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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집은 나를 위한 집 ㅣ 우리학교 그림책 읽는 시간
마리 앤 호버맨 지음, 베티 프레이저 그림, 엄혜숙 옮김 / 우리학교 / 2022년 3월
평점 :
2년 넘게 장기화로 이어이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그림책 모임이 줌으로 많이 생겨나고 있다.
모이기 좋아하고 그림책에 대해 이야기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더 이상은 참기 어려웠는지, 줌 모임을 하면서 챗으로 수다를 짧고도 길게 풀어놓는다.
나 역시 그림책 줌 모임을 통해 이 책을 소개받았다.
엔틱? 레트로?복고풍 그림의 표지가 눈길을 사로잡았고, 요즘 나를 위한 집이 한없이 그리웠던 터라(집엔 나만의 집같이 혼자 있을 공간이 부족하다) 어떤 집을 나를 위한 집으로 골라 소개했을까 궁금했다.
먼저 책을 휙휙 넘기면서 그림을 섭렵했다.
표지처럼 레트로풍 그림들이 안에도 가득했다. 무엇보다 곤충, 동물, 어패류, 집안 집기, 살림살이, 꽃, 나무 들에 세밀한 묘사가 가득했고, 요즘 그림책에서 보지 못한 그림들의 색감과 표현이 매력으로 다가왔다.
첫 번째 나의 집은 역시 예상대로, 나무 위의 작은 집이었다. 외국 영화에서 종종 소개되던, 어릴 적 나도 갖고 싶었던 나무 위의 집에서 한 소년이 책을 읽고 있다. 나만의 아지트...
그다음으로 이어지는 나를 위한 집은 큰 박스 집, 식탁보 아래 공간, 모래 위에 파라솔을 펼치고 만든 좁은 공간, 눈을 쌓아 만든 이글루 같은 눈 집, 정원의 천막 텐트 등이었다.
(내심 장농 안 그림도 나오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그건 없었다.)
그림을 다 넘겨보고 글을 읽어 내려갔다.
시 그림책의 운율이 지루하지 않게, 변주되면서 흘러갔다.
기본적으로 00는 000의 집, 이 문구가 반복되면서 내용도 점점 심화되어 갔다.
롤러코스터를 탄 느낌이었다고 할까? 처음엔 서서히 발동..
흙더미는 개미의 집, 벌통은 벌의 집, 구멍의 두더지의 집, 양탄자 아래 곤충, 새 둥지 속 알,
외양간은 말의 집,닭장은 닭의 집, 조개껍데기는 조개의 집
굴과 바닷가재와 달팽이와 거북은 자신을 보호할 껍데기가 있어...
이글루는 이누이트 족의 집, 차고는 자동차의 집, 부두는 배의 집,
호두껍데기는 호두의 오두막, 하지만 나의 쉼터는 어디일까?
저자는 화자를 아이로 잡고 아늑한 장소, 쉴 장소, 나를 보호할 도구 등을 집으로 생각하고 시를 이어 가고 있다가 드디어 생각의 롤러코스터를 타듯 나를 긴장과 환희, 놀람으로 이끌었다.
차 상자는 티백의 집이고, 찻주전자는 차의 집이지만 네가 차를 한 잔 따라주면 난 그걸 홀짝 마시고 찻집으로 변신하지! 참 재미있는 발상에 재미있는 그림이었다.(이상한 나라의 엘리스가 차를 마시는 장면 오마주)
종이상자는 크래커의 집, 왕궁은 왕의 집, 이 부분도 그림과 보면서 참 재미있었다.
왕궁을 다 덮은 크래커 상자라니! 역시 아이의 마음이 글과 그림이 잘 반영되어 있군.
꽃은 향기의 집
책은 이야기의 집
내 머리는 비밀의 집... 히야~!
가장 감동을 받은 부분은 여기였다.
아까 조개와 거북은 자신을 보호할 껍데기가 있다고 나오는 부분에 양과 사자는 그렇지 않아.
라는 문구가 있었다. 처음에는 그냥 흘려 읽었는데 두 번째 읽으니 마지막 그림과 이렇게 연결되다니!(책을 보면 발견할 수 있어서 여기서 스포는 그만!)
처음엔 그림으로 한 번 놀라고, 두 번째는 재미있는 발상과 아이다운 욕구에, 그리고 교사이자 시인이던 저자가 이 책을 통해 전달하고 싶어했던 큰 주제가 깊이 와 닿아 가슴 한구석을 찌르르 녹이고 있다.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무상 제공 받은 책을 읽고 주관적 견해로 작성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