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만화책에는 표현되어 있지 않지만 실제 소설은 다음과 같은 말로 끝을 맺고 있다. "다뤼는 하늘과 고원, 그리고 저 너머 바다에 이르기까지 펼쳐진 보이지 않는 땅끝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가 그토록 사랑했던 이 광막한 고장에서 그는 혼자였다." 고독하지만 스스로 "왕"인 양 느꼈던 이 드넓은 고원이 귀양살이의 "적지"로 변한 것이다.

"하늘과 고원, 그리고 저 너머 바다에 이르기까지 펼쳐진 보이지 않는 땅끝"과 같은 광대한 적지는 알제리라는 한 지리적 공간을 훨씬 넘어선다. 이곳은 인간이 사는 세상 전체요 삶 전체다. 그 광막한곳에 혼자 남은 교사 다뤼의 고독은 이 죽음의 세계에 던져진 인간 그 자체의 존재론적 고독이다. 카뮈는 단순히 알제리의 정치적 상황뿐만이 아니라 이 세상에서 살아가는 인간이 처한 근원적 조건이 바로 이런 양면성의 갈등과 모순이라고 보았다. 우리는 도처에서 이런 풀 수 없는 모순과 갈등의 상황속에 놓이곤 한다. 문학은 이런 모순을 ‘해결‘하자는 것이 아니라 그 조건을 뚜렷하게 ‘의식‘하고 그 고통스러운 조건을 회피하지 않은 채 온몸으로 열정적으로 살아내도록 도와주기 위하여 존재하는 것이다.

결국 알베르 카뮈는 이 작품을 발표한 지 2년 남짓 지난 1960년 1월 4일 친구가 운전하는 자동차를 타고 루르마랭 시골집에서 파리로 가다가 불의의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그로부터 2년 뒤인 1962년에전쟁은 종식되고 알제리는 독립하여 아랍계 무슬림 사회주의 공화국이 되었다. 카뮈와 마찬가지로 알제리 땅에서 태어나 그곳을 유일한 조국으로 여기며 살아가던 프랑스계 알제리 사람들은 재산과 땅을버리고 알제리를 떠나지 않으면 안 되었다.


옮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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