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떡만두햄치즈김치라면 폭스코너 청소년소설 4
장이랑 지음 / 폭스코너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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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하진 않아도 그 순간에 대한 최선의 행동과 헌신은, 다시 돌이켜 볼때 참 아름다운 행위가 아닐까. 속재료가 중구난방 상당히 많아보이는 라면의 제목도, 다 읽고나서 다시 보면 그 순간 온 마음을 다한 최선을 다한 애정의 표현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처음 '도이서' 가 아버지에 대해 묘사할 때, '수프 없는 라면' 으로 비난 아닌 비난을 하는 것을 보며 처음엔 뭐 이런 놈이 다 있나 싶었다. 다 읽고 나서 다시 이 부분을 보면, 조금은 아련해지는 기분도 든다. 아버지를 이해하기 전, 막연히 아버지의 탓만 하던 나의 미숙한 모습이 비춰보이는 듯 해서.


도이서의 하루를 지켜보면 그렇게 평탄하게 굴러가진 않는다. 도이서가 앓고 있는 병인 '선택적 함구증' 은 종류는 달라도 나의 어린시절과 매우 닮아있다. '너 듣고싶은 것만 듣지!' 라는 말을 살면서 자주 들었기 때문이다.


‘주변의 쑥덕거림이 뭘 의미하는건지 얼추 알게되면서 억지로 말을 해 보고자 나름 기를 쓰기도 했다. 그럴수록 목구멍이 더 심하게 막혀버렸지만.’ P.9


귀가 잘 안 들리는 본인과 같은 당사자에게는 자칫 심한 말이 될 수 있지만, 마치 '너 내용을 골라듣는구나?' 라는 것은, 도이서가 앓는 선택적 함구증이 도이서에게는 마치 '너 하고싶은 말 멋대로 말하는구나?' 와 비슷하게 들리지 않을까? 여러모로 공감이 가는 부분이 많은 녀석이다. 


이제 어느정도 나이가 찬 내가 과거의 나와 도이서에게 조언을 해 준다면, 주변 사람들은 생각보다 그렇게까지 관심있지 않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은 대목이랄까. 물론 그때의 나도 들었던 조언이고, 티끌만큼도 듣지 않았긴 했지만 말이다.

도이서의 일상과 함께 이제는 점점 흐릿해져가는 어린시절의 잘 안 들리고 소심했던 내가 다시 생생해진다. 나와 같이 귀가 잘 안 들리는 극단적인 경우가 아니더라도, 우리 마음 한 켠 에는 완벽하지 않은 투박한 어린시절이 담겨있고, 동시에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더 애틋해지는 그런 순간들.

그런 완벽하지 않은 이서의 주변에는 꽤 괜찮은 친구들이 있다. 자칫 보면 이서의 결핍을 채워주는 완벽한 친구처럼 보일 수 있을 지는 몰라도, 비슷한 아픔을 지녔기에 주인공의 아픔에 대해 섬세하게 바라볼 수 있는 점이 인상깊다. 우리도 비슷하게, 우리를 어떤 형태로든 도와주던 친구들이 떠오르지 않을까. 그 친구들도 다시 돌이켜 보면, 어떤 아픔이 있는게 아닐까.


그런 소심한 이서의 성큼 다가온 활발한 야생화 같은 가나 출신의 도이시. 도이시는 직선적이고 솔직하다. 성격도 꽤나 살갑다. 도이서는 소심하고 경계심이 강하다. 친구도 둘 말고는 없다. 둘이 함께 산다면 어떻게 행동할까?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도이시를 밀어내는 중2병 말기의 중3 도이서. 하지만 해바라기와도 같이 꾸준히 바라봐주는 도이시의 모습에 점차 마음을 연다.


혼자가 된 도이서를 챙겨주는 삼촌. 갑자기 같이 살게 되었지만 친누나와 같이 마음을 나눠주는 도이시. 잘나가는 것 처럼 보이지만 부모의 헛된 학구열에 지친 민수. 먼저 다가온 만큼 비슷한 아픔이 있는 짝궁 지유. 이들이 ‘선택적 함구증’ 으로 말 못 하는 도이서의 옆에 모여서 생기는 일들은, 책 제목처럼 어쩌다 냉장고에 다 들어있는 맛있는 재료를 한가득 담은 어머니의 마음이 느껴진다.


아이들을 향한 소중한 마음이 한가득 담긴 장이랑 작가의 장편소설계란떡만두햄치즈김치라면’. 책을 읽으면서 나도 재밌게, 그리고 맛있게 먹었다.

주변의 쑥덕거림이 뭘 의미하는건지 얼추 알게되면서 억지로 말을 해 보고자 나름 기를 쓰기도 했다. 그럴수록 목구멍이 더 심하게 막혀버렸지만 - P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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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기하지 않는 마음 - 오롯이 홀로 견뎌야만 하는 통증 속에서 빚어낸 작은 기적
임혜린 지음 / 폭스코너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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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살다 가끔 지쳐 침대 위에서 뒹굴거리고 싶을 때, 단순히 뒹굴거린다는 평안함이 누군가에게는 잠 못 드는 밤 고통으로 점철되어 몸부림치는 것일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 섬유근육통의 실체는 그것을 겪는 사람들에게는 생각보다 치명적이었다. 그럼에도 포기하지않는 그녀에게 경의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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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독일행 독서법 - 문제아를 국내 제일의 독서 컨설팅 CEO로 만든 기적의 독서 공부법
유근용 지음 / 북로그컴퍼니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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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독일행. 심플한 방식이지만, 쓰잘데기없는 48분 독서법(다독이 무조건 최고다) 라는 책보다는 훨씬 가치있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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