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타워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5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내가 일본 문학을 좋아하게 된 계기는 도서관에서 하느님의 보트를 읽고 난 후이다. 에쿠니 가오리님의 책 중에서 처음으로 알게 된 하느님의 보트는 나에게 충격을 주었고 일본 문학에 매력에 빠져들게 만들었다. 그런 에쿠니 가오리님의 작품이라서 많은 작품 중에서 고르기가 힘들었지만 도쿄타워라는 책을 고르게 된 이유는 이렇다. 수능 이 끝나자마자 본 영화여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오카다 준이치, 마츠모토 준, 구로키 히토미 등 내가 좋아하는 배우도 나오고, 너무나도 영상미가 예뻤던, 에쿠니 가오리님의 느낌이 너무나도 잘 배어있었던 도쿄타워라는 영화가 마음속에 남아서 이 책을 다시 보게 되었다.
스물 한 살의 토오루는 평범한 대학생이지만, 비밀스런 사랑을 진행 중이다. 그의 연인은 돈 많은 남편을 둔 세련되고 고급스러운 삶을 살아가는 40대의 시후미. 3년 전, 두 사람은 처음 만났던 그 순간 사랑에 빠졌고, 그때부터 토오루에게 시후미는 삶의 전부가 되어버렸다. 라흐마니노프, 그레이엄 그린 등 시후미가 좋아하는 것들에 둘러싸여 토오루는 온종일 그녀의 전화만을 기다린다. 토오루가 사랑에 모든 것을 거는 반면, 토오루의 친구 코지는 연상의 유부녀를 즐겨 사귀는 귀여운 바람둥이이이다. 자기를 이해하지 못하는 남편과 사는 30대의 유부녀 키미코와 만나면서 마냥 재밌어 한다. 키미코 역시 진지함은 없지만, 웃음과 위안을 주는 코지와의 만남에 점점 집착하게 되고, 시간이 흐를수록 과감한 애정행각도 서슴지 않는다. 그런 그녀의 모습에 때로는 당황하면서도 코지는 쉽사리 그녀를 떠나지 못한다. 자신이 결혼하더라도 키미코 와의 육체관계만은 포기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던 코지는 불분명한하고 진정한 사랑이 느껴지는 그의 태도 때문에 키미코 에게도 차이고 애인인 유리에게도 차이고 만다.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도쿄타워는 책 곳곳에 나오고 있는데, 토오루에 대한 작가의 생각, 암시를 보여주는 것 같다.63p‘밤의 도쿄타워는 온화한 불빛으로 빙 둘러져, 그자체가 빛을 발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곧은 몸 으로,밤하늘을 향해 우뚝 서서‘ 밤하늘을 향해 우뚝 서있는 도쿄타워는 사회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사랑을 하고 있는 토오루를 보여준다. 그런 사회 속에 살아가지만 토오루의 온화한 사랑으로 곧고 당당하게 우뚝 서있는 토오루의 모습을 보여준다.88p '한낮의 도쿄 타워는 수수하고 온화한 아저씨 같다. 초등학교를 오가는 길에 토오루는 언제나 그렇게 생각했다. 수수하고 온화한, 견실하고 마음 푸근한‘ 여기서의 도쿄타워는 토오루의 사랑에 대한 태도를 보여주고 있다. 사랑하는 시후미 에게 온화하게 그리고 견실하고 성실하게 대하면서도 마음 푸근히 시후미를 생각하는 그런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다.125p  ’도쿄타워가 작게, 그러나 밝게 보인다‘  라는 부분에서 토오루 와 시후미의 사랑이 힘든 여건 속에 있지만 토오루의 순수한 사랑이 그들의 미래를 밝게 해준다는 것을 작가가 암시하고 있다. 205p '6시가 지나고, 바깥이 마침내 어두워지기 시작한다. 도쿄타워가 조용히 서있다.’ 시후미 와의 즐거웠어야했던 여행이 남편 아사노의  갑작스런 등장으로 인해, 자신이 시후미 곁에서 사라져야한다는 심적 상처와, 그렇게 밖에 할 수 없는 자신의 위치를 도쿄타워가 조용히 서있다는 것을 보여주므로써 정체되어 있는 토오루를 보여주고 있다.
