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의 시대, 투자의 자세 - 조바심 내지 않고 시장의 기회를 잡는 법
김동환.김한진.윤지호 지음 / 페이지2(page2)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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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주식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의 연령대가 점점 어려지고 있는듯합니다. 삼성전자 주총에 참석한 초등학생 이야기도 들려오고, 대학가에는 투자 동아리의 인기가 무척 높다는 얘기도 들립니다. 저런 친구들에 비하면 저는 상당히 늦게 주식을 시작했다고 볼 수도 있겠네요.

저의 첫 주식 투자 이야기로 시작을 해볼까 합니다. 저는 2014년 남들보다 조금 늦게 사회에 첫발을 내디뎠습니다.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한미약품부터 시작해 바이오 관련주를 선두로 한 호황장이 시작되었습니다. 주변에서 주식 얘기가 끊이지 않았고 제가 몸담은 회사가 제약회사였기 때문에 유독 더 민감하게 반응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실제로 저희 회사의 주가도 여러 가지 호재와 함께 역대 최고가를 형성하고 있었고요. 그러나 전 그때까지만 해도 주식과 같은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보다는 은행을 믿고 있었고 재테크에도 크게 관심을 두지는 않았었습니다. 내심 나와는 관계없는 일이라고 미리 선을 긋고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적금 만기가 몇 번 돌아왔을 만큼의 시간이 흘렀던 어느 날, 안전자산만 추구하던 제가 생애 처음으로 주식계좌를 하나 개설하였습니다. 1%대까지 내려온 적금 금리에 대한 실망, 마침 적극적으로 수수료 혜택으로 홍보하던 증권사 광고의 합작품에 홀린 듯 움직였던 것 같아요. 그렇게 개설한 계좌에 당시 여윳돈 수백만 원 정도를 넣고 호기롭게 시작을 했습니다. 그렇게 뜸 들여서 시작을 한 것과는 다르게 막상 시작하니 거침없이 주식 거래를 이어갔습니다. 그리고 그 돈들이 딱 절반이 되는데도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죠. 당시에는 꽤나 충격이었습니다만 지금 생각해 보면 경제에 관련된 공부 같은 걸 따로 하지도 않았고, 내가 매수하려는 회사가 어떤 회사인지 자세히 알아보지도 않았으며, 주변에서 소문에 겁 없이 움직이면서 요행만 바라왔었는데 당연한 결과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투자는 없어도 되는 돈으로 하는 것이다.’라는 말에 가볍게 시작한 게 더 독이 된 것 같기도 하고요. 그리고 없어도 되는 돈이라고 해도 막상 없어지니 속이 제법 쓰리더라고요. 그렇게 저의 초라한 주식계좌는 제 마음속에 묻어두기로 하고 적금 상품을 가입했네요. 그리고 또 시간이 흘러 2021년이 되었습니다.


저는 남들보다 항상 한 박자 늦게 움직이는 부류의 사람입니다. 작년 한 해의 주가 흐름을 문득 찾아보게 되었는데 아 이번에도 늦은 건가?라는 생각이 지나가더라고요. 그래도 이번엔 이렇게 그냥 보낼 수는 없겠다는 생각과 뭐라도 해볼까 하는 마음이 들었던 찰나, 마침 경제 공부를 열심히 하던 아내의 추천으로 이 책을 집어 들었습니다.


책의 초반부는 투자란 어떻게 접근하고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가에 대한 얘기들로 시작합니다. 읽어가다 보니 저한테 이런 게 정말 필요한 것들이 이런 게 아니었나라는 생각이 읽는 내내 들었습니다. 오래된 선배 투자자로서 후배들에게 애정 어린 조언과 당부를 해주시는 것 같이 느껴지기도 했고요. 차트를 어떻게 읽고 기업을 어떻게 분석하고 매매 기법이 어쩌고 하는 얘기들 보다 제 인생에 있어 더 큰 도움이 될 법한 지침들이 들어있습니다. 이 책의 절반에 해당되는 1부는 이러한 얘기들로 채워져 있습니다. 또한 투자자로서 펀더멘탈을 탄탄히 다질 수 있는 다른 책들의 소개도 알차게 담겨있습니다. 이 책을 다 읽고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는 책 들이죠. 감히 어설프게 미래를 예측하려 하지 말고 현재를 면밀히 관찰하며 냉정하게 분석하여 지금 일어나는 일들을 대처해 나가자는 깨달음. 그리고 항상 깨어있을 수 있게 의지를 다지게 해주는 내용들이었습니다.


