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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매
황석영 지음 / 창비 / 2025년 12월
평점 :
《할매》는 600년의 역사를 수많은 생의 순환 구조로 엮어내며, 조선부터 대한민국에 이르기까지의 시간을 생생하게 관통하는 소설이다. 좀 더 개인적인 감상으로 말하자면, 시선을 멀리 두는 연습이 부족한 내가 쉽게 도달하기 어려운 거시적 관점에서 펼쳐지는 군산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한국사 시간에 암기로만 익혀야 했던 조선의 역사는 《할매》의 흐름 위에 놓이며 비로소 하나의 거대한 이야기로 이어진다. 머릿속에 띄엄띄엄 흩어져 있던 사건들은 주인공이 바뀌고 시간이 흐르면서 서로 맞물리고, 그렇게 ‘정보’는 숨을 얻어 ‘이야기’가 된다. 나는 이 지점에서 《할매》가 소설이라기에는 역사서 같고, 역사서라기에는 소설 같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럼에도 긴 역사를 따라가는 과정이 버겁지 않은 이유는 팽나무가 지켜보는 인물들의 삶이 저마다 다채롭고 단원이 바뀌어도 윤회의 흐름은 끊어지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할매》를 읽는 일은 좁은 시야만으로는 발견하기 어려운 명당에 올라 군산의 역사를 내려다볼 수 있는 표를 손에 쥐는 경험과도 같다.
다시금 황석영 선생님이 왜 한국 문학계의 거장으로 불리시는지를 실감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