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트럭은 멈추었다. 노모와 어린 딸과, 만삭의 아내를 이끌고 그는 이렇게 하여 멀고 아름다운 동네, 원미동(遠美洞)의 한 주민이 되었다. 트럭이 멈추자 맨 처음 고개를 내민 것은 강남부동산의주인 영감이었고 이어서 어디선가 꼬마가 서넛 튀어나와 트럭을 에워쌌다. 미장원집 여자는 퍼머를 말다 말고 흘낏 문을 열어보았다.
지물포집 사내도 도배일을 나가다 트럭이 멈춘 것을 보았다. 연립주택의 이층 창문으로 나타난 휑한 눈의 한 청년도 트럭이 짐을 푸는 것을 지켜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