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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탐정들 - 걸작추리소설모음 1
코넬 울릿치 외 지음 / 동아출판사(두산) / 1992년 10월
평점 :
품절
마틴 H그린버그와 빌 프론지니가 공동 편집한 리더스 다이제스트 추리소설 선집 시리즈, 그중에서 제 1권 여탐정들을 읽게 되었다. 이 선집의 특징은 주로 훌륭한 작품들인데도 불구하고 너무 길어서 단편집에는 싣을 수가 없었던 중편들을 모아 주제별로 엮은 것이다. 이렇게 해서 이 시리즈는 여탐정들, 경찰 이야기, 잠겨진 방(밀실 미스터리), 영국 탐정들이란 제목으로 나오게되었다. 그중 제1권을 독특하게 여탐정들이라고, 여성들이 주인공 탐정으로 나오는 중편 4편이 수록되어있다. 남성위주의 추리문학에서 남성 편집자가 여성들에게 바치는 심심한 사과인가?
여기에서는 정말 여러 다양한 모습을 지닌 여성들의 모습을 보게된다. 전형적인 영국인 노처녀의 모습도 보이고(죽음의 장신구), 조용한 직업여성을 한 작가(점박이 개), 고지식한 지식 여성(단서가 된 책), 정력적인 활동여성(실의에 빠진 사람들). 모두가 세상에서 다양한 위치와 직업을 이루고 살아가는 여성들의 모습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다양한 여성들의 삶이 열거되었을 뿐이지, 그들의 진솔하고 깊은 내면을 파고 들어간 작품은 없는 것 같다. 대부분의 작품이 지나치게 과거 전형화된 어떤 모습들에 기대거나, 그들의 삶보다는 그들이 연루된 사건에 치중해 있기 때문이다.
재미있게도 여기에 수록된 작품 순서들이 마치 여성들이 변화해온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이 보이기도 한다. 고지식하고 조용한 노처녀의 모습은 전통적인 역할이 기대된 여성의 모습이고(죽음의 장신구), 후에 약간의 사회적 지위를 지니고 있지만 여전히 침묵하게 강요되는 위치에 놓인(점박이 개와 단서가 된 책)에서 어느 정도 독립적인 위치에 서게된(실의에 빠진 사람들) 모습까지. 그들이 사회적으로 어떤 위치에 있어 왔는가를 이러한 모습에서 생각해 볼 수 있다.
여기에 묘사된 주인공들은 어떤 전형을 따르고 있는 편이다. 죽음의 장신구의 여 주인공은 전형적인 미스마플류의 모습이고, 점박이 개이 수잔데어는 추리작가 제시카 플레처의 유형, 단서가 된 책은 옥신각신하는 주인공 남성 탐정과 그의 애인(비록 애인의 역할이 더 커졌다 할 지라도.), 마샤 뮬러의 샬리 맥콘은 여성 하드보일드의 명탐정 유형(킨제이 밀혼이나, VI워쇼스키 같은. 그리고 샬리 맥콘은 실제로 그 유형의 대표인물!!).
이러한 작품들 중에서 가장 현대적인 미덕을 지니고 있는 것은 역시 마지막 수록 작품인 실의에 빠진 사람들이다. 트릭 위주의 경향에서 탈피하여 인간관계의 묘사에 치중한 이 작품은 현대 추리소설의 대표적 조류를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내고 있다. 주인공 샬리 맥콘 또한 폭력적인 사회에 경솔하게 폭력으로 맞대응 하는 급진적인 과격파의 여성도 아니고, 예전처럼 오로지 침묵과 신중함으로 일관한 소극적인 여성성도 아니다. 그녀는 독립된 자아로서 사회에 존재하고자 하는 현대 여성의 욕구를 가장 잘 드러내 보이는 인물이다.
이렇게 맛보기로 다양한 여탐정들을 만난 기쁜 독자라면, 좀 더 깊숙이 파고들어간 작품들에서 진솔한 그들의 모습과 조우하도록 하자. 개인적으로 추천하는 작품은 P.D제임스의 여자에게 맞지 않는 직업과 미넷 월터즈의 아이스 하우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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