만을 터트리다가, 유리오와 만나면서 드디어 분출하는 것 이 아닐까.
 유리코의 아름다운 외모는 그렇게 질투했으면서 유리코의 아들의 아름다움에는 왜 그리 넘어가는지 이해 못하겠는 '나'. 성이 다르기 때문에 좀더 관대한 시선으로 볼 수 있었던 것일까?
 가즈에는 계속해서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의 신념아래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이 안쓰러워 보이고 화자인 '나'가 눈치 없고 노력하는 가즈에를 가지고 놀 때마다 가즈에게 소리치고 싶었다. 이제 그만 눈치채 라고! 이 소설을 일본 드라마 '식탐정' 과 같이 보았는데 식탐정 에서는 계속해서 노력하면 어떻게든 된다 라는 대사가 계속 나온다. 가즈에가 명문대를 졸업해서 일류기업에 부실장이라는 지위까지 올라서 억대 연봉을 받는 겉으로 보면 어떻게든 된 것 같지만, 내적으로는 어떻게도 되지 않은 가즈에를 보면서 드라마와 소설 사이의 모순에 뭐라고 설명할 수 없는 기분을 느꼈다.
 이 책을 읽기전에 내가 잘 가는 카페의 분들이 그로테스크를 보고나면 다른 일본 미스테리 소설을 보면서 충격 받을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여성인 나의 가슴속 깊은 곳에 꿈틀대고 있는 나도 잘 모르던 욕망과 그밖에 기본적인 감정들을 세 명을 통해 아니 미쓰루까지 합해서 네명이 드러내고 있으니 소설을 읽으면서 발개벗겨진 느낌이 들었다, 이 소설이 여타 소설과는 달리 잔인한 면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어떻게 보면 더 잔인한 인간의 한면을 볼 수 있어서 카페의 회원분이 그런 말씀을 하신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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