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빛 1
와타나베 다에코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1년 11월
평점 :
절판


일본 만화가 물밀듯 들어오면서 참 어설프고 유치한 작품들도 많이 보인다. 일본의 에도 시대나 명치유신에 관한 작품들 중에도 그런 것들이 종종 눈에 띄는데, 제대로 그 시대를 이해하고 싶은 분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이 책을 접하게 된 건 일본의 친구의 추천때문이었다. 난 일본에서 5년정도 생활한 적이 있었는데 그 때 사귄 한 일본인 친구가 괜찮은 작품이 하나 있다면서 들려 준 게 이 작품이다. 원제는 '바람 빛나다'. 화풍은 결코 내 맘에 들지는 않았지만 참 잘 그리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기억이 있다. 주인공 여자아이가 남장을 하고 신선조에 들어간다는, 어떻게 보면 참 고전적인 설정의 이 만화는 작가의 철저한 고증과 빛나는 캐릭터성에 의해 현실감을 갖는다.

굵은 줄거리가 아니라 배경으로 깔린 이불 한 장과 신발 한 짝, 화로 하나 등, 일본인 조차도 알기 어려운 에도 말기의 쿄토의 일상생활을 눈물겨운 노력으로 철저히 재현해내고 있다. 캐릭터 역시 그렇다. 역사 속의 인물을 스토리에 맞춰 등장시키되, 작가 나름대로의 이미지에 맞도록 때로는 희화화하고 때로는 심각하게 주인공 여자아이의 머리를 밀어가면서까지 캐릭터성을 부각시킨다. '순정만화니까 뭐~'라고 변명하며 어설프고 대충대충 그리는 건 절대로 용납하지 않겠지만, 그래도 반드시 '순정만화'로 그리겠다는 작가의 결의가 세세한 곳까지 잘 드러나 있다.

한국어판이 되면서 아쉬웠던 건 제목이 원제와 다르게 바뀌어 버린 것과 등장인물인 오키타 소시가 반말을 한다는 것이다. 원제인 '바람 빛나다' 는 시의 계절을 나타내는 한 구절로서 의미있는 말이었고 오키타 소시는 누구에게나 공손하게 존댓말을 하는 캐릭터인데도 바꿔버려서 안타깝다. 하지만 그것들이 이 만화의 장점을 가리기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작가의 프로 정신이 빛나는 이 작품을 많은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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