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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의 시대 - 일, 사람, 언어의 기록
김민섭 지음 / 와이즈베리 / 2018년 12월
평점 :
'훈(訓)의 시대' , 제목을 보자마자 '훈의 시대'가 도대체 어떤 시대인 거지?? 궁금증이 들었던 책입니다!
알고 보니 훈은 가훈, 교훈, 훈계, 훈련 등에 쓰이는 가르칠 훈(訓) 자였어요. 쉽게 말하면 학교에선 교훈, 급훈, 교가 등이
훈인 것이고 회사에서는 사훈, 사가, 슬로건이 훈인 것이죠~
저자는 학교의 훈, 회사의 훈, 개인의 훈에 대해서 말하고 있습니다. 그중 인상 깊었던 부분은 개인의
훈!
누구일까? 저 성의 주인은,
사람들은 누구나 가슴속에 성을 짓고
삽니다.
-롯데캐슬 TV 광고에 등장한
문구-
아파트 광고 카피를 보면서 뭔가 불편하다고
느꼈는데 그게 이유 있는 불편함이었어요.. 나와 네가 사는 공간은 다르다고 구별짓고 특별함을 과시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욕망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겠지요. 광고는 끊임없이 당신은 특별한 사람이에요 당신은 남들과 다른 시선을 받고 존경받을 만한 사람이에요 말하고 치켜세워줍니다. 개인이
가장 편안함을 느껴야 할 공간인 집은 어느새 편안함보다는 몸에 걸치는 옷처럼, 가방처럼, 타고 다니는 차처럼 남들에게 보여줘야 할 하나의
아이템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개인이 대단히 착각하고 있는 게 있습니다. 특별한 건 명품 옷, 명품 가방, 외제차, 고급 브랜드 아파트이지 자기
자신이 아니라는 것을요.
훈의 시대를 읽고 나니 훈의 의미를 더욱
명확하게 알 수 있었습니다. 의식하고 있지 않았을 뿐 우리 시대의 여기저기에 존재했습니다. 그것이 개인을 억압하는 순결, 겨레의 밭과 같은 나쁜
훈일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훈일 수도 있습니다. 학교에 다닐 때 좌우명을 써서 제출하는 일이 있었는데 저는 그때 어디선가
주워들은 그럴싸한 좌우명을 대충 써서 제출했었습니다. '오늘 걷지 않으면 내일은 뛰어야 한다.'라는 매일 꾸준히 성실해야 함을 강조하는 그런
뻔한 좌우명이었죠. 그런데 이 좌우명을 보고 국어선생님께서 오늘도 내일도 못 걷고 못 뛰면 어떻게 되는 거냐고 물었죠.. 제가 그때 뭐라고
답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그때가 생각이 나면서 그때 급하게 쓴 좌우명도 어쩌면 나 자신을 향한 훈이 아니었을까 싶어요. 좌우명 같은 거
없어도 잘 사는걸요. 굳이 만든다면 상황에 따라서 매일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 싶네요.
우리의 몸을 지배해 온 시대의 다양한 언어들에
대해서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 훈의 시대를 추천합니다!
"우리 주변에는
아직도 많은 훈들이 남아 이 시대와 여전히 동시하고 있다. 전근대적인 야만의 언어들이, 산업화 시대에 만들어진 낡은 언어들이 여전히 우리 곁에
존재한다는 것은 몹시 모욕적이다. 우리는 이것들을 이제 폐기하고 스스로의 훈을 만들 필요가 있다.
"
훈의 시대 에필로그 246 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