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편의점 (벚꽃 에디션) 불편한 편의점 1
김호연 지음 / 나무옆의자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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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 그 편의점 야외 테이블이 그의 단골 혼술처가 됐는지는 그 역시 정확히 기억하지 못한다. 대략 날씨가 추워질 즈음 편의점에 들러 컵라면을 하나 먹고 집에 들어가곤 했는데, 야식이 늘 그렇듯 라면에 삼각김밥이 추가되고, 거기에 볶음김치도 추가되고, 마침내 소주 빨간 딱지 한 병까지 더해져서 푸짐한 상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이후로 경만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참새가 되어 매일 자정 전후 5천 원어치 술과 안주로 속을 덥히게 되었다. 뜨거운 국물이 시원하듯 차가운 소주는 따뜻했고, 편의점에 세팅된 수많은 컵라면과 삼각김밥은 매일 새로운 조합을 만들 수 있기에 결코 지겹지 않았다.
오늘 밤은 ‘참참참‘ 이다. 지난 몇 개월간 선택해온 경만의 최적의 조합이 바로 이것이었다. 참깨라면과 참치김밥에 참이슬, 이것이 경만의 1선발이자 절대 후회하지 않을 하루의 마감이고 빈자의혼술상 최고 가성비가 아닐 수 없었다. - P112

곰 같은 사내가 편의점 사장으로 보이기 시작하자 술맛이 달아올랐다. 은근 매콤한 참깨라면을 후후 불어 삼키곤 다시 소주를 따라 비웠다. 단군 이래 경기는 한 번도 나아진 적이 없고 회사는 언제나 힘들다. 대표는 경영난을 들어 추석 상여금이 불가하다 통보한 뒤 차를 바꿨다. 도로에서 옆에 나타나면 절로 피하게 되는 고가의 외제차였다. 4년째 동결인 그의 연봉은 협상 테이블에 오르기는커녕 놀림감으로 후배들의 입길에 오를 뿐이고, 언제 그만둬도이상하지 않은 대접임에도 퇴사할 수 없는 사정인 그에게 대표는지옥의 두목으로 보일 뿐이었다.
집에 간다고 지옥에서 로그아웃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내년이면 중학교에 들어갈 쌍둥이들은 이만저만 돈이 들어가는 게 아니었고, 아내 역시 부업을 하며 살림을 꾸리느라 경만에게 신경을쓸 여유가 없었다. 가정에서 느낄 수 있느 ㅠ뜨리고 - P114

결국 삶은 관계였고 관계는 소통이었다. 행복은 멀리 있지 않고내 옆의 사람들과 마음을 나누는 데 있음을 이제 깨달았다. - P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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