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재밌어서 잠 못 드는 경제학 잠 못 드는 시리즈
나카무라 다카유키 지음, 노경아 옮김 / 생각의길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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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기 전의 나는 경제학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나 마찬가지였다. 물론 '보이지 않는 손'이라는 개념 때문에 널리 알려진 애덤 스미스의 이름 정도는 알고 있었다. 존 스튜어트 밀이나 마르크스의 이름도 어디서 들어는 봤지만 그들이 어떤 사상을 주장했고 어떤 업적을 남겼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몰랐다. <너무 재밌어서 잠 못 드는 경제학>은 18세기부터 현대 경제학에 이르기까지 경제학의 역사, 주요 경제학자들의 사상에 대해 설명한다. 책 뒷표지에는 '세상에서 가장 쉬운 경제학'이라는 문구가 있는데, 아주 솔직하게 밝히자면 제목처럼 재미있지는 않지만 이해하기에 마냥 쉽지도 않다. 몇 번이고 다시 읽어 봐야 하는 부분도 있었다. 그래도 경제학에 대한 지식이 아예 없는 사람이 읽기에 좋은 책인 건 사실이다. 사실 250년 가량의 역사를 가진 경제학이라는 학문을 책 한 권으로 이해할 생각이었던 내가 도둑이나 다름없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목차를 보면 총 7장으로 나뉘어 있다. 1장은 애덤 스미스, 2장은 존 스튜어트 밀과 마셜, 3장은 케인스, 4장은 마르크스, 5장은 하이에크, 6장은 프리드먼, 그리고 7장은 조직 경제학이다. 책 내용은 기본적으로 시간 순서로 진행된다. 물론 3장의 케인스가 1883년에 태어났고, 4장의 마르크스가 1883년에 사망하였으니 철저하게 시간 순서를 따르는 건 아니니 시간적 흐름은 참고만 하는 게 좋다. 경제사상가들의 사상은 당연하게도 시대적 배경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해당 사상가들의 사상에 대해 이해하려면 당시 사회상에 대한 이해가 거의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다. 다행히도 각 경제사상에 영향을 끼친 시대적 배경에 대해서도 설명이 잘 되어 있는 편이다. 예를 들면, 존 스튜어트 밀은 노동계급에 속하는 사람들이 아무리 열심히 일을 해도 빈곤에서 벗어날 수 없는 상황을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렇다는 건 밀이 살았던 시대는 노동계급의 빈곤이 극심했다는 뜻이 된다. 밀은 1806년에 태어났다. 당시의 영국은 산업혁명의 영향으로 수많은 공장이 새로 생겨났고, 자연스레 경제적으로 부유한 자들과 그렇지 않은 자들의 계급이 구분지어지는 시기였다. 당시 사회상에 대해 책의 내용을 두 문장만 인용하자면 다음과 같다. "노동 시간을 규제하기 위해 19세기 전반에 제정된 공장법을 살펴보면, 당시 영국의 공장 노동자가 얼마나 혹사당했는지 잘 알 수 있다. 공장법은 10세 이하의 아동에게까지 하루 15시간이나 일을 시키는 노동 현실 때문에 1802년에 가까스로 시행된 규제인데, 아동의 야간 노동을 금지하고 노동 시간을 12시간으로 제한하라는 내용이었다." 이런 내용을 읽고 나면 밀이 왜 노동자 계급에 대한 분배를 중요시 여겼는지 자연스레 이해할 수 있다. 다른 경제사상가들에 대한 내용 역시 유사한 방식으로 설명되어 어렵지 않은 편이다.

이 책에 따르면 경제학의 목적은 '나쁜 돈벌이를 억제하고 좋은 돈벌이를 촉진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서 나쁜 돈벌이가 무엇이고 좋은 돈벌이는 무엇인지, 나쁜 돈벌이를 어떻게 억제해야 하는지 혹은 억제하지 말아야 하는지, 좋은 돈벌이를 어떻게 촉진하는지 혹은 촉진하지 말아야 하는지가 사상가마다 의견을 달리하는 부분이다. 읽다 보면 '시장은 선, 정부는 악'이라는 주장을 하는 프리드먼과 같은 사상가도 있다. 시장을 더 좋은 방향으로 움직이기 위해 정부가 개입하는 행동 자체에 반대하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그의 사상에 동의하기 힘든데, 저자 역시 그를 시장주의의 선동자라고 표현하며 그를 비판하는 모습을 보인다. 저자의 주관적 견해가 드러나는 책은 장점도, 단점도 있으니 읽는 사람이 적절하게 판단하는 게 좋겠다. 읽으면서 새로 알게 된 점도 많았고, 잘못 알고 있던 지식을 고치기도 했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애덤 스미스가 모든 이익 추구를 긍정하고 자유만을 중시하는 사상가인 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애덤 스미스가 긍정한 이익 추구는 '좋은 돈벌이'이고, 애덤 스미스는 이익 추구가 좋은 돈벌이가 되려면 어떤 조건들을 만족시켜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제시하고 있다. 한 번 완독하였으나 나와 같은 문외한은 두 번 정도 읽어야 내용을 잘 이해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경제학의 기초에 대해 비교적 쉽게 공부하고 싶은 사람은 이 책을 읽어 보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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