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번째 첫사랑 폭스코너 청소년소설 5
장이랑 지음 / 폭스코너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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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에 빠진다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이 심지어 일곱번이나 된다면? 첫사랑과 일곱번이라는 횟수는 그냥 본다면 말이 되는 것 같진 않다.


그렇지만 각자 형태는 다르지만 사랑에 빠지는 순간이 있다. 음악을 같이 듣거나, 혹은 함께 눈을 마주치거나 등등.. 물론 주인공 '마소이' 만큼 학창시절에 여섯 번이나 첫사랑에 빠지는 경우는 드물지만.

이 때 사랑에 빠지게 되는 계기는 피치 못 하는 순간에 가깝다. 한눈에 빠지는 경우가 아니라면, 분명 풍선이 터지기 직전의 팽창감, 마치 전기 스파크와 같은 무드가 있다. 그리고 그것이 하나로 중첩되는 순간, 우리들에게 어떤 표시를 보여주듯 다가온다. 복잡한 생각에 가득 차 멍하니 바라보던 하늘에서 눈 앞을 지나가며 날아다니는 새가 '까치'인 것이 포착된 순간 문득 생각을 정리하고 행동에 옮기는 것 처럼, 혹은 사주를 볼 때 별 의미없는 내용인 것을 알 지라도 계속 눈에 들어오는 '올해 연애운 있음' 이라는 문구를 보고 용기를 얻게되는 것 처럼. 

분명 '내가 해답이오' 라는 모습으로 다가오진 않지만, 그럼에도 어느 순간 터닝포인트가 되는 그런 사소한 것들을 우리는 자주 마주하곤 한다. 그런데 주인공 소이에게는 '내가 해답이오' 라는 녀석이 대놓고 나오는 모양이다. 무언가 일어날 것 같다는 징표가 수차례, 그것도 못 먹으면 바보라는 듯이 다가온다.

소이에게 다가오는 해답의 얼굴은 숫자'7'의 얼굴을 적나라하게 하고 있다. 숫자 랜덤 누르기를 세번 눌렀는데 7이 나왔다던가, 선생님이 7번 문제를 읽어달라 하던가, 조카가 음력 7월 7일이 출산예정일이라던가.. 이미 현대인들에게 '7은 행운의 숫자다' 라는 것은 너무나도 상투적으로 다가올 지라도, 무한히 떨어지는 7의 상징들 속에서 그 어떤 고1 소녀가 오해를 안할까. 

그 중 대미를 장식하는 것은, 그녀에게 등장하는 수많은 7들 중 마침 완벽하지 않은 7이 하나 있다. 그것은 그녀가 '시절 첫사랑' 이라 부르며 특정 시절마다 첫사랑에 빠진 적이 있는데, 때마침 마지막 시절 첫사랑이 6번째다. 즉, 7번째 시절 첫사랑 자리가 공석으로 있다는 것. 수많은 7들의 윙크 속에서, 곧 완성이 될 것 처럼 준비되어있는 '7번째 첫사랑'의 자리. 대체 누구일까? 마침 절친 자영이 타로카드를 보러 가자고 한다. 이정도 되면 말릴 수도 없다. 그 누구라도 '대체 7번째 자리의 주인공은 누구인가?' 라는 생각에 궁금해 미쳐서 보러갈 게 분명한 상황.

이렇게 타로카드에 과몰입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신에 버금가는 권력을 얻은 타로카드는 이렇게 말한다. 

'6번째 까지의 시절 첫사랑을 잘 정리해야 7번째 시절 첫사랑이자 진짜 첫사랑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이야기를 들은 후, 소이는 타로카드의 명령 아닌 명령에 따라 6번째 까지의 첫사랑들(!)을 정리하고자 하며 비밀노트를 되새기며 하나씩 짚어나가기 시작한다.


주인공 마소이가 지은 '시절 첫사랑' 은 보다 보면 '시절인연' 이라는 말이 생각이 난다. 나도 27살 즈음, 한창 연애가 고플 시기 '연애하고싶다~' 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던 때가 있었다. 이런 이야기를 할 때 내가 조급해 보였던 모양인지, 친한 건축가 형이 나에게 알려준 용어가 '시절인연' 이라는 단어였다. 모든 인연에는 때와 시기가 있으니, 너무 조급해하지 말라는 뜻이었다. 

