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의 시대, 기도를 배우다 - 새롭게 읽는 주기도문
헬무트 틸리케 지음, 박규태 옮김 / 아드벤트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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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이 계시지 않은 것 같은 세상에서 기도란 무엇일까. 나는 지금 기도를 믿고 있을까? 기도를 들으시는 분을 신뢰하고 있을까? 아니면 그저 기도의 효과만 바라고 있었던 건 아닐까. 가끔 그런 생각이 마음을 스친다. 무엇을 위해 기도해야 할지조차 막막할 때가 있고, 결국 주여한숨처럼 내뱉고는 그걸로 기도를 마쳤다고 스스로를 달래곤 한다. 그럴 때마다 떠오르는 기도가 있다. 주님이 우리에게 가르쳐주신 기도, 주기도문이다.

 

생각해보면, 주기도문처럼 자주 하면서도 깊이 새기지 못한 기도도 많지 않은 것 같다. 나 역시 예배 끝에 습관처럼 외우거나, 불안할 땐 뭔가 달라지길 바라며 주문처럼 반복하곤 했었다. 돌이켜보면 민망하지만, 그땐 그게 기도인 줄 알았다. 그러다 어느 순간,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마음이 들어 주기도문을 한 줄 한 줄 다시 들여다보게 됐다. 부끄러운 마음으로 시작했지만, 알면 알수록 놀라웠고, 익숙한 기도 안에서 전혀 새롭고 깊은 감동을 경험하게 되었다. 헬무트 틸리케의 불안의 시대, 기도를 배우다: 새롭게 읽는 주기도문은 그때의 감각을 일깨워준 책이다.

 

틸리케는 말한다. “주기도문의 말씀은 모든 상황에 주어진 말씀입니다.” 그는 이 짧은 기도에 삶의 크고 작은 모든 것이 담겨 있다고 말한다. 하나님 나라를 구하는 큰 소망부터, 하루 양식을 위한 현실적인 간구까지. 하늘과 땅, 마음과 몸, 개인과 공동체를 아우르는 삶의 모든 결이 이 기도 안에 담겨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주기도문은 누구에게나 필요한 기도다. 삶의 자리와 모습은 달라도 우리는 모두 양식을 구하고, 용서를 바라고, 평화를 기다리며 살아가니까.

 

책을 덮고 나서 다시 생각해본다. 기도란 무엇일까. 이 책이 내게 남긴 가장 큰 선물은 나는 여전히 기도를 믿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 기도를 들으시는 분을 신뢰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주기도 안에 담긴 아버지의 마음과 깊이를 다시 느끼게 해 준 책. 그래서 이 책, 참 좋아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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