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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눈부신 친구 ㅣ 나폴리 4부작 1
엘레나 페란테 지음, 김지우 옮김 / 한길사 / 2016년 7월
평점 :
나폴리 4부작 제1권
눈부신 나의 친구 -엘레나 페란테 지음 읽고
난 너와 같은 무리를 한번도 미워해본 적이 없노라.
부정을 일삼는 모든 정령 중애서도
너같은 익살꾼은 내게 조금도 짐스럽지 않구나.
언제나 휴식하기를 좋아하니 내 기꺼이 그를 자극하여
악마의 역할을 해낼 동반자를 그에게 붙여주겠노라
괴테 《파우스트》
괴테 《파우스트》 `천상의 서곡`의 한 부분이다.
작가가 보여주는 첫 글이었다.
이 글이 이 책을 소개하고 싶은 중요한 이유 중 하나이다.
파우스트는 악마의 장난과 인간의 방황에 대한 작품이고, 눈부신 나의 친구는 이룰 수 없는것, 얻을수 없는 것을 얻으려고 하는 릴라와 레누의 유년기부터 노년 의 삶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선과 악이 한쌍의 개념으로 칭해지듯 릴라와 레누는 서로에게 선일때도, 악일때도, 또는 미움의 존재 일때도, 우정의 존재일때도, 둘은 불가분적 관계이다.
세상엔 과연 주인공인 릴라와 레누처럼 서로에게 미움과 우정이 공존하는 이런 친구가 있을까?
이 책을 읽으면서 내게도 이런 눈부신 친구가 있는지 아니면 내가 누군가의 눈부신 친구였는지 생각해봤지만 예전에도 현재도 이런 친구가 없고, 되어주지 못했다는 것에 아쉽기만 하다.
읽으면서 공유하고 싶은 문장들이다.
공감의 소재도 편안하며 글귀 하나 하나에 인생 철학이 담겨져 있어 엘레나 페렌테에 빠져든다.
29p 어른들은 어제, 그제, 길어봤자 한 주 전의 과거를 바탕으로 현재를 살아가며 내일을 기다린다. 그들은 그 이상의 것에는 관심이 없다. 아이들은 어제의 의미, 엊그제의 의미를 알지 못한다. 내일의 의미도 알지 못한다. 그들에게는 모든것이 현재이고 지금이다. 여기가 길이고 우리집 현관이고, 이사람이 엄마이고, 아빠이고, 지금은 낮이거나 밤인것이다.
➡소위 '여유'라는 것이 이런 어린아이다운 단순함이 아닐까?
31p 모든것이 아름다우면서도 두렵게 느껴지는 시절이었다.
➡이 문장에선 찰스 디킨스 `두 도시 이야기` 의 첫 부분이 강렬하게 떠올랐다.
"최고의 시절이자 최악의 시절, 지혜의 시대이자 어리석음의 시대였다."
40p 우리는 타인의 인생을 힘들게 할 숙명을 타고 태어났고 타인들도 우리 인생을 힘들게 할 숙명을 타고 태어났다.
➡이 문장은 `레비나스`의 철학이 생각나는 부분이었다.
나의 것과 다른 타자의 세계에서 진정한 삶을 만날 수 있을까?
195p 그 순간 춤은 그녀에게 가장 중요한 행위였다.
➡춤이란 단어에서 "그리스인 조르바"의 조르바가 떠올랐다. 조르바의 자유로운 영혼의 삶은 남들과 다르게 산 것이다. 여기 릴리 또한 삶의 방식이 다르다. 릴리의 삶은 당당하고 두려운것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그녀에게도 두려운 무언가가 있을텐데 무엇일까?
199p 인류는 과거로부터 악행을 저질러 왔고 현재도 마찬가지이며 오늘날 모든 행동과 말과 고통은 이러한 행의 영향을 받았다는 것이다.
302p 선과 악이 혼재되어 있는 것이고 선은 악에 의해서 악은 선에 의해서 더 강해지는 것이라고. 다시 생각해 보면 마르첼로와 결혼 하는 것은 나쁘지 않은 거래였다. 하지만 옳은 일은 쓰디쓴 법이고 잘못된 일은 달콤한 법이다. 참으로 얄궂은 조합이 아닌가.
➡️과연 사람들은 악이 없었더라면 선을 선이라 생각했을까?
416p 넌 내 눈부신 친구잖아.
418p 머리 에서 태어난 꿈이 발밑으로 추락했잖아.
어찌보면 단순한 모티브 에서 시작하는 친구와의 우정을 소재로 하는 책이다. 그렇지만 그 속에는 릴리와 레누의 우정 뿐만 아니라 우리의 인생까지 모두 담겨져있다.
1권은 유년기 시절의 두 여인의 작은 미움과 우정이 공존하면서 지켜 나가는 그녀들의 삶을 엿볼 수 있다.
나폴리 빈곤의 시대를 살아가는 여성의 삶을 그려내면서, 가장 현실적 공감의 소재를 담아서 글을 쓴 작가 엘레나 페란테!
1950년대, 빈곤과 격변기의 시대인 나폴리와 대한민국에서의 여성의 삶이 공감 된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이 책을 읽어 보긴 충분한 이유가 된다.
이 책은 내 주위를, 내 가족을, 내 삶을,내 인간 관계를 돌아볼 수 있는 어쩌면 누군가에게는 터닝포인트가 될 수 있는 책이 아닐까?
난 이야기의 결말이 궁금한 것보다 엘레나 페란테가 그녀들 인생에서의 선택과 그녀들의 사랑, 증오, 욕망, 이기심을 어떻게 그려냈을지 궁금했다.
그리고 1권 마지막,욕망을 선택한 릴리가 2권에서 선택의 결과가 굉장히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