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로그 베트남 한 달 살기 - 2020~2021 최신판 트래블로그 시리즈
조대현 지음 / 나우출판사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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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에 가고 싶다는 생각에 베트남 여행가이드북을 몇 권이나 봤는지 모르겠다. 놀랍게도 베트남 한 달 살기 가이드북도 있었다. 한 달 살기란 말 그대로 여행지나 휴양지에서 한 달 정도를 생활하는 것을 말한다. 사실상 장기 여행에 가깝다. 보름 정도로 줄이거나 두세 달 정도로 늘려서 살다 오는 사람들도 있다. 한 달 살기 열풍이 시작된 지는 꽤 되었지만 아직까지 한 달 살기를 꿈꾸는 이들은 많다. 일상으로부터 탈출해서 색다르고 행복한 나날을 보낼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다만 단기 여행과 달리 한 달 살기를 계획하고 있다면 떠나기 전에 더 제대로 준비해야 할 필요가 있다. 무턱대고 떠났다가 음식이 입에 맞지 않거나, 여행지가 자신이 기대한 것과 다르거나 질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아무래도 동남아시아 지역이 저렴한 물가로 인해 한 달 살기 여행지로는 인기가 있는 편이다.

<트래블로그 베트남 한 달 살기>는 두꺼운 책이지만 목차를 보면 알 수 있듯 한 달 살기를 위한 정보들을 다룬 페이지가 그리 많지는 않다. 그것보다는 베트남에서 한 달 살기를 계획할 만한 지역들에 대한 소개, 그 지역들의 로컬 맛집이나 카페, 관광지 등을 다루고 있다. 한 달 살기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예산을 짜야 하는 사람보다는 베트남의 어느 지역에서 한 달을 살아 볼지 고민하는 사람에게 조금 더 적합하다. 이 책에서 다루는 여행지는 나트랑, 달랏, 무이네, 호치민, 그리고 푸꾸옥이다. 가이드북을 읽어 보니 달랏이 정말 매력적인 지역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달랏은 유럽 문화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관광 인프라가 독특하고 다양한 지역의 음식들이 모여 있는 곳이라고 한다. 나트랑과 호치민에서부터 그리 멀지 않아서 장기 여행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나트랑이나 호치민에 들를 수도 있다.

사진을 보면 알 수 있듯 <트래블로그 베트남 한 달 살기>는 베트남의 여러 여행지를 두루두루 다루고 있다.(위에서부터 달랏-호치민-호이안)이 책의 장점은 여러 여행지를 비교해 보며 가장 자신과 잘 맞는 곳을 골라볼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한 군데로 이미 마음을 정한 사람에게는 다른 여행지에 대한 정보가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으로 여겨질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나 같은 경우에는 하노이를 염두에 두고 있다가 다시 여행지를 고민 중인 상태이기 때문에 각각의 내용을 전부 살펴보았다. 베트남의 역사가 살아 있는 호치민, 전통적이고 독특한 분위기의 호이안, 서구적이고 아름다운 달랏 모두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책에서 언급하기로 무이네에는 모래 언덕, 어촌, 협곡과 같은 특이한 관광지가 많다고 한다. 사진으로만 보아도 신기한 풍경이라 무이네에 대한 호기심도 늘어났다. 가능하다면 전부 돌아보고 싶은 심정이다. 나트랑과 푸꾸옥에 대한 정보도 언급되어 있으나 나트랑과 푸꾸옥의 경우 이미 따로 가이드북을 읽어 보았기 때문에 생략한다.

