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해고’와 ‘노동유연화’라는 말을 생각해 보자. 미묘한 차이는 있지만, 핵심은 ‘직장에서 노동자들을 내보내겠다’라는 의미다. 그런데 ‘정리해고’라는 말에서는 부정적인 생각이 들지만, ‘노동유연화’라는 말에서는 부정적 가치 판단이 비교적 덜하다. 왜 그럴까? ‘정리해고("넌 정리해고야!")’란 말은 이미 항상 부정적 가치 판단이 내포된 사회적 규칙에 놓여 있었던 반면, ‘노동유연화("노동유연화 정책을 시행하겠습니다.")’란 말은 이미 항상 긍정적 가치 판단이 내포된 사회적 규칙에 놓여 있었기 때문이다. ‘정리해고’를 나쁜 혹은 싫은 것으로, ‘노동유연화’를 옳은 혹은 좋은 것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자신의 선택이 아니다. 주어진 기존의 언어 체계를 받아들인 결과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