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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없다 1
전여옥 지음 / 푸른숲 / 1997년 7월
평점 :
품절
나는 일본에서 5년간 유학생활을 했던 학생이다. 일본에 있을 때도 한국에서 베스트셀러가 된 책들을 여럿 구해다 읽곤 했는데 이 책도 그 중 하나였다. 일본에서 살면서 직접 일본에 대해 느끼는 것 뿐만이 아니라, 여러 사람이 쓴 일본 관련 책을 읽었다. 다른 사람들이 본 일본이라는 나라와 내가 살면서 느낀 일본이란 어떤 차이가 있을지 궁금했고, 그 차이를 대조해 봄으로서 우리 나라 사람이 가장 싫어하는 나라인 일본에 사는 한국인으로서 여러가지를 생각해 볼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전여옥의 '일본은 없다'는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참으로 가치 없는 한 권이었다고 생각한다. 일본에서 5년을 살았던 난 적어도 그렇게 느꼈다. 전여옥이 말하는 일본은 대부분이 지극히 주관적이고 편협된 시각으로 비추어져 있다. 우선 3,4년의 일본주재근무로 그 나라를 판단하려는 것 자체가 허황된 생각이다. 전여옥이 본 것은 일본이라는 나라 중 극히 일부인 동경이었고, 그가 만난 사람들은 그 중에서도 자신의 생활환경에 끼여 있었던 몇몇일 뿐이다.
그런데도 그는 자신이 본 것을 모두인 양 말한다. 이건 마치 붐비는 지하철에서 자신의 발 밟은 어느 한국인이 사과하지 않는 것을 보고 '한국인은 사과할 줄 모른다'고 말하는 셈이다. 특히 일본 여성에 대한 묘사는 너무나도 단정적이어서 당황스러웠다. 그가 말하는 대로라면, 일본 여성은 다들 이중적이고 주체적이지 못하며 외국인에게 환장하는 그런 인형같은 존재일 것이다. 그러나 내가 본 일본여성은 그렇지 않았다. 물론 전여옥이 말하는 그런 사람들이 없었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일부이고 전체적인 모습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역사적으로 일본을 싫어할만한 이유가 많았다. 과거의 악행과 오늘날의 위선적인 언행 등 그래서 우리는 일본을 꺼리고 욕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들에 대해 많은 의문을 가진다. 일본이란 과연 어떤 나라인지, 우리는 어떻게 그들을 이해하고 넘어서야 하는지 우리는 알고 싶어한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오히려 우리가 무엇보다도 피해야 할 일본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부추김으로서 일본과 장벽을 쌓는 한권일 뿐이다. (별 한개도 아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