한 달 살기뿐 아니라 베트남으로 여행을 떠나고 싶은데 어디로 가야 할지 고민이 되는 사람도 이 책을 읽어볼 만 하다. 각각의 지역들을 비교해 보고 주요 관광지의 사진과 그에 대한 설명을 참고할 수 있다. 책을 통해 보았을 때 맛집이나 카페, 숙소 같은 경우에는 지역별로 확연하게 차이가 나지는 않는 듯하다. 여행가이드북을 보다 보면 여행을 떠나고 싶은 생각이 점점 강해진다. 특히 베트남의 경우 주요 관광지들이 그리 멀지 않은 경우도 많아서 일정을 잘 짜면 여러 곳을 한 번에 돌아볼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든다. 이러다가 조만간 베트남으로 떠나고 싶은 마음을 참지 못할까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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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래블로그 베트남 한 달 살기 - 2020~2021 최신판 트래블로그 시리즈
조대현 지음 / 나우출판사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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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어디로 가고 싶은지 고민될 때 참고할 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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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말할 때 우리가 꺼내지 않았던 이야기들 - 장애인의 성과 사랑 이야기
천자오루 지음, 강영희 옮김 / 사계절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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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는 거리에서 장애인을 마주치기가 쉽지 않다. 물론 길을 지나는 사람들을 보고 그들이 장애인인지 비장애인인지 구분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그러나 공공장소에서 휠체어에 타고 있거나 기타 보조 기구들을 사용하는 장애인들을 보는 일이 그리 흔하지 않는 것은 사실이다. 장애인들은 분명 존재하고 어디선가 살아가고 있을 텐데, 그들은 어디에서도 잘 눈에 띄지 않는다. 이 책은 장애인의 성과 사랑에 대해 이야기한다. 장애인들 역시 비장애인과 같은 감정을 느끼고 같은 것들을 욕망한다. 장애인들도 누군가를 사랑하거나 사랑하고 싶어할 수 있으며 성적인 욕구 역시 가질 수 있다. 이런 말들은 너무 당연하지만 나를 포함해서 많은 사람들이 이런 사실을 생각하지 않고 살아간다. 장애인의 성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들이 가시화되지 않는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이 책에서도 장애인들은 성에 관심이 없을 것이라는 편견, '선하고 욕심 없는, 무해한 장애인'의 이미지로 장애인을 소비하려는 시도, 장애인 당사자들의 포기와 체념 등 다양한 이유들이 언급된다. 하지만 엄연히 존재하는 누군가의 욕망을 없는 것으로 치부하거나 그저 억압하기만 하는 일은 결코 옳지 않을 것이다.

장애인의 성과 관련된 담론들을 살펴보면 모든 문제들이 그렇듯 한쪽의 의견만 일리가 있다거나 완벽한 해결 방법이 있는 상황은 없다. 책에서 언급된 예시를 보자. 지적장애가 있는 여성 역시 성욕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지적장애 여성이 타인과 완벽히 원하고 동의하는 성적 관계를 가질 수 있다는 확신이 없다면 지적장애 여성의 성욕을 해결하게 해야 한다고 함부로 주장할 수 없다. 너무나 많은 지적장애 여성이 성폭력의 피해자가 된다는 사실을 통계가 뒷받침하고 있기 때문이다. 뇌성마비 장애인 여성의 성과 사랑을 다룬 한국 영화 <오아시스>는 장애인 여성의 성과 사랑을 가시화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장애인인 여성 주인공이 자신을 강간하려던 남자와 사랑에 빠진다는 전개를 비판하는 사람들 역시 적지 않았다. <오아시스>의 의의를 주목하는 의견과 비판점을 주목하는 의견 모두 들을 가치가 있다. 확실한 사실은 우리 사회에서 장애인의 성과 사랑에 대해서 오가는 이야기 자체가 너무 적다는 것이다. 흔히 장애인은 무성적인 존재로 간주된다. 장애인의 성에 대해서 그나마 사회적으로 드러나는 주제들은 남성 장애인들의 성욕을 해결할 방법에 대한 논의 정도이다.

