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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보면 매혹적인 죽음의 역사
기류 미사오 지음, 김성기 옮김 / 노블마인 / 2007년 3월
평점 :
절판
로맨스 물보다도 미스테리, 추리물을 더 좋아하는 나에게 알고 보면 매혹적인 죽음의 역사라는 제목은 당연히 눈길을 끌게 만드는 책이었다. 거기에 중학교 때 미성년자는 볼 수 없는 알고 보면 무시무시한 그림동화도 몰래 빌려서 본 나에게 같은 작가의 책을 본다는 것은 상당한 기대감마저 들게 했다. 그렇다면 이 책은 그런 나의 기대감을 충족시켜줄까?
네크로필리아와 소녀 컬렉션, 현실속의 네크로필리아 그리고 시간(屍姦)은 상당히 흥미가 가는 챕터였다. 네크로필리아의 의미서부터 실제 네크로필리아의 사례까지 그리고 문학 속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네크로필리아를 보면서 실제로 이런 일들이 발생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음양사라는 책에서도 욕망을 풀지 못하는 노승이 죽은 여자와 관계를 맺는 것을 처음 보았을 때 깜짝 놀랐었다. 하지만 살육에 이르는 병을 보면서 이것이 시간이라고 부르는 것을 알았고 이 책을 보면서 물론 흔하지는 않겠지만 그런 네크로필리아라는 증상을 가지고 행동하는 사람이 실제로 존재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된다. 그런 네크로필리아와 시간에 대한 궁금한 것을 짧지만 어느 정도 머릿속에서 정리할 수 있었던 챕터였었다.
요즘 서양미술의 이해를 교양수업으로 듣기에 자세하지는 않지만 여러 가지가 머릿속에 들어가 있었다. 그런 여러 가지 것들이 머릿속에 들어가 있는 것이 은근히 자랑스러웠던 것이 착시 현상을 이용한 그림속의 해골 이라는 챕터였다. 수업을 들어 할스 홀바인의<대사들>에 해골이 그려져 있다는 것과 그리고 그 해골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고 있었기는 하지만 책 속에서 내가 배운 것을 배경과 함께 더 자세히 알 수 있었고 그리고 그것을 알고 있는 나에게 일순 뿌듯함을 느꼈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아내를 빼앗기고 결투를 신청한 남자 알렉산드로 푸슈킨이라는 챕터였다. 한 달 전인가 만화책을 빌렸는데 그 내용이 바로 이 책 속의 내용그대로였다. 러시아의 궁정모습과 그리고 대문호들을 그려내서 상당히 재미나게 읽었던 만화책이었었다. 픽션 인줄로 알았었는데 논픽션이었던 것이라니, 아직 만화책이 결말이 나지 않아서 어떻게 되는지 조마조마 했었는데, 이 책이 스포일러가 되고 말았다. 하지만 이 시대는 정말 결투가 문제였다고 생각한다. 결투로 인해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은 것인가! 로맨스 소설에만 나오는 줄 알았는데 실제로 이렇게 결투를 했었고 그리고 이렇게 많이 죽었다니, 잘생긴 젊은 청년들이 죽었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아프다.
이 책을 읽으면서 궁금해진 것이 사드후작이라는 인물이다. 이 책에서 사드후작의 작품을 많이 인용하는데 도대체 어떤 인물이었는지 궁금하다. 이 책에 나온 그의 작품의 내용은 하나같이 잔인하기 짝이 없다. 어떤 인물이기에 후작이라는 작위를 가진 귀족이 이런 작품을 남겼을지 정말 궁금하다.
내가 관심 있어 하는 주제이고 흥미 있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하나 아쉬운 점이 있다면 너무나도 서양의 죽음의 역사에 치중되어있다는 것이다. 작가는 일본인이다. 물론 일본사람이라고 해서 동양에 대한 것만 조사해서는 안 되겠지만 동양에 관련된 것이라고는 중국의 자살이라는 챕터밖에 없었다. 작가 자신이 동양인이기에 동양의 죽음의 역사는 더 쉽게 조사할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일본인인데도 서양의 역사를 위주로 쓴 그의 책을 보면서, 지금의 일본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아서 아쉬움이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