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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비투스 (양장) - 인간의 품격을 결정하는 7가지 자본
도리스 메르틴 지음, 배명자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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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비투스(habitus)는 원래 피에르 부르디외가 사회적 재생산과 계급적 구속을 설명하기 위해 사용한 사회학적 개념인데, 여기서는 단순히 “습관보다 더 근본적인 내면 구조”로 재해석되어 자기계발식 솔루션으로 전용되고 있다. 부르디외의 아비투스는 개인이 노력으로 바꾸는 도구가 아니라 사회 구조가 체현된 제약이자 불평등의 재생산 장치라는 비판적 개념인데, 이를 “바꾸면 성공할 수 있다”는 식으로 소개하는 건 원 개념의 급격한 탈정치화, 상품화라고 볼 수 있다.
7개의 자본(심리, 문화, 지식, 경제, 신체, 언어, 사회)이라는 틀 역시 ‘자본(capital)’이라는 용어를 차용하지만 실제로는 사회학적 자본론의 엄밀한 분석 틀이 아니라 동기부여용 구호 수준에 머문다. 이른바 ‘마케팅 자본화’로, 구조적 불평등을 설명하기 위한 과학적 개념을 개인의 자기계발 도구로 재포장하여 팔아먹는 전형적 방식이다. 결과적으로 독자는 사회적 현실을 이해하기보다 “부족한 건 내 아비투스, 고치면 올라갈 수 있다!!”는 식의 가스라이팅을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