<사랑을 말할 때 우리가 꺼내지 않았던 이야기들>에서는 많은 이들이 꺼내지 않았던 이야기들을 꺼낸다. 사랑하는 장애인들, 타인과 성적인 관계를 맺고 아이를 가지는 장애인들, 장애인의 자위 행위, 여성 장애인들의 성욕, 그리고 장애인들(주로 남성 장애인이다)의 성욕을 해소해 주기 위한 봉사 이야기와 그러한 봉사가 옳은지 옳지 않은지에 대한 논의마저. 이 책을 읽기 전에 내가 장애인의 성이나 사랑에 대해 접한 컨텐츠는 <오아시스>가 거의 전부였다. 물론 내가 이 주제에 대해 이전에 깊이 관심을 두지 않았기 때문이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나처럼 이 주제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거의 모든 이야기가 새로운 이야기들이었다.

해외에서는 장애인들의 성욕 해소를 돕는 성 봉사가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국가들도 있는 모양이다. 성 봉사에 대한 견해는 첨예하게 대립된다. 장애인들 또한 성욕을 해소할 창구가 있어야 한다는 의견도, 타인이 성욕을 해소해 주어야 한다고 믿는 것이야말로 장애인에 대한 모욕이라는 의견도 일리가 있다. 또한 성 봉사의 대상은 흔히 남성 장애인이며, 여성 장애인은 성 봉사 담론에서조차 소외된다는 지적도 있다. 저자 역시 가볍게 어떤 것이 옳거나 그르다는 판단을 하지 않는다. 책을 읽으면 명확하게 결론이 내려질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책을 읽고 나니 더 복잡해지는 기분이었다. 이 책 속 이야기들은 누군가에게는 불편한 이야기일 수 있다. 특히 한국에서는 아직까지 성에 대해 공론장에서 이야기하는 것을 꺼리는 분위기이다. 그럼에도 이 책에서 하는 이야기들은 실제로 존재하는 이야기다. 비장애인이 성욕을 느끼고 사랑을 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굳이 말하는 사람은 없다. 누구나 그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즉 장애인도 성욕을 느끼고 사랑을 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굳이 말로 하고 책으로 펼쳐 내야만 하는 이유는, 그 사실이 아직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지 않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랑을 말할 때 우리가 꺼내지 않았던 이야기들>은 아무도 함부로 판단할 수는 없지만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 할 이야기이다. 생각할 여지가 아주 많은 책이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어 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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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고이는 방, 호수
함수린 지음 / 헬로인디북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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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고이는 방, 호수>는 저자 개인의 이야기이지만 우리 사회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저자는 그저 자신이 지냈던 어떤 집들에 대한, 그리고 그 집들을 거쳐 온 저자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담담하게 늘어놓을 뿐이다. 하지만 독자가 이 책에서 느끼고 깨달을 수 있는 바는 조금 더 크지 않나 싶다. 저자는 고시원과 원룸텔, 투룸을 전전했다. 기록을 보면 저자가 처음 살았던 서울 종로의 한 고시원은 2006년에 월세가 무려 32만원이었다. 보증금이 없다는 점과 빠르게 입주하고 방을 뺄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창문 하나 없는 고시원 쪽방 월세가 32만원이라니. 책에 2006년 당시의 최저임금이 적혀 있지 않았더라면 내가 찾아서 적을 뻔 했다. 2006년의 최저임금은 3,100원이었다. 이래서야 제대로 된 주거환경을 갖추지 못한 사람은 아무리 열심히 일을 하더라도 안정된 생활을 하기 어렵다. 2020년인 지금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물론 2006년에 비하겠냐마는, 10년이 넘게 지났으니 지금 사람들의 주거환경이 2006년에 비해 그나마 나아진 건 다행스럽고 감사할 일이 아니라 당연한 일이다. 더구나 최근에도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의 주거환경 문제가 수면으로 올라오고 있다. 비가 많이 오면 무너질 것 같은 쪽방촌에서 월세를 내며 사는 사람들이 있다. 아직도 창문 없는 고시원은 널리고 널렸다. 열악한 집에 사람들은 자신들이 사는 집에 비해 터무니없이 비싼 월세 때문에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끌어올리기 어렵다. 게다가 열악한 집은 사람의 마음에서 가장 약한 부분을 파고 들어간다. 어떤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보다 행복해지기 어려운 환경에서 살아가야만 한다는 사실은 얼마나 불공평한가.