나이가 듬에 따라 점점 더 느끼는 것은, 될 인연은 큰 노력이 없어도 자연스레 이어지고, 되지 않을 인연은 아무리 노력해도 되지 않는다는 것. 분명 여섯번의 제각각 다른 형태의 쓰라린 미완성과도 같은 첫사랑을 겪은 주인공 '마소이' 에게도, 그리고 그 옆을 지키며 도와주는 '반호준' 에게도, 둘 다 때와 시기, 순리에 따라 찾아올 인연이 있지 않을까. 명백한 과학 신봉자이자 무신론자인 본인은 운명론을 믿진 않지만, 어느 때가 자연스럽게 찾아온다는 것 또한 부정할 수 없다.


그렇게 첫번째부터 여섯번째까지의 시절 첫사랑들을 하나씩 정리하려 하는 중에, 그녀에게 옆에서 시도때도 없이 나타나며 귀찮게 구는 할머니 손자 친구, 속칭 할손친 '반호준' 에게 이 모든 프로젝트와 내용이 담긴 비밀노트를 들켜버리고 만다. 절친 마소이의 속마음이 담긴 모든 내용을 재밌게 훑어본 반호준. 약속을 잡자 하고 만나서 보니 의외의 말을 하게 되는데, 첫사랑 반환 프로젝트에 협력하고자 한다.

그렇게 할친손 반호준의 도움을 받으며, 과거의 어리석었던 자기자신의 미완성의 형태로 남아있는 여섯개의 첫사랑들에 하나씩 직면하기 시작한다. 이 장면을 보다보니 어느 시절과 어느 때에 어느순간 도와주고 있는 사람들이 문득 떠오른다. 우리는 어느 시절에 어느 인연을 바라보며 살고 있을까? 

확실한 것은, 부끄러운 기억들을 타로신(?)이 점지해준대로 하나씩 직면하기 시작하는 마소이의 용기, 그리고 도움이 필요할 때 옆에서 지켜보다 도와주려고 하는 반호준의 선한 마음 전부 그 시절에 직면하며 충실하고자 하는 자세에서 나왔다는 것. 그들에게 앞으로 나타날 '시절인연' 은 누구일지, 그리고 주인공 마소이가 고대하고 기대하던 7번째 첫사랑 을 채워줄 '시절 첫사랑'은 누구일지.. 

오랜만에 풋풋한 학창시절로 되돌아간 듯 재밌고 설레임 가득한 소설이었다. '옛날엔 나도 그랬었지..' 하며 추억을 떠오르기도 하고, 나보다 어린 사촌동생들의 연애상담을 해줬을 때도 생각이 나며 재밌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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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란떡만두햄치즈김치라면 폭스코너 청소년소설 4
장이랑 지음 / 폭스코너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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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하진 않아도 그 순간에 대한 최선의 행동과 헌신은, 다시 돌이켜 볼때 참 아름다운 행위가 아닐까. 속재료가 중구난방 상당히 많아보이는 라면의 제목도, 다 읽고나서 다시 보면 그 순간 온 마음을 다한 최선을 다한 애정의 표현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처음 '도이서' 가 아버지에 대해 묘사할 때, '수프 없는 라면' 으로 비난 아닌 비난을 하는 것을 보며 처음엔 뭐 이런 놈이 다 있나 싶었다. 다 읽고 나서 다시 이 부분을 보면, 조금은 아련해지는 기분도 든다. 아버지를 이해하기 전, 막연히 아버지의 탓만 하던 나의 미숙한 모습이 비춰보이는 듯 해서.


도이서의 하루를 지켜보면 그렇게 평탄하게 굴러가진 않는다. 도이서가 앓고 있는 병인 '선택적 함구증' 은 종류는 달라도 나의 어린시절과 매우 닮아있다. '너 듣고싶은 것만 듣지!' 라는 말을 살면서 자주 들었기 때문이다.


