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오랜 시간이 흘러간 뒤에 말이에요. 우리가 낙엽처럼 가벼워져서 한 걸음으로 훌쩍 공기 속으로 넘어가게 될 때요. 이것이, 내가 편지를 쓰는 이유예요. 하지만 늘 그랬듯이, 이유는 중요하지 않아요. 편지는 내 절실함을 스스로 다독이는 부질없는 버릇일 뿐이니까요. 이 편지도 다른 편지들처럼, 수신자인 당신과 무관하게 내 서랍 속에 수납되겠지요. 늘 그랬듯이, 이것이 마지막 편지가 되길 바래요.-백합의 벼랑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