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이 고고학, 나 혼자 경주 여행 - 개정증보판 일상이 고고학 시리즈 2
황윤 지음 / 책읽는고양이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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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과 경주

한국인중에 경주를 모르는 사람은 있을까. 30대 이상은 수학여행이나 소풍 혹은 내일로 여행의 장소였을 것이고, 10~20대 친구들은 경주랜드 드라켄 때문에 한번은 찾아가봤을 것 같다. 나 역시 어릴 때 가족과 함께 그리고 성인이 된 후 문화재산업전 참석을 위해 경주를 방문했었다. 하지만 그것보다 경주 그리고 경주박물관을 대하는 나의 마음가짐은 좀 남다르다고 할 수 있다. 바로 석사논문 주제로 문화재 방재(Disaster Risk Management for Cultural Heritage)를 선택했고, 그 사례는 바로 국립경주박물관이었기 때문이다. 석사과정 중 졸업논문 주제에 대해 한참을 고민했는데, 당시 울산과 경주지역에 발생한 지진 그리고 지진에 대비한 경주박물관의 좋은 대처에 관한 기사를 계속 접할 수 있었다. 이거다!하고 3개월동안 썼던 졸업논문은 비록 졸작이라 제출 후 한번도 쳐다본적은 없지만, 그 3개월 만큼은 경주와 경주박물관에 푹 빠져있었다. 이 책을 읽는동안 내 머리속에 있던 경주와 경주박물관이 계속 떠올라 흥분을 감출 수 없었다. 경주에 대한 기억이 아직 남아있는 독자라면 아마 비슷한 감정을 느낄지도 모른다. 맞아! 맞아! 아.. 경주 또 가고싶다... 라고.

2시간동안 경주 여행 쌉가능

출판사 [책읽는 고양이]에서 출간한 '일상이 고고학-나 혼자 경주여행'은 일상이 시리즈 중 세번째 도서이자 일상이 고고학 중 두번째 도서이다. 천년의 고도라는 슬로건에 맞게 '경주'라는 도시는 말 그대로 도시 자체가 박물관이다. 경주에 들어서면 높은 건물을 찾아볼 수가 없고, 확 트인 시야로 들어오는 도시의 전경은 잠깐 옛날의 경주로 돌아가게 만든다.

당일치기였던 여행 계획을 과감히 1박 2일로 변경하도록 만들만큼 매력적인 경주를 우리는 이 책을 읽는 2시간동안 구석구석을 돌아볼 수 있다. 그 첫 방문지 '봉황사'부터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서 핫하다는 '황리단길' 까지 작가가 방문했던 방문지에만 돌아도 꽉 찬 경주여행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요즘 같은 코로나 시기에 딱 맞는 도서 같기도 하다. 일상이 고고학-나 혼자 백제여행과 마찬가지로 도보와 대중교통으로 경주를 여행을 하기 때문에 작가가 어떻게 여행을 했는지가 머릿속에 그려지게 한다.

경주에 여행을 하게 되면 첨성대와 불국사는 자의반 타의반 자주 방문했었던 것 같은데 고분이나 황룡사지, 분황사지는 가 본 기억이 없다. 혹 방문했더라도 기억에 남는 뚜렷한 임팩트가 없었나보다. 그래서 그런지 기억이 작은 황룡사, 분황사, 그리고 문무대왕릉이 등장하는 제4장과 제6장을 꼼꼼히 읽게 되었다. 경주편을 읽다보면 백제편과는 다르게 황윤 작가님께서 경주를 참 좋아하시는 분이라는 것을 알게된다. 책 에필로그에서도 언급했듯 작가님이 경주를 좋아하는 이유를 설명한다. 신라라는 나라의 이미지, 즉 부족한 능력이지만 싸워서 이겨 마지막 승자가 되어 승리한 역사를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그래서 그런지 이번 책 말고도 일전에 신라와 관련된 책을 쓰시기도 하셨다. 또한 책의 내용도 백제편에 비해 꽤나 전문적이면서 상세하기 때문에 이 책을 통해서도 간단한 고고학 지식을 덤으로 익힐 수도 있다.

