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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농장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13
조지 오웰 지음, 김병익 옮김 / 문예출판사 / 1999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최초에 사상가가 있었다. 그 다음에는 행동하는 혁명가가 있었다. 그리고 그 다음에는 독재자가 탄생했다 지금으로부터 무려 60년 전에 쓰여진 이 작품이 놀라운 이유는 그 놀라운 예견력과 현재의 정치상황과 맞아떨어지는 기묘한 우연 때문이다. 메이저 영감이 그의 혁명에 관한 이론을 발표했을 때 그것은 순수했다. 그리고 그것이초기에 실행 될 때에도 또한 세력균형이 이루어지는 지도자들 또한 별 무리가 없었다. 하지만 한 명이 배신을 하고, 서서히 자신의 권력을 휘두르기 시작하자 모든 것은 무너지고 만다.

동물농장은 스탈린의 배신과 그의 독재를 우화형식으로 풍자한 소설이다. 그래서 이 소설의 등장인물들은 현실에서의 여러 인물들과 비유된다. 예를 들어, 메이저 영감은 마르크스에, 스노볼은 레닌에, 그리고 스탈린은 나폴레옹에 빚 대어 놓은 것이다. 어떤 이론이든 그 이론자체로는 좋지 않은 것이 없다. 하지만 그것이 실제로 현실에서 실현되기는 불가능하다. 공산주의 또한 그 순수한 목적자체와 이론만으로는 나쁘지가 않다. 모두가 잘 먹고 잘 살자는데 그것이 왜 나쁘겠는가. 하지만 그것이 실제로 현실에서 실현되기는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그것을 실행하는 인간은 그 이론에서 나타나는 것처럼 단순한 체스말 같은 존재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공산주의가 가장 무시하고 있는 것은 인간의 욕망이다. 인간은 욕망을 추구하고 살아가는 대상이라는 것이다. 공산주의는 권력이 한 인물에게 집중되자 독재가 되고 가장 포악한 전제 정치로 변하고 만다. 공산주의에 밑바탕이 되는 이론을 창시한 마르크스 또한 공산주의가 이런 독재를 변질되는 것을 원했을까? 결국 욕망으로 뭉쳐진 나폴레온은 두 다리로 걷게 되며 포악한 독재자로 변하고 만다. 그리고 여기에 언론의 통제와 시간의 흐름은 민중들을 세뇌시키고 그들을 세상에서 가장 무기력하고 비참한, 그리고 아무 것도 모르는 노예들로 바꿔놓는다.

스탈린을 비판하기 위해 이 소설이 쓰여졌다고 하지만, 놀랍게도 이 소설은 아직도 유효하다. 저 북쪽의 김정일은 또 다른 이름의 나폴레온인 것이다. 부시가 북한을 악의 축이라고 한 말은 김정일과 그 측근들은 악의 축이다 라고 말했다면 오히려 정확했을 것이다. 불쌍한 주민들마저 욕을 얻어 먹게 되는 것은 무엇이란 말인가. 어디서든 가장 무지한 것은 군중이고, 가장 불쌍한 것도 군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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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이야기 홍신사상신서 9
듀란트 / 홍신문화사 / 1991년 9월
평점 :
절판


고등학교 때 윤리 선생님은 원래 교육학과였다가 철학을 배우기 위해 윤리교육 쪽으로 옮겼다고 했다. 이유인즉 철학이 모든 학문의 기본 원리, 그리고 세상에 대한 모든 이치를 다루고 있는 학문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고 했다. 맞는 말이다. 철학은 모든 세상의 원리를 탐구하고 거기에서 진리를 이끌어 내는 학문이다. 이렇게 좋은 학문을 그냥 둘 수 가 있는가? 우리는 당장 철학 책을 집어들고 세상의 이 자명한 진리들에 대해 탐구하기로 하자.

그러나, 지금 소개할 책의 본문 중 칸트 부분에서 한 부분을 약간 바꾸어 말하자면, 단숨에 철학 책을 집어들고 철학을 배우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다. 왜냐하면 철학은 칸트처럼 구름 속에서 이야기 하지만 번개처럼 섬광을 번쩍이는 일은 없기 때문이다. 고등학교 때 윤리 책의 사상부분을 배우며 철학에 흥미를 느꼈던 나는 대학 입학전 기간을 이용하여 한 권의 철학 책을 집어들었었다. 그 책은 니체가 지은 '오 고독이여!' 라는 책이었는데, 범우문고의 니체의 대표적인 산물들을 몇 작품 간추려 놓은 선집이였다. 그러나 120페이지 정도의 분량의 이 작은 책 한 권은 나에게 커다란 절망을 안겨주었다. 내 두 손을 얹고 진실히 말하지만, 나는 이 책에서 한문장도 이해하지 못했던 것이다. 이런 책의 독후감을 나는 뭐라고 썼어야 됐을까?