이어지는 2부는 어떻게 현재를 읽을 수 있는가, 우린 어떤 것을 관심 있게 봐야 하는가에 대해서 설명합니다. 평소 경제공부를 멀리한 공대생으로서 1회독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부분들도 있었지만 몇 번을 곱씹으며 이것을 내 것으로 만든다면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되었어요. 거시적 관점에서 경제의 순환이란 개념을 처음 접하는 저로서는 그러한 관점이 무척 신선하게 다가오기도 했습니다. 또한 세계 경제 흐름에 우리나라의 위치와 장단점에 대해 생각을 해보게 되기도 하네요. 바이든 정부의 미국, 그리고 중국이란 큰 경제의 두 축 사이에서 그 사이를 잇는 톱니바퀴들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를 관찰하는 것도 상당히 흥미롭게 느껴졌습니다.

한 번도 가지 않은 길을 가고 있는 현 경재 상황을 동시대를 살아가며 직접 목격할 수 있다는 점도 좋은 경험이 될 것 이란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 속에서 난세에 영웅이 난다는 말과 같이 틀림없이 새로운 기회가 찾아올 것, 그리고 그것을 꼭 내 것으로 만들겠다는 의지도 생겨나네요. 코로나와 함께 온 새로운 시대, 산업의 변화와 어떤 기업이 갖는 본질적인 가치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됩니다.

이 책은 몇몇 대단한 성공담으로 화려하게 치장된 기술서가 아닙니다. 물을 떠먹여 주는 게 아니라 물을 대하는 자세, 먹는 방법을 가르쳐 주고 있는 책이죠. 책의 마지막 페이지까지 읽어보니 저와 같이 진지한 마음으로 투자를 시작하는 사람들에게는 정말 좋은 길잡이 역할을 해 줄 것이라 생각되네요.

코스피 3000의 시대입니다. 최근엔 조금 주춤하기도 합니다만 막대한 유동성을 등에 업고 주식 시장은 오늘도 붉은빛입니다. 주식뿐만 아니라 부동산, 가상화폐 등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우스갯소리로 자고 일어나니 벼락 거지가 되었다는 말도 들리고 나만 이런 호황을 놓친 것 같아 아쉬운 마음이 들지도 모르겠습니다. 투자를 오래 이어오신 분들께서는 다른 사례들이 생각나실지도 모르겠지만 저는 15년도의 바이오 관련 주들이 생각나네요. 그때도 이랬으면 어땠을까, 나만 빼고 다 돈 벌었구나 등등… 물론 저는 20년 급등장에도 넋 놓고 구경만 하다가 또 아쉬움만 갖고 그냥 지나 보냈습니다. 그래도 후회는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투자는 평생 하는 것이고 기회는 언제든 다시 올 것이다."


주린이로서 이 책에서 가장 깊게 와닫은 말입니다. 지나고 나니 기회라고 느꼈던 시기가 15년, 20년 이렇게 2번이 있었는데요. 제가 깨어있지 못하여 이 흐름을 놓쳐버렸던 것이지요. 김동환 프로님께서 책 초반에 하신 말씀대로 앞으로는 세상의 변화와 건강한 긴장관계를 유지하며 깨어있으려고 합니다. 저는 한 박자 느린 사람이기에 한두 번 정도는 잘 놓치지만 세 번째는 놓치지 않는 사람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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