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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힘
박서련 지음 / 문학동네 / 2026년 3월
평점 :
#도서협찬 #서평단
박서련 <사랑의 힘>
당신은 사랑을 위해 어디까지, 무엇까지 할 수 있나.
사랑을 위해서라면 그게 뭐든,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한때의 나날들을 지나, 나는 이 질문에 '모든 것'이라 대답하지 않는 사람이 되었다.
사랑을 위해서 일지라도, 나는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이 있다. 조금 더 솔직히 말하자면 할 수 없는 것이 더 많은 사람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이는 사랑을 위해 모든 것을 할 수 있다고 대답하는 사람은, 사랑의 대상으로서는, 나의 온도에 맞지 않는 사람이라 인식해왔다는 것이기도 한데, 그 사람이 말하는 그런 사랑을, 그 모든 것의 사랑을 더는 내가 믿지 않기 때문이었다.
최근에는 사랑에 대한 생각 자체를 하지 않는 날들이 훨씬 많았기 때문에, 이런 내 믿음과 믿지 않음은 별 다른 문제 없이 나와 내 삶에 공존하고 있었다.
이 소설을 읽기 전까지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는 말이다.
<사랑의 힘>은 로로마라는 미생물이 보급된 이후의 세상을 그리고 있다.
사랑에 빠지면 어떤 힘을 얻게 되는 세계관 속에서 각각의 인물들은 자기만의 사랑을 하고, 자기만의 능력을 얻는다.
점프력이나 후각, 청각 같은 신체 능력이 좋아지기도 하고, 언어 능력이 좋아지거나 심지어 운이 좋아지기도 하는데, 무작위로 강화되거나 얻어지는 이런 능력 때문에 사람들은 사랑으로 인해 어떤 힘을 얻을 지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갖는다.
사랑의 유익과 효능이 완전히 가시화(p20)된 세상이 된 것이다.
세계관을 공유하면서 시점을 넘나드는 이 연작소설은 읽는 이의 상상력을 한껏 자극하고, 빠르게 몰입시킨다.
특히 박서련은 통통 튀는 경쾌한 필력으로 모성애, 이성애, 동성애, 양성애, 다자간의 사랑, 자기애 등의 총천연색 빛깔의 사랑 속으로 순식간에 읽는 이를 끌고 들어가는데, 그 힘이 얼마나 센지 나는 감히 저항할 생각도 하지 못하고 빨려들어 갈 수밖에 없었다.
덕분에 그가 만들어 놓은 사랑의 샘에 온전히 빠져서 아름답고, 추악하고, 설레고, 지질하고, 슬프고, 기쁘고, 역겨운, 사랑이라는 감정을 흠뻑 느껴볼 수 있었다.
오랜만이었다. 내가 믿는 것들에 대해, 믿지 않게 된 것들에 대해 자꾸 생각해보게 된 것은.
맹목적으로 모든 걸 걸었던, 모든 것을 할 수 있게 했던, 내게 정말 어떤 실체 있는 힘이라도 주는 것 같았던 그 사랑은 어디로 갔나. 나의 사랑들은 다 어디로 흩어져 버렸나.
그리고 내내 부유하던 생각의 조각들은 마지막 장, 작가의 말에서 한참을 머무른다.
(p399) 사랑을 잃을 때 우리는 조금씩 부서진다.
부서진 우리에게는 다시 사랑이 필요하다.
부서졌으면서도 사랑을 하려 한다.
부서졌기 때문에.
이 힘은 늘 내 상상력을 미천한 것으로 만든다.
사랑해.
부서진 내가, 부서진 너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