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기린 해부학자입니다 - 기린 덕후 소녀가 기린 박사가 되기까지의 치열하고도 행복한 여정
군지 메구 지음, 이재화 옮김, 최형선 감수 / 더숲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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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어려서부터 좋아하던 동물을 일로 삼아 해부를 시작하고 새로운 발견을 이뤄낸 '기린 박사'가 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이 가장 옳은 것이다!"라니 그렇지않아도 요즘 권태로운 업무 속에서 다른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삼으면 어떨까 궁금하던 참이라 작가의 말들이 부럽게 느껴지고 궁금해졌다. 처음부터 작가에게서 신기하게 생각되었던 것은 단순히 동물을 좋아하니 수의사나 사육사가 되어야겠다고 결심한 것이 아니라 대학교에 입학하면서 다른 연구자들의 반짝이는 눈을 보고 내가 진정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떠올려보고 '기린을 연구하자'고 마음먹게 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차근차근 기린 연구자의 길로 들어서는 과정들을 따라가는 과정이 작가의 손을 잡고 과거 속으로 함께 여행하는 듯한 느낌이 들만큼 흥미진진했다. 해부학 중에서도 흔하지않은 기린 해부학이라는 주제가 가장 큰 흥미를 끌었음은 물론이다.

다소 어려운 해부학 용어들이 자주 등장하여 처음 느낌은 생소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일러스트와 사진이 자주 등장하여 설명을 돕고 책 시작부터 기린 해부란 무엇인지부터 단계별로 설명해주어 책을 단숨에 내려갈 수 있었다. 마침내 기린 해부의 기회를 잡은 작가는 두 번의 '해체' 끝에 본격적으로 첫 해부에 들어갔지만 기존에 책에서 보던 것과 다른 실제 모습에 당황하고 무력감만 남겼다는 소감이 생생하게 다가왔다. 백문이불여일견이라는 말처럼 0부터 다시 시작하는 느낌 속에서도 낙담하지 않고 이를 경험삼아 대략적인 지식이라도 축적된 것을 느끼고 기뻐하는 작가의 마음가짐이 존경스럽게 느껴졌다. 그리고 '노미나 Nomina'라고 하여 이름이라는 의미의 라틴어를 잊고 "순수한 마음으로 관찰하라"는 가르침을 받았던 것에서는 나또한 선입관과 기존의 지식에 대한 집착을 버려야겠다는 교훈을 얻었다. 작가는 해부를 완료하며 '함인대'를 우선 찾아낸 것으로 일단락지었는데 목덜미에 있는 이 강력한 탄성 조직 덕분에 기린이 언제나 목을 끌어올리는 힘을 가질 수 있다니 전부터 기린이라는 동물에 대해 막연히 가졌던 궁금증을 풀게되어 기뻤다. 또한 매 장이 끝날 때마다 기린 이름의 유래나 종류와 무늬구분 등 '재밌는 읽을거리' 코너가 실려있어서 기린에 대한 새로운 정보들도 많이 알게 되었다. 기린 박사 저자의 책 한 권만 읽어도 기린에 대한 모든 정보를 미시적인 것까지 모두 알 수 있어 만족감이 컸다.

본격적인 기린의 목뼈 연구에 들어서면서 인상깊게 봤던 것은 작가가 해부에서 일반적인 관찰 행위를 넘어서서 "나는 무엇을 밝혀내고 싶은걸까?"라는 의문을 던지며 귀중한 사체를 헛되지 않게 하려는 자세를 가졌다는 점이다. 또한 고뇌하는 시간이 괴롭더라도 초심자로서 당연한 과정으로 받아들이고 일단 최선을 다하자는 태도를 배우고 싶었다. 해부 과정에서 이름도 생소한 오카피라는 동물과의 비교작업과 CT촬영 등이 이루어졌고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절단하여 새롭게 관찰을 시작하면서 제1흉추의 가동성을 확인한 후 "기린의 8번째 목뼈"를 발견하게 되는 전 과정이 흥미롭게 이어졌다. 역시 전문가로서 나의 일에서 성과를 이뤄내려면 기본적인 자세부터 제대로 갖추고 아인슈타인이 말하듯 "어린아이의 시각"을 새로이 가지며 끝까지 열정을 다해야 할 것이다. 기린 해부학에 대한 이해와 함께 열정을 다하는 작가처럼 나도 이제라도 다시금 내가 좋아하는 일을 찾아 도전해보고픈 느낌이 드는 책이었다. 저자의 다음 연구가 기대되며 앞으로 멸종되어가는 기린에 대한 관심도 더더욱 가져봐야 하겠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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