‘주변의 쑥덕거림이 뭘 의미하는건지 얼추 알게되면서 억지로 말을 해 보고자 나름 기를 쓰기도 했다. 그럴수록 목구멍이 더 심하게 막혀버렸지만.’ P.9


귀가 잘 안 들리는 본인과 같은 당사자에게는 자칫 심한 말이 될 수 있지만, 마치 '너 내용을 골라듣는구나?' 라는 것은, 도이서가 앓는 선택적 함구증이 도이서에게는 마치 '너 하고싶은 말 멋대로 말하는구나?' 와 비슷하게 들리지 않을까? 여러모로 공감이 가는 부분이 많은 녀석이다. 


이제 어느정도 나이가 찬 내가 과거의 나와 도이서에게 조언을 해 준다면, 주변 사람들은 생각보다 그렇게까지 관심있지 않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은 대목이랄까. 물론 그때의 나도 들었던 조언이고, 티끌만큼도 듣지 않았긴 했지만 말이다.

도이서의 일상과 함께 이제는 점점 흐릿해져가는 어린시절의 잘 안 들리고 소심했던 내가 다시 생생해진다. 나와 같이 귀가 잘 안 들리는 극단적인 경우가 아니더라도, 우리 마음 한 켠 에는 완벽하지 않은 투박한 어린시절이 담겨있고, 동시에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더 애틋해지는 그런 순간들.

그런 완벽하지 않은 이서의 주변에는 꽤 괜찮은 친구들이 있다. 자칫 보면 이서의 결핍을 채워주는 완벽한 친구처럼 보일 수 있을 지는 몰라도, 비슷한 아픔을 지녔기에 주인공의 아픔에 대해 섬세하게 바라볼 수 있는 점이 인상깊다. 우리도 비슷하게, 우리를 어떤 형태로든 도와주던 친구들이 떠오르지 않을까. 그 친구들도 다시 돌이켜 보면, 어떤 아픔이 있는게 아닐까.


그런 소심한 이서의 성큼 다가온 활발한 야생화 같은 가나 출신의 도이시. 도이시는 직선적이고 솔직하다. 성격도 꽤나 살갑다. 도이서는 소심하고 경계심이 강하다. 친구도 둘 말고는 없다. 둘이 함께 산다면 어떻게 행동할까?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도이시를 밀어내는 중2병 말기의 중3 도이서. 하지만 해바라기와도 같이 꾸준히 바라봐주는 도이시의 모습에 점차 마음을 연다.


혼자가 된 도이서를 챙겨주는 삼촌. 갑자기 같이 살게 되었지만 친누나와 같이 마음을 나눠주는 도이시. 잘나가는 것 처럼 보이지만 부모의 헛된 학구열에 지친 민수. 먼저 다가온 만큼 비슷한 아픔이 있는 짝궁 지유. 이들이 ‘선택적 함구증’ 으로 말 못 하는 도이서의 옆에 모여서 생기는 일들은, 책 제목처럼 어쩌다 냉장고에 다 들어있는 맛있는 재료를 한가득 담은 어머니의 마음이 느껴진다.


아이들을 향한 소중한 마음이 한가득 담긴 장이랑 작가의 장편소설계란떡만두햄치즈김치라면’. 책을 읽으면서 나도 재밌게, 그리고 맛있게 먹었다.

주변의 쑥덕거림이 뭘 의미하는건지 얼추 알게되면서 억지로 말을 해 보고자 나름 기를 쓰기도 했다. 그럴수록 목구멍이 더 심하게 막혀버렸지만 - P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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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기하지 않는 마음 - 오롯이 홀로 견뎌야만 하는 통증 속에서 빚어낸 작은 기적
임혜린 지음 / 폭스코너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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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살다 가끔 지쳐 침대 위에서 뒹굴거리고 싶을 때, 단순히 뒹굴거린다는 평안함이 누군가에게는 잠 못 드는 밤 고통으로 점철되어 몸부림치는 것일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 섬유근육통의 실체는 그것을 겪는 사람들에게는 생각보다 치명적이었다. 그럼에도 포기하지않는 그녀에게 경의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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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독일행 독서법 - 문제아를 국내 제일의 독서 컨설팅 CEO로 만든 기적의 독서 공부법
유근용 지음 / 북로그컴퍼니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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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독일행. 심플한 방식이지만, 쓰잘데기없는 48분 독서법(다독이 무조건 최고다) 라는 책보다는 훨씬 가치있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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