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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들고 싶은 동네 - 늙고 혼자여도 괜찮은 돌봄의 관계망 만들기
유여원.추혜인 지음 / 반비 / 2025년 10월
평점 :
『나이 들고 싶은 동네』는 ‘페미니즘계’에서는 잘 알려진 ‘살림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salimhealthcoop.or.kr) 이야기다. 2025년 올해로 창립 15주년이 된 ‘살림’을 일궈낸 당사자들의 생생한 목소리가 담겼다. ‘협동조합’을 한다는 것도 ‘페미니즘’을 그 기저 사상으로 한다는 것도 보통 어려운 일 아닌데, ‘페미니즘 사회적협동조합’을 만들어 본 사람으로서 감탄에 마지않는 고마운 곳이다. ‘살림’의 성장은 ‘의료 기술’이 있어서 가능했다고도 생각한다.
첫 장 추천사를 읽을 때부터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늙음, 고립, 가난과 노동, 병듦과 죽음... 에 골몰하고 ‘어떻게 잘 늙어가고 죽음을 맞을 것인가’ 골몰하여 요동치는 나날들이었기에.
모든 사람이 다 ‘소규모 가족’ 안에서 이 과정을 해결 할 수는 없다. 사회구조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잘 알고 있다. ‘살림’은 ‘비혼주의 페미니스트’들이 시작한 일이기에 대안을 만들어갈 수 있었다.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판다고 사회구조적 자원이 가장 없는 사람들에게는 ‘꼭 필요한데 없는 것’이 더 잘 보이는 법이다. 살림은 단순한 의료행위 이상의 ‘돌보고 돌봄을 받는 공동체’ ‘소외된 사람들이 이웃과 함께 몸을 돌보고, 소소한 일상을 살아가는 방법들을 보여주었다. 내 안에는 공동체에 대한 공포가 남아 있어서 ‘좋은 사람들’ 속에 속하는 것조차 두려움이 있지만, 책을 읽으면서 ‘느슨한 공동체’는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은 재차 확인할 수 있었고, 나도 공동체에 다시 속하는 용기를 내 볼까... 문득 생각했다.
1장. 이대로 나이 들어도 괜찮을까 (23-43)
늙어가는 것이 불안해 지는 건 개인의 부족함 때문이 아니라 연결되지 않은 사회 구조 때문이다.
노년의 삶을 지탱해주는 것은 지속 가능한 지역 커뮤니티.
•도대체 뭘 믿고 조합원으로 가입하는 걸까.(...) 결국 ‘연결되고 싶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35-36)
2장. 돌보는 힘을 키우는 마을 (47-144)
돌봄은 ‘전문가의 기술’ 보다 ‘사람’을 중심에 둔 ‘일상의 관계’가 중요하다.
같이 운동하고 공부하고, 같이 밥 먹고 슬퍼하고... 할 수 있는 만큼만 서로 돌보는 최소한의 능력.
•살림에서는 ‘돌봄장’을 사용한다. 유언장이 내가 죽고 나서 어떻게 해 달라는 부탁이라면 ‘돌봄장’은 내가 살아 있을 때 어떻게 해달라는 부탁에 가깝다. (57)
•살림의 여성주의 (...) 약자의 입장에서 세상을 다시 해석하는 관점이자, 승자도 패자도 없는 대안적 사회구조를 만들어가는 비전으로, 한 사람 한 사람에게서 출발해 함께 변화를 만들어가는 운동. (77)
3장. 병이 아닌 사람을 돌보는 의원 (149-221)
마을 기반 돌봄은 미래가 아니다. 살림이 이미 실행하고 있는 현재형이다. 그러니, 이렇게 늙어도 된다!
•여성주의 의료는 여성혐오만 넘어선다고 되는 게 아니다. ‘여성에 의한 의료’나 ‘여성을 위한 의료’에 머무르지도 않는다. 핵심은 의료가 누구를 중심으로 설계되어있고, 그 구조가 누구에게 불리하게 작동해왔는가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다. (155)
•여성주의만으로 건강한 세상을 만드는 것은 어렵다. 하지만 여성주의 없이 건강한 세상은 불가능하다. (157)
4장. 돌봄과 의료 사이에서 (225-276)
건강이란 ‘수치’가 아니라 ‘관계성’이다.
혈당, 골밀도, 질병 여부보다 더 중요한 건 차별과 혐오가 없는 환경, 이야기를 들어주는 의사, 인간으로 대접받는 경험이다.
•죽고 싶다는 사람에게 어찌 일을 시킬 생각을 하냐 싶을 수도 있지만, 이건 의외로 효과가 좋다. (...) 퇴직 교사에게 학교 밖 청소년을 위한 무료 수업을 연결해주기도 했고, (...) 50대 여성에게도 자원활동을 권했다. 난소암 항암치료를 몇 개월 전에 끝낸 상태였다. (256-257)
5장. 이제 우리가 만들어 간다 (281-321)
돌봄과 의료의 경계는 소멸되고 있다 : 의사·간호사·주민이 구분 없이 팀으로 삶을 함께 돌보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케어 B&B, 서로돌봄카페 같은 실험은 ‘주거-건강-관계-죽음’의 문제는 분리될 수 없다는 메시지.
•3을 좋아한다. 살림의 협동도 생각의 협동, 자본의 협동, 노동의 협동, 3가지로 이루어져 있다. (285)
•숫자 3의 세상은 내가 준 것을 꼭 상대방에게 받지 않아도 되는, 다른 이에게 되돌려 받을 수도 있는 곳이다. (288)
6장. 협동으로 지속 가능해지는 우리 (325-380)
지속 가능한 공동체는 ‘협동의 구조’ 위에서만 가능하다.
돈과 사회적 가치 사이의 균형이 공동체를 살린다.
돌봄 시스템은 자선이나 희생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재정구조 위에서만 작동할 수 있다.
•의료인과 주민의 협동으로 설립되고 운영되는 협동조합 의료기관이 적어도 은행 빚은 갚지 않아도 되는 근무 환경을 의료인에게 만들어줄 수 있다면 어떨까? 의료인은 은행에 낼 대출 이자를 구할 구석을 궁리하는 대신 좀 더 양심적으로 진료하고 좀 더 충실하게 상담해주지 않을까? (3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