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하고 나는 생각했다-나도 희망에 불타던 정상적인 인간이었다. 고교 시절에는 클래런스 대로의 전기를 읽고 변호사가 되기를 꿈꾸었다. 성적도 나쁘지 않았다. 고등학교 3학년 떄 반에서 '가장 큰 인물이 될 것 같은 사람' 투표를 했을 때는 2등을 한 적도 있따. 그리고 비교적 멀쩡한 대학의 법학부에도 들어갔다. 그러다 어딘가에서 삐끗해버린 것이다.
나는 주방 식탁에 턱을 괴고 앉아 그것에 관해-대체 언제 어디서 내 인생이 어긋나기 시작했는지에 관해-좀 생각해보았다. 그러나 알 수 없었다. 특별히 짚이는 시점이나 사건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학생운동을 하다 좌절한 것도 아니고, 대학에 실망한 것도 아니며, 특별히 여자한테 미친 적도 없다. 나는 나로 지극히 평범하게 살아왔다. 그런데 대학 졸업을 앞둔 어느 날, 갑자기 나 자신이 예전의 내가 아니란 사실을 깨닫게 된 것이다. (태엽 감는 새와 화요일의 여자들 중)-175쪽
"있잖아요, 제가 질문이 너무 많나요?" 소녀는 이렇게 말하며 선글라스 너머로 내 눈을 들여다보았다.
"그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니?" 나는 물어보았다.
"가끔요."
"질문하는 건 나쁜 게 아냐. 질문을 받으면 상대도 뭔가를 생각하게 되니까."
"그렇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무 생각도 하지 않아요." 소녀는 발끝을 보면서 말했다. "모두 적당히 대답할 뿐이에요."
(태엽 감는 새와 화요일의 여자들 중)-20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