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전이 있는 미국사 반전이 있는 역사 시리즈
권재원 지음 / 다른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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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미국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는가?

나에게 미국은 언제나 늘 이랬었다. 유학을 가고 싶은 나라, 그리고 한번쯤 살아보고 싶은 나라. 그러나 이상하게도 내 인생에서 미국으로 유학을 갈 일도, 살아볼 일도 없을 것 같은 생각이 무의식적으로 컸던 탓인지 미국에 대한 약간의 환상만 유지한 채 지냈었다. 이제 더이상 환상만 가지지 말자고 생각했고, 그렇게 일주일간 뉴욕 맨하튼, 브루클린, 워싱턴DC, 보스턴을 다녀왔던 적이 있다. 여행 한번 다녀왔다고 미국을 알게되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사실 그렇지 못하다. 고작 유명하다는 도시를 몇군데 잠깐 스치듯이 다녀온 것에 불과하니 말이다. 진짜 미국을 알려면 그 전에 미국이라는 국가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그리고 현재 미국의 민낯을 봤다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왜 그런것인지를 아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올해는 미국대선도 있었고, 코로나 사태도 진행되고 있는 만큼 미국 뉴스를 꽤 많이 접하게 되었다. 미국대선이 왜 이렇게 복잡한지, 그리고 왜 미국사람들은 코로나로 죽는것보다 마스크를 쓰는것에 죽기살기로 반대하는지를 말이다. 뉴스나 신문기사를 통해 보는 단편적인 지식들에 살짝 아쉬워할 때 즈음 '반전이 있는 미국사'책을 읽게 되었다. 백과사전처럼 두꺼운 책이었다면 눈길 한번 안줬을 텐데 따뜻한 베이지핑크색과 귀여운 일러스트들이 그려진 표지때문에 다른책보다 손이 한번 더 가게 되었다. 특히 이 책의 부제라고 할 수 있는 '미국인들도 모르는 진짜 미국 이야기'가 나의 지적 호기심을 더 자극하게 만들었을지도 모른다.

사실 나는 대학에서 역사학을 전공했는데 말이 역사학이지 전세계의 역사보단 중국에 집중된 동양사와 유럽에 편향된 서양사 그리고 한국사를 배웠다. 미국사는 근대유럽을 배울때 잠깐 곁다리로 배운 것이 전부인 듯 하다. 현재의 우리나라와 미국과의 관계를 생각해봤을때에도 이렇게 미국사의 비중이 적다는것은 역사를 전공한 전공자로서 참 아쉬운 부분이기도 하다. 또한 관심만 가진 채 한번도 미국사를 들여다보지 못한 나의 게으름도 부끄러울 따름이다.


역사 초보자를 위한 미국역사 가이드북

이 책은 청소년교양도서인만큼 청소년이 읽어도 쉽게 이해될 수 있도록 문장을 쉽게 풀어 대상을 설명한다. 책의 첫 시작은 미국은 왜 미국(美國, 米國이라는 나라이름을 가지게 된 것인지 그 배경부터 소개한다. 모두가 아는 사실이지만 왜 그런지를 제대로 알고 있는 사실은 없다. 미국이 왜 영국말을 쓰고, 개신교 국가가 아닌지를 말이다. 우리가 알고있는 미국, 그리고 미국 역사를 알아가기 전,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는 이런 간단한 질문과 그에 대한 답을 하나하나 맞춰나가는 구성방식을 책의 앞부분(제1장 우리가 오해하는 미국의 속사정)에 배치해둠으로써 역사 초보자들도 끝까지 완독할 수 있게 했다는 점이 참 마음에 들었다. 제3장 넓고도 깊은 미국의 역사가 책의 첫 부분에 있었다면 아마 완독률이 그닥 높지 않았을 것이다.

대학 교재로도 안성맞춤

이 책을 읽자마자 대학교 1학년 당시 고대사 수업시간에 썼던 교재가 생각이 났다. 여유당에서 출간한 '아! 그렇구나 우리역사' 시리즈 중 제6편 발해였다. 대학에 가면 두꺼운 전공서를 들고 다닐 줄 알았는데, 교수님이 준비해오라고 했던 책은 딱 어린이를 위한 역사책이었다. 이런걸로 어떻게 수업을 하실까, 우리의 능력을 너무 낮게 보는것은 아닐까 등등 당시 수업을 듣던 동기들 사이에서는 이런 저런 말이 많았다. 그렇게 수업이 시작되었고, 나의 생각은 편견에 불과한 것이라고 알려주었다. 나는 책의 겉모습에만 너무 빠져있었던 것이다. 너무 어렵게 쓰인 책이거나 그저 정보가 많이 담겨진 책이 좋은 책이 아니라 저자가 전달하고자 하는 지식과 정보를 독자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책이 더 좋을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해주었다.


이 책을 집어든 많은 어른들도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 청소년교양도서이니까 혹은 200페이지 남짓 되는 책으로 어떻게 미국 역사를 알 수 있겠냐고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책을 읽고 내가 몰랐던 미국 역사 혹은 미국에 관한 상식을 많이 알게되었다. 이 책을 통해 미국의 수정헌법을 알게되었고, 미국의 복잡한 사법제도도 쉽게 이해할 수 있었으며, 미국에서 흑인보다 여성에 대한 참정권이 더 늦게 인정되었다는 사실도 처음 알게 되었다.

또한 이 책의 장점은 사진, 그래프, 도표 및 지도 등 시각적 자료가 풍부하게 들어있어서 책을 읽어나가는데 큰 도움을 준다. 미국은 50개의 주로 이루어진 연방국인 만큼 이 책에서도 각 지역에 대한 특징을 설명하곤 하는데 그때마다 색을 달리하여 지역 구분이 되어 있는 미국 지도를 삽입하여 독자의 이해도를 높여주기도 하고, 설명에 부합되는 사진을 활용해 독자의 집중도를 상승시켜주기도 한다. 이런 점들 때문에 중고등학생을 위한 수업 부교재뿐만 아니라 대학교 전공이나 교양수업 교재로도 활용되기에는 충분한 것 같다.

그리고 2020년 10월에 나온 책인 만큼 '조지 플로이드 사망사건'이나 '바이든 대 트럼프의 미국대선', '마스크 착용에 관한 시위' 등 현재 미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여러 사건들도 다루고 있다. 이는 미국의 특징으로 발현된 인종차별, 대통령 선거제도, 포괄주의는 미국이 만들어지게 된 그 배경 및 역사와 분리해서 볼 수가 없기 때문일 것이다. 단순히 미국사라는 책을 읽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미국의 문화와 그 특징을 통해 현재 미국에서 중요한 이슈로 떠오른 쟁점들이 어떻게 연관되어 있는지를 곰곰히 생각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을 읽을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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