이후 철학의 대한 흥미는 나에게서 점점 멀어져만 갔다. 다시 철학에 조금의 흥미를 느끼게 된 것은 학기중 수강한 한 강의 때문이었다. 인간과 윤리라는 그 강좌는 대표적인 철학가들의 사상과 거기에서 파생하는 여러 윤리들을 배우는 강의였는데 쉽고 흥미롭게 철학과 윤리를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다. 여기서 내가 지금 소개할 윌 듀란트의 철학이야기라는 책이 소개되어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윌 듀란트의 철학 이야기는 일반인들이 읽고서 쉽게 공감할 수 있도록 철학자들의 사상과 인생관을 대중취향에 맞게 구성하여 설명한 책이다. 작가의 말처럼 이 책은 시들어 빠진 추상성이나 형식성이 아니라, 위대한 철학자들의 생생한 옷을 입고 있는 형태에서 철학의 아름다움과 매력을 찾게 한다. 윌 듀란트는 자신의 철학을 아마튜어 철학이라고 명명했고, 앞에서 밝혔듯이 이 책은 일반인들도 쉽게 읽을 수 있도록 꾸며놓았다. 이 책은 나 처럼 철학에 조금이라도 흥미를 느껴서 직접 탐구하고 싶었던 사람들, 아니 한때라도 진리에 대한 순수한 열정을 가진 사람들에게 철학에 친숙할 수 있도록 해주는 책이다.

이 책의 구성은 철학가들의 일반적 생애, 그들의 사상, 그리고 비판으로 구성되었다. 무엇 보다도 이 책은 단순히 철학가들의 사상을 전적으로 숭배하기도 보다는 장. 단점을 가리고 거기에서 가치를 이끌어 내는 비판을 한다. 철학이 무조건 좋은 것이고 고상하다는 편견을 배제하고 각 철학가의 사상은 나름대로의 장. 단점이 있고, 우리는 여기서 옳은 진리와 가치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듀란트는 주장한다. 아무리 쉽게 써 놓았다고 해도 철학 책은 철학 책이므로 약간의 즐거운 고통은 따른다. 생소한 철학 용어라든가, 가끔은 이리저리 튀는 철학가들의 사상을 따라잡기란 가끔 어렵기도 하다.

윌 듀란트는 철학가들을 그 신성한 판테온의 자리에서 이끌어 내어 우리와 같은 인간의 위치로 낮춘다. 여기에서 철학가들은 우리와 같은 인간이고 그들의 사상 또한 그들의 생활의 반영이다. 듀란트는 철학이 우리와 동떨어진 고상한 사람만이 즐기는 것이 아니고, 철학가들이 그러한 것처럼 우리 일상생활에서 진리를 탐구하는 학문이라 한다. 철학은 단지 철학이 아니라, 인간의 철학이고 인간의 '철학함'이다. 이 책이 미국의 실용주의 사상가 듀이에 관한 부분으로 끝나는 것은 결코 우연은 아니라 말할 수 있다.

이 책을 읽고 철학의 많은 것을 알았다고 자부할 수 없지만, 그대로 난 철학을 배우는데 있어서 어느 정도의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 조금이라도 철학에 흥미를 느껴 철학을 직접 배우고 싶은 사람에게 권하는 책이다. 자, 이제 나에게 철학은 시작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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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아프리카 1
박희정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199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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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벌써 8년이나 되었다. 내가 호텔 아프리카를 처음 보았을 때는 중2 때였고 감수성이 예민하던 한 소년이 읽기에는 이 만화가 좀 진지했다. 다시 이 만화책을 접어들었을 때는 재작년 때였고, 그때는 이미 소년의 감수성이 무척 메말라 버린 때였다. 그리고 이번에 다시 집어들었다. 벌써 22살이라는 나이에, 다른 친구들이 보면 비웃었을, 순정 만화라고 딱지 붙은 이 만화책을 펴들며 다시 한번 옛날의 열정에 휩싸인다.

호텔아프리카는 복잡한 옴니버스이다. 과거와 현재가 교차되고 이야기가 반드시 보통의 서사형식을 따르는 것도 아니다. 어느 부분에서는 오히려 만화라기 보다는 시고, 차라리 풍경화이기도 하다. 그런데 나는 호텔 아프리카를 한마디로 정의하라고 하면 일종의 서정시라고 부르고 싶다. 그래 이것은 오히려 따뜻한 시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의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을 노래하는 이것은 시다. 여기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각각의 고민을 안고가는 고독한 사람들이다. 그것은 가끔 사랑의 문제이기도 하고(여기에서 나오는 수많은 사랑들 에드가 못 잊어하는 죽은 동성의 애인 이안, 에드를 좋아하는 쥴라이, 호텔 아프리카의 여주인인 주인공 엘비스의 엄마인 에드리안과 묘한 인디언 숙박객 지요와의 사랑, 그리고 엘비스의 기억속에 나오는 수많은 사랑들), 그리고 어떤 때는 개개인이 부딪히는 사회와의 갈등이기도 하다. 작가는 이 인물들의 갈등과 고뇌를 차분히 바라본다. 그것은 성급하지도 않고, 너무 안이하지도 않은 조용한 관조이다. 이 작품의 부제인 꿈을 찾는 물빛 사람들의 이야기란 말처럼 이 만화의 시선도 따뜻하고 투명한 물빛 같다.

