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 본능 - 우리는 왜 자신을 속이고 잘못된 믿음을 가지며 현실을 부정하도록 진화했을까
아지트 바르키 & 대니 브라워 지음, 노태복 옮김 / 부키 / 2015년 6월
평점 :
절판


인도 출신의 의사이자 과학자인 아지트 바르키는 수년 전 세미나에 이은 식사 자리에서 생물학자 대니 브라워를 우연히 만난다. 거기서 바르키는 인간의 진화에 관한 대니 브라워의 독특한 생각을 듣게 된다.
기존의 진화생물학이 보여주던 시각의 틀을 허물고 전혀 다른 관점으로 인간의 진화에 의문을 가진 대니 브라워의 생각이 바르키를 사로잡았고 이후 그는 이 생각에 매달린다. 그리고 그 생각에 체계를 입히고자 브라워에게 연락하지만 그 사이 그는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버린다.
이후 바르키는 브라워의 아이디어에 자신의 생각을 얹어 책을 만들 결심을 한다. 바르키는 단 한 번 만난 브라워의 생각과 기록들을 추적해 그의 아이디어를 되살리고 거의 헌정에 가까운 방식으로 책을 출간하는데, 2015년 <부정본능>으로 번역된 이 책이 바로 그것이다.

제자의 논문을 가로채고 남의 논문을 도용하면서도 그것이 잘못인 것조차 모르거나, 철면피처럼 뭉개버리는 것이 다반사인 우리네 현실을 생각해보면 이 책은 탄생과정부터 이미 감동을 주고 있다.

인류의 기원과 진화과정에 관해 다양한 견해를 보여주는 책들을 꽤 읽었다.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가 가장 최근의 책이며 <지구의 정복자>, <최초의 남자>, <제3의 침팬지> 그리고 <총,균,쇠> 등 이런 류의 주제가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는 것으로 미루어 인간은 필연적으로 자신의 기원에 대한 호기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모양이다.

진화생물학의 입장에서 살펴본 인류의 기원과 발전과정은 사실 그 가치가 생물학의 영역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사회학과 철학, 문학 그리고 문화연구의 영역에서도 매우 중요한 바탕이 된다. 관심분야가 제각기 달라도 인간의 근원적 의문 가운데 하나인 `우리는 어디서 어떻게 왔는가`의 해답이 궁금하다면 이 책을 읽는 데 주저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공룡이나 코끼리처럼 인간과 비교해서 월등하게 긴 진화의 통로를 거친 수많은 종들이 인간만큼 진화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어떻게 인간만 똑똑하게 진화했을까. 브라워의 질문은 여기서 시작된다.

우리 조상들은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죽음을 부정하지는 않았을까. 왜 죽음 앞에서 극도의 공포를 느끼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누군가는 웃으며 죽음을 맞을까. 이런 태도와 인류의 진화는 어떤 관련이 있을까.

지진으로 많은 사람이 희생되고 원인 모를 질병이 목숨을 위협하며 인간에게 죽음이 무엇인지 확인시켜 줄때도 왜 인간은 스스로 삶을 포기하지 않았을까. 죽음 이외에도 처음의 인간들이 마주했을 수많은 공포들을 그들은 어떻게 극복해왔을까.

저자의 말처럼 이 책은 해답을 제시하고 있지는 않다.(아니 어쩌면 제목에서부터 끊임없이 부정본능을 긍정하도록 설득하고 있다고 해야할 것이다) 그러나 수많은 사유의 실마리와 통로를 제시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이 책을 읽은 후에도 여전히 근원적 물음에 대한 해답이 떠오르진 않는다. 하지만 적어도 인간 근원에 대한 사유의 폭만큼은 확장되고 성숙해진 느낌이 들지 않을까 생각한다. 나 역시 `이성적 낙관주의`가 DNA에 새겨져 있는 인간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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