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층 너머로 꿈꾸는돌 44
은이결 지음 / 돌베개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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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소녀, 아진은 절친 세나의 죽음을 알게 되면서 이 이야기는 시작된다.

아진은 세나의 죽음으로 인한 충격과 슬픔, 죄책감 등으로 밤마다 자전거를 타고 동네를 배회한다.

그러다 다른 친구와 이웃, 주변 사람들의 도움으로 그 어둠에서 조금씩 벗어나기 시작한다.

홀로 슬퍼해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혀 있던 아진은 그들에게서 온기를 느끼고 조금씩 회복되어 간다.

 

소설을 읽기 전엔 2.5층의 의미가 무엇일까 상당히 궁금했다.

층계참? 근데 왜 하필 2.5층일까. 3.5층일 수도. 7.5층일 수도 있었을 텐데.

사실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물리적인 층 수가 중요한 게 아니었으니까.

2.5층은 누군가를 기다리는 곳, 쉴 수 있는 공간이란 느낌이 강했고,

아진에겐 물론 내게도, 그리고 우리 모두에게도 꼭 필요한 공간이란 생각이 들었다.

 

사랑하는 이들, 자식 같던 반려견들을 차례차례 보내면서

어쩔 수 없이 못 해 준 거, 더 잘해주지 못한 것들만 더 강렬하게 기억나곤 했는데

그건 나를 위해서도, 먼저 떠나간 이들을 위해서도 결코 좋은 추모가 아니란 걸 깨달았다.

그들의 존재와 의미를 그런 기억들로 채우고 싶지 않았다.

즐거웠던 기억 위주로만 그들을 추모하면서 그들이 내게 얼마나 큰 존재였고 행복이었으며

사랑이었는지를 남기기로 했다.

 

나는 어쩌면 수년이 흘렀지만, 또 최근에도 이별이 있었던 터라

여전히 2.5층에 머물러 있는지도 모른다.

아파하는 시간조차 꼭 필요한 숨고르기가 아닐까.

 

<2.5층 너머로>는 좀 무거운 감정을 다루고 있어서 읽기가 수월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죽음이란 절망에서 머무는 게 아니라, 빛으로 이어지는 깊은 위로가 있어서 좋았다.

나처럼 가까운 이를 잃은 사람들에게 한 번쯤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슬픔은 갑자기 사라지는 게 아니라, 내가 견딜 수 있는 무게로 변해 간다.”

 

그 말이 새삼 마음에 와 닿는다.

 

#은이결 #돌베개 #이점오층너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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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 공주 해적전 소설Q
곽재식 지음 / 창비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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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 공주 해적전

 

신라 장보고가 망하고 15년이 지난 때, 한주 지방에 사는 장희의 이야기이다.

 

장희는 장보고 무리 사이에 끼여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며 장사를 하는 사람들의 심부름을 하며 밑천을 모았으나 탕진하고, 당장 먹을거리가 없게 되자 돈을 벌러 거리로 나섰다가 한수생을 만나게 된다.

 

한수생이 쫓기게 된 사연은 개미와 베짱이 이야기를 보는 듯하다. 한수생은 개미고, 마을 사람들은 베짱이. 다른 점은 베짱이는 개미에게 동정(?)을 바랐지만, 마을 사람들은 한수생을 죽이고 식량을 빼앗으려 든다. 여기서 마을 사람들의 논리가 상당히 이기적이고 무섭다. 범죄의 합리화? 정당화?

 

그렇게 마을 사람들에게 쫓기게 된 한수생은 무슨 문제든 풀어준다는 장희를 만나 목숨을 구하게 된다. 처음에 장희는 한수생을 속여 은팔찌만 가로채고 혼자 떠나려고 했으나, 이내 마음을 고쳐먹고 그와 함께 배를 타고 도망가나 관군들이 쫓아온다.

 

관군에게 자신의 처지를 이야기하면 문제가 해결될 거라 생각하는 한수생과 이미 마을 사람들에게 뇌물에 매수되었을 거란 장희. 관군은 장희의 말처럼 한수생을 공격했고 우연히 만난 대포고래 해적단을 만나 관군으로부터는 목숨을 건진다. 그러나 그들에게 닥친 위기는 이게 끝이 아니었으니... 이 책의 재미는 지금부터다.

 

이 이야기는 하나의 어려움에 부닥치게 되면 다른 어려움으로 해결하고, 또 그 어려움은 또 다른 어려움으로 해결하는 지혜가 돋보인다. 특히 장희의 지혜와 뛰어난 임기응변이 돋보이는 장면이 두 번 나온다. 조세와 공물을 싣고 가는 관청의 배를 만났을 때와 마지막, 상잠 장군 패거리들에게 꼼짝없이 죽을 위기에 놓였을 때다. 이 부분을 자세하게 풀고 싶지만 그러면 이 책을 읽는 묘미도 사라지겠지. 그거야말로 엄청난 스포라 할많하않.

 

고전소설을 읽을 때의 문투가 느껴지기도 했고, 고전소설에서나 볼 수 있는 빠른 사건 전개(디테일 묘사 없이 요약적 사건 전개?)가 어려움을 또 다른 어려움으로 극복하는 과정을 속도감 있게 보여준 것 같다.

 

두껍지 않은 책이라 읽기에 시간적, 분량적 부담이 적다. 위기를 위기로 극복하는 과정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데, 장희의 배포와 지혜를 엿보는 재미가 이 책의 매력이다. 또한 이 시대에 접목해 생각해봄 직한 장면들도 있다. 자신의 어리석음과 잘못은 인정할 줄 모른 채 나라 탓만 하는 인물이나 자신의 범죄를 정당화하며 무리 지어 권력을 형성하는 인물, 모종의 세력과 결탁하여 세금을 빼먹으려는 인물. 그런 사람들의 말을 보며 마치 고전이 주는 교훈을 만나는 듯해 의미 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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