이 소설의 두 남자 토오루, 코우지 모두 연상의 여자를 좋아한다. 이 소설에서 연상의 여자가 가지는 의미가 무엇일까? 우선 코우지는 연상의 여자를 좋아하는 이유를 ‘연상의 여자는 천진난만 하다’라고 말한다. 코우지 라는 인물은 이성적인 성격의 소유자이다. 여자친구인 유리를 좋아한다고 말하기는 하지만 속으로는 아마도..라고 생각하고. 코우지의 친구인 토오루도 '그녀석은 누군가를 진심으로 좋아하지 않으니까‘라고 말할 정도로 진정으로 누군가를 좋아한 적이 없는, 감정보다는 육체적인 만족이 더 우선적인 코우지에게, 자신이 부족한 천진난만함, 어찌 보면 코우지 에게는 찾아 볼 수 없는 그런 점을 연상의 여자로부터 찾고 있는 것이 아닐까? 라고 생각한다. 토오루에게 있어서 연상의 여자란, 무미건조한 생활에 불을 지펴주면서, 부모의 이혼으로 애정을 받지 못한 토오루에게 모성이라는 감정을 느끼게 해주는 존재라고 생각한다. 시후미는 토오루와 만나면 육체적인 관계보다는 토오루가 이야기 하는 것을 들어주는 것을 좋아한다. 항상 바쁜 어머니와 따로 살아가는 아버지의 대화와 관심의 부족을 토오루는 누군가가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준다는 점과 자신을 애정으로 보살펴준다는 점에서. 대화와 관심의 부족을 충족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눈이라는 소재를 통하여 인물들의 성격을 보여주고 있다. ‘토오루는 눈을 좋아한다. 온 거리가 일시에 평소와 다른 표정이 된다. 밟아 다져진 눈을 다시 밟을 때, 신발 바닥이 뿌득뿌득 내려앉는 느낌도 좋다’  와는 반대로 시후미는 ‘ 길의 눈은 싫어. 그게 말야, 녹을 때 지저분하고 기분도 울적하지 않아? 라고 말한다. 아이들은 눈을 좋아한다. 아이들에게는 넘어져서 아프다거나 치우느라 힘들겠다 라는 그런 생각은 없다. 마냥 눈이 좋아서, 친구들과 놀고 싶을 뿐이다. 하지만 어른들에게 눈은 골치 덩어리가 된다. 잘못 디뎌서 넘어지면 허리디스크로 고생할 수 도 있고, 미끄러질까봐 속도 조심하고, 사고가 자주 일어나 길도 막힌다. 그리고 눈이 내리고 난 다음에 며칠이 지난 후 지저분함을 알정도로 인생의 쓴맛도 안다. 눈이라는 제재를 통해 새하얀 눈을 좋아하는 토오루의 아이 같은 천진난만함을 보여주면서  어른인 시후미의 이성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감정적인 토오루와 감정과 이성을 다룰 줄 아는 어른여자 시후미, 둘이서 균형을 이뤄나감으로써 이들의 사랑이 더 견고해 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빨간 피아트 팬더. 키미코와 코우지 두 사람이 처음 만난 계기가 된 것이 바로 이 빨간 자동차이다. 이 빨간 자동차는 코우지와 키미코가 처음 만난 계기를 주는 것 뿐 만 아니라, 키미코 의 성격을 말해준다. 키미코에게 이 빨간 자동차가 아닌 보통 돈 많은 아줌마들의 검은 세단 차 는 어울리지 않는다. 이 자그마하면서도 빨간 자동차가 자그마한 육체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새빨간 열정과 육체를 가진 키미코 를 그대로 상징하고 있다.
이 책에서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를 뽑으라면 나는 토오루 를 뽑겠다.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모든 것을 다 받치고 그 사랑을 위해 노력하는 토오루의 모습이 너무나도 좋다. 그리고 그런 캐릭터를 에쿠니 가오리님의 여성특유의 섬세하게 그려내어서 더욱더 가슴에 와 닿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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