이 책은 '일상이 고고학-나 혼자 00여행'의 두번째 책 경주 여행이다. 책날개를 살펴보니 앞으로 도자기여행과 국보여행이 출간될 예정인 듯 하다. 특히나 일상이 고고학 시리즈를 애정하는 독자로서 '나 혼자 가야 여행'편도 만들어주셨으면 하고 슬쩍 건의해본다. 누구나 가야라는 고대국가는 알고 있지만 실제로 가야를 알고 있는 사람은 드물다. 가야에 대한 연구가 최근에 활발히 이루어지고는 있지만 신라와 백제에 비해선 아직 한참 멀었다. 일반인이 쉽게 접할 수 있는 가야 역사를 일상이 고고학 시리즈를 통해 읽어보고 싶다.

비교해서 읽어보는 일상이 고고학

일전 '일상이 고고학-나 혼자 백제여행'을 읽었었는데, 이번에 출간된 '경주여행'편을 읽어보니 디자인이나 구성 측면에서 백제편과는 약간 다른 부분을 발견하게 되었다. 어떤 점이 달라졌을까?

1. 간지

일전에 읽었던 백제여행에도 장 마다 간지가 있었는데, 그 간지에 여성의 얼굴이 일러스트되어 있길래 당연 작가라고 생각하고 책을 읽어나갔다. 성함도 중성적인지라 의심없이 여성 작가님이 하시는 백제 여행이라고 상상하면서 읽어나갔는데, 어느 순간 작가님이 남자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순간 당황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이번 경주여행편의 간지는 인물 일러스트가 아닌 경주를 상징하는 금관, 첨성대, 탑을 일러스트한 그림이 들어있었다. 그림 일러스트는 어떤 내용일지를 알려주는 키워드 같은 역활 혹은 글의 분위기를 좀 더 고조시키는 역활을 하는 것 같다.



2. 사진

백제여행의 책을 읽어보신 분들이라면 아마 공감가셨을거다. 책 어느곳을 둘러보아도 사진 한 장 없었다. 역사책이지만 엄연히 여행 에세이기에 작가님께서 여행 중 찍었던 사진 혹은 유물을 설명하는 부분에서 유물과 관련된 사진이 당연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책 마지막장을 덮을때까지 이미지가 없었던 것이 조금 아쉬웠다. 사진이 있었다면 글을 좀 더 풍부하게 그리고 독자로 하여금 책에 좀 더 집중시킬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경주여행편에는 다행이 사진이 몇 장 포함되었다. 특히 독자들은 [제4장 황룡사와 분황사 중 장육존불을 만나다]를 읽기 전 이 사진을 보게 될 것이다. 이 사진이 여기에 배치된 이유는 '장육존불을 만나다'를 다 읽게 되면 알게 될 것이다. 만약 허투루 사진을 보셨다면 이 장을 다 읽고난 뒤 다시 한번 이 사진을 보기 위해 책장을 앞으로 몇번 넘겼을지도 모른다. 그만큼 이 장에선 이 그림이 아주 중요하다. 그 밖에 책 두 바닥에 담긴 문무대왕릉과 봉황대 사진을 통해 해당 유물의 공간감과 웅장함을 느끼도록 해준다. 독자로선 이럴때 책 읽을 맛이 난다.


3. 겉표지

백제편의 표지를 보면 [일상이 고고학]폰트 크기가 [나 혼자 백제 여행]보다 더 크다. 반면 경주편은 [나 혼자 경주 여행]이 훨씬 크다. 어떤 문구를 더 강조해야 할지를 고민하셨을까. 개인적인 입장에선 백제여행편에 사용했던 폰트크기가 더 마음에 든다. 그리고 두 책을 붙여서 보면 기차 좌석이 서로 마주보고 있는 장면처럼 연출되었다. 우연인지 아님 의도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찌되었든 기차를 타고 여행을 하는 느낌을 충분히 담고 있어서 자칫 무거울 수 있는 역사를 독자에게 소프트하게 인식시켜 줄 수 있어서 표지 디자인은 좋은 것 같다.(아 근데 참고로 황윤 작가님께선 기차를 타고 여행을 하시지 않으시고고속 버스를 타고 이동하신다는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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