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모래와 바람과 빛과 밤의 남자와 여자들이었다. 그들은 마치 꿈속에서처럼 모래언덕 꼭대기에 나타났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에서 내려온 듯, 공간의 혹독함이 사지 속에 배인 듯한 모습으로. 허기, 입술이 갈라 터져 피가 배어 나오는 갈증, 태양만이 번득이는 잔혹한 침묵, 추운 밤, 은하수의 섬광 그리고 달. 이 모든 것을 그들은 몸속에 품고 있었다.-9쪽
두려움의 소리가 랄라에게 들리는 날이 있다. 그것이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양철판 위를 두드리는 둔중한 소리 같기도 하고, 귀를 통해 들리는 것이 아니라 발바닥에서부터 올라와 몸속에서 울리는 먹먹한 소음 같기도 한 소리가 들려오는 것이다. 이것이 고독이다. 그리고 어쩌면 허기인지도 모른다. 다정함과 빛과 노래의 허기. 모든 것에 대한 허기의 소리인지도 모른다. -314쪽
그러나 더러운 큰 건물은 그 높은 키로 사람들을 짓누르며 그대로 우뚝 서 있다. 핏빛 같은 잔인한 눈을 굴리며 꼼짝 않고 서 있는 이 괴물들은 여자와 남자들을 통째로 집어삼킨다. 괴물의 내장 속에서 젊은 여자들은 얼룩진 낡은 침대 매트에 드러누워 말 없는 남자들의 불씨처럼 타오그로 있는 성기에 단 몇 초 동안을 소유 당하고 있다. 그리고 그 남자들은 침대 가에 놓인 담배가 다 타버릴 시간도 두지 않은 채 옷을 입고 가버린다. 사랑을 삼켜버리는 괴물 같은 건물 내부에는 늙은 여인들이 자신들을 짓누르고 그녀들의 노란 살을 더럽히는 육중한 남자 밑에 깔려 누워 있다. 그러면 이 모든 여인들의 뱃속에는 공허가 잉태된다. 이 강렬하고 차디찬 공허는 그들의 뱃속에서 빠져나와 바람이 되어 끝없는 소용돌이를 일으키면서 골목길과 거리를 따라 분다.-33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