물론 이건 일반론적인 이야기고 일개 독자인 내가 저자의 삶을 판단하며 이 시기의 저자는 이랬을 것이다, 하고 말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다만 저자가 서러워서 쓰지 않았다는 어떤 이야기들, 뭐 이런 것까지 쓰나 싶어서 지웠다는 이야기들 중에서는 힘들고 마음 아프고 괴로웠던 순간들이 아주 많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제대로 된 집을 찾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수많은 청년들, 청년이 아니라도 집을 삶의 궁극적인 목표로 삼고 살아가는 어떤 사람들은 절박할 수밖에 없다. 부동산 문제야말로 우리 사회의 수많은 문제점을 여과 없이 보여 준다. 누구나 호화로운 집에 살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누구나 사람이 살 만한 집에는 살아야 하지 않을까.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읽는 걸 좋아한다. 물론 저자가 자신의 이야기를 늘어놓은 책이라고 해서 다 재미있거나 좋은 건 아니다. 개인적으로는 저자에게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있거나, 저자만의 고유한 경험에 대해 담담하게 서술하는 책을 좋아하는 편이다. <삶이 고이는 방, 호수>는 딱 그런 책이었다. 저자가 숨을 돌리기 위해 옥상, 마포 08번 버스, 카페와 같은 장소들을 떠돌았다는 경험이 남 일 같지 않았다. 모든 경험은 경험할 가치가 있다는 말로 스스로를 위로했다는 말도 가슴 깊이 와 닿았다. 마음 편히 쉴 수 있는 곳이 존재하지 않아서 여기저기를 떠돌았던 시간들을 돌이켜 보면, 추억으로 남은 부분도 적지 않지만 기본적으로는 피곤하고 힘든 시기였다. 저자와 나를 포함한 수많은 이들이 몸과 마음을 편히 할 만한 공간에서 지낼 수 있기를 바라 본다.

독립출판물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자면 관심은 오래 전부터 있었지만 본격적으로 찾아보거나 많이 구매하지는 않았다. 올해부터 슬슬 독립서점을 찾아다니고 독립출판물들을 읽어 보고 있다. 독립출판으로 자신의 책을 내는 사람들이 아주 많아진 것 같다. 그렇게 범람하는 독립출판물 속에서 내 마음에 드는, 나에게 오래 남는 책을 찾았을 때의 즐거움이란 이루 말할 수 없다. <삶이 고이는 방, 호수>는 우연히 만나서 가볍게 펼쳤지만 마음에 오래 남을 것 같은 책이다. '집다운 집'을 찾아 헤매는 다른 모든 사람들에게도 그럴 거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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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외국어 하기 딱 좋은 나이
아오야마 미나미 지음, 양지연 옮김 / 사계절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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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이 있다. 아직도 이 말이 정확히 무슨 의미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이 말은 보통 나이가 그리 중요하지 않다는 말 대신 쓰이는 것 같다. 그렇다면 이 책, <60, 외국어 하기 딱 좋은 나이>의 저자도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했을지도 모르겠다. 저자 아오야마 미나미는 나이 60에 스페인어를 배우기 위해 멕시코로 어학연수를 떠났다. 솔직히 말하면 저자는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그냥 보통의 할아버지'는 아니다. 저자는 영어로 된 소설을 오랫동안 번역해 온 베테랑 번역가니까. 확실히 외국어 하나에 능숙한 사람은 다른 외국어에 도전하기 조금 더 쉬울 거라고 생각된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환갑의 나이에 새로운 언어를 배우러 떠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저자는 미국 소설에서 스페인어의 비중이 점점 늘어난다는 사실을 깨닫고 스페인어를 공부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다. 이 책은 저자가 멕시코의 과달라하라라는 도시에서 10개월 동안 홈스테이를 하며 스페인어를 배우며 겪은 일들을 적은 이야기이다. 일단 저자의 과감한 도전이 재미있다.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며 멕시코라는 나라에 대해서 조금이나마 알 수 있게 되었다. 책 마지막 부분에는 간단한 스페인어 표현들이 정리되어 있다.

