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일 잘할 수 있다 - 유능한 직장인의 50가지 성공 습관
기토 마사토 지음, 조해선 옮김 / 리브레토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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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랑스러운 이야기는 아니지만 나는 일을 잘 미루는 편이었다. 학교에 다닐 때는 숙제나 과제를 항상 마감 직전까지 붙잡고 있곤 했다. 일을 시작하기까지 워밍업을 하는 시간이 오래 걸리고, 할 일이 많을 때는 우선순위를 제대로 정하지 못하는 바람에 해야 하는 일보다 하고 싶은 일을 먼저 하기도 했다. 분명 금방 처리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일들이 발목을 잡는 일도 허다하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점은 나 같은 사람이 한둘이 아니라는 것이다. <나도 일 잘할 수 있다>는 일을 잘 하는 노하우를 모아 놓은 책이다. 사실, 일을 잘 하는 법에 대한 책은 한두 권이 아니다. 나는 모든 종류의 자기계발서를 읽기 전에 이런 생각을 한다. '이 책에서 하나라도 건질 수 있다면 다행이다.' 책은 책일 뿐이다. 아무리 옳은 말들을 늘어놓은 책을 읽어도 읽고 실천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그리고 옳은 말들을 구구절절 쓰는 건 그리 어렵지 않다. 결국 이런 책은 읽는 사람이 정신을 차릴 수 있게 하는 데 의의가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책은 꽤 괜찮았다. 확실히 하나를 건질 수 있는 책이었다. 책은 크게 일 처리가 느린 이유, 일을 잘 하는 사람의 사고방식, 시간 절약법, 행동법, 그리고 생활 습관으로 나뉜다. 이 책의 팁들은 기본적으로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을 타겟으로 쓰였지만, 공부나 집안일 등에도 응용할 수 있다.

가장 와 닿았던 내용은 먼저 처리할 일과 뒤로 미뤄야 하는 일을 구분하는 방법이었다. 저자는 업무의 긴급성과 수고로움에 따라 일을 네 가지로 분류한다. 1. 긴급성이 높고 손이 많이 가는 일. 2. 긴급성이 높고 손이 많이 가지 않는 일. 3. 긴급성이 낮고 손이 많이 가는 일. 4. 긴급성이 낮고 손이 많이 가지 않는 일. 이렇게 두고 보면 당연히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1번이고, 2번도 긴급성이 높으면서 빠르게 해치울 수 있기 때문에 우선순위의 앞쪽에 둘 만 하다.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은 3번이다. 3번과 같은 일을 미루게 되면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긴급성이 높고 손이 많이 가는 일, 즉 1번이 된다. 이런 일은 '지금은 작아서 눈에 띄지 않을지라도 머지않아 거대한 괴물로 변해 우리를 괴롭힌다'. 특히 습관적으로 일을 미루는 사람이라면 더 주의해야 한다. 덧붙여 이 책의 1장을 보면 소제목 중 '마감일은 제출일이 아니다'라는 문장이 있다. 조금 과장하자면, 이 문장을 읽은 것만으로도 이 책을 읽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은연중에 마감일을 제출일이라고 생각하는 바람에 일어났던 수많은 해프닝들을 떠올리면, 역시 마감은 빨리 하면 빨리 할수록 좋다.

하지만 마감을 빨리 하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이라면 이런 책은 필요하지 않았을 것이다. 모두가 알아서 마감을 빨리 하고 일을 잘 한다면 일을 잘 하는 법에 대한 책에 무슨 의미가 있을까. 위에도 말했지만 나는 일을 시작하기까지 워밍업을 하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 이유는 크게 의욕이 나지 않아서, 집중이 잘 되지 않아서로 구분된다. 집중이 머리의 문제라면 의욕은 마음의 문제인데, 저자는 의욕에 관해 뇌 연구자인 이케가야 유지의 말을 인용한다. "의욕이 없어서 시작을 못 하겠다는 말은 '안 하는 사람의 변명'에 불과하다. 애초에 의욕은 처음부터 생겨날 수가 없다. 어떤 일을 시작하고 나서야 비로소 솟아나는 것이다." 즉, 하기 싫다는 생각을 그만두고 일단 시작하라는 말 되시겠다. 집중에 관해서는 자신만의 집중 루틴을 만들라는 내용이 인상적이었다. '한 입 베어 먹으면 그 어떤 귀찮은 일도 바로 시작하게 만들어 주는 마법의 음식'을 정하라는 것이다. 디저트를 좋아한다면 초콜릿이나 마카롱 같은 게 좋고, 에너지 드링크 같은 음료도 괜찮다. 집중이 필요한 일을 시작하기 전에 마법의 음식을 먹는 걸로 몸과 마음에 신호를 주라는 의미다. 이 팁은 당장 내일부터 시험해 봐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내가 도저히 따라할 수 없을 것 같은 팁들도 있다. 아침 여섯 시에 일어나 출근하기 전 카페에서 미리 일을 한다든가, 일을 게임처럼 즐긴다든가. 하지만 이런 방법들이 맞는 사람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직장인에게 일을 잘 하게 된다는 건 단순히 맡은 일을 잘 처리하는 사람이 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우리는 인생에서 적지 않은 시간 동안 일을 하며 보내기 때문이다. 즉 직장에서의 생활은 삶의 질에 너무나도 큰 영향을 끼친다. 스스로의 업무 능력에 회의를 느낀다거나, 좀 더 일을 잘 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책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그럼 나는 '마법의 음식'을 뭘로 하는 게 좋을지 고민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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