저자는 스페인어를 거의 기초부터 현지에서 부딪치며 배운다. 처음에는 홈스테이를 하는 집주인 자매와도 제대로 의사소통을 하지 못한다. 집주인 자매는 각각 70세, 75세의 노부인들이다. 집주인인 노부인 자매와 일본에서 온 60세의 학생이라는 조합이 신선하게 느껴졌다. 참고로 책 뒷표지를 보면 저자가 나중에 홈스테이를 하는 다른 집에서는 80세 노부부를 손님으로 받아 본 적이 있다는 언급이 있는데, 놀라울 따름이다. 하여튼 저자가 다니는 어학원에는 의외로 나이 많은 학생들이 많다. 중년의 한국인 손님도 잠깐 등장한다. 서울이 춥다는 이유로 멕시코의 과달라하라로 이사를 하고 싶어하는데, 아내가 멕시코로 오고 싶지 않아 한다는 것이 그의 고민이었다. 서울이 추워서 멕시코로 이사하기 위해 스페인어를 배우는 한국인 중년 남자라. 잘 상상이 가지 않았다. 세상은 넓고 특이한 사람이 참 많다.

<60, 외국어 하기 딱 좋은 나이>는 스페인어 교재가 아니라 에세이다. 하지만 스페인어를 공부하고 싶은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 읽어 보는 것도 좋으리라 생각된다. 저자가 완전히 초보였을 때 스페인어 단어를 외우던 과정, 멕시코 현지 사람들과 겪었던 일화, 그 외에도 간단한 스페인어 표현들이 나온다. 60세 할아버지도 스페인어를 배우는데 내가 못 배우겠냐는 생각으로 공부에 도전할 만한 동기도 만들어 줄 수 있다. 60세 할아버지를 무시하는 건 아니고, 책 본문에도 언급되는 내용이다. 책 본문에 따르면, 언어 습득 이론을 연구하는 학계에서는 '임계기 가설'이라는 말이 있다고 한다. 특정한 나이대가 지나면 새로운 외국어를 습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가설이다. 물론 완벽한 사실이라고 입증된 건 아니지만 저자는 이 이론을 이야기하며 나이로 따지자면 자신은 실격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저자가 원했던 것은 원어민 같은 실력이 아니라 '갑자기 스페인어가 튀어나와도 당황하지 않을 용기'였다. 그 정도의 용기를 갖고 싶어서 공부하는 사람에게 나이 이야기 같은 걸 하며 어깃장을 놓을 이유가 있을까.

새로운 언어를 공부하게 되면 그만큼 자신의 세계가 넓어진다. 모국어만을 사용했을 때는 읽을 수 없었던 글들을 읽을 수 있고, 직접 대화하기 어려웠던 사람과도 대화할 수 있다. 나 같은 경우에도 스페인어를 직접 공부한 건 아니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스페인의 스페인어와 멕시코의 스페인어가 다르다는 지식을 하나 얻을 수 있었다. 나이 60에 직접 멕시코로 떠나 몸으로 부딪치면서 스페인어를 공부한 저자의 세계는 얼마나 더 넓어졌을까. 부럽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희망적이기도 하다. 책 앞부분을 보면 저자는 30대 때부터 스페인어를 공부하고 싶었다고 한다. 즉 거의 30년을 미뤘지만 결국 도전해서 나름의 결과를 얻어낸 셈이다. 30년을 미루더라도 끝까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훨씬 낫지 않을까. 물론 이 책을 읽고 나면 30년을 미루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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