이런 고민에 휩싸인 여러 인물들은 각각 그 문제를 나름대로 대처 해결해 나간다. 그리고 대부분의 많은 방식들은 그들은 과거에서 찾는다. 이 이야기의 반을 차지하는 호텔아프리카도 엘비스의 마음속에 자리잡은 과거이고, 쥴라이도 그녀의 유모인 나오미와의 추억, 에드처럼 죽어버린 첫사랑에 대한 기억처럼. 혹자는 이 작품이 그래서 지나치게 과거에 집착하거나, 현실 도피적이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호텔아프리카의 과거는 그런 부정적인 것이 아니라 오히려 밝고 희망찬 것이다.

여기에서 과거는 따뜻하고 행복했던 우리의 시절들로 우리의 고달픈 현재에 힘을 실어주는 존재이다. 이런 각각의 개인이 가지고 있는 행복했던 기억들로 우리는 현재의 힘든 현실의 나름대로 대처 방법을 마련해 나간다. 나는 이 만화가 계속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를 떠오르게 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 소설처럼 이 만화도 우리의 가장 소중했던 시절들을 상기시킨다. 분명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왜 계속 그리워지는 것은 왜 일까? 오늘 더더욱 내 마음속의 호텔 아프리카가 더욱 더 가보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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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탐정들 - 걸작추리소설모음 1
코넬 울릿치 외 지음 / 동아출판사(두산) / 199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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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틴 H그린버그와 빌 프론지니가 공동 편집한 리더스 다이제스트 추리소설 선집 시리즈, 그중에서 제 1권 여탐정들을 읽게 되었다. 이 선집의 특징은 주로 훌륭한 작품들인데도 불구하고 너무 길어서 단편집에는 싣을 수가 없었던 중편들을 모아 주제별로 엮은 것이다. 이렇게 해서 이 시리즈는 여탐정들, 경찰 이야기, 잠겨진 방(밀실 미스터리), 영국 탐정들이란 제목으로 나오게되었다. 그중 제1권을 독특하게 여탐정들이라고, 여성들이 주인공 탐정으로 나오는 중편 4편이 수록되어있다. 남성위주의 추리문학에서 남성 편집자가 여성들에게 바치는 심심한 사과인가?

여기에서는 정말 여러 다양한 모습을 지닌 여성들의 모습을 보게된다. 전형적인 영국인 노처녀의 모습도 보이고(죽음의 장신구), 조용한 직업여성을 한 작가(점박이 개), 고지식한 지식 여성(단서가 된 책), 정력적인 활동여성(실의에 빠진 사람들). 모두가 세상에서 다양한 위치와 직업을 이루고 살아가는 여성들의 모습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다양한 여성들의 삶이 열거되었을 뿐이지, 그들의 진솔하고 깊은 내면을 파고 들어간 작품은 없는 것 같다. 대부분의 작품이 지나치게 과거 전형화된 어떤 모습들에 기대거나, 그들의 삶보다는 그들이 연루된 사건에 치중해 있기 때문이다.

재미있게도 여기에 수록된 작품 순서들이 마치 여성들이 변화해온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이 보이기도 한다. 고지식하고 조용한 노처녀의 모습은 전통적인 역할이 기대된 여성의 모습이고(죽음의 장신구), 후에 약간의 사회적 지위를 지니고 있지만 여전히 침묵하게 강요되는 위치에 놓인(점박이 개와 단서가 된 책)에서 어느 정도 독립적인 위치에 서게된(실의에 빠진 사람들) 모습까지. 그들이 사회적으로 어떤 위치에 있어 왔는가를 이러한 모습에서 생각해 볼 수 있다.

여기에 묘사된 주인공들은 어떤 전형을 따르고 있는 편이다. 죽음의 장신구의 여 주인공은 전형적인 미스마플류의 모습이고, 점박이 개이 수잔데어는 추리작가 제시카 플레처의 유형, 단서가 된 책은 옥신각신하는 주인공 남성 탐정과 그의 애인(비록 애인의 역할이 더 커졌다 할 지라도.), 마샤 뮬러의 샬리 맥콘은 여성 하드보일드의 명탐정 유형(킨제이 밀혼이나, VI워쇼스키 같은. 그리고 샬리 맥콘은 실제로 그 유형의 대표인물!!).

이러한 작품들 중에서 가장 현대적인 미덕을 지니고 있는 것은 역시 마지막 수록 작품인 실의에 빠진 사람들이다. 트릭 위주의 경향에서 탈피하여 인간관계의 묘사에 치중한 이 작품은 현대 추리소설의 대표적 조류를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내고 있다. 주인공 샬리 맥콘 또한 폭력적인 사회에 경솔하게 폭력으로 맞대응 하는 급진적인 과격파의 여성도 아니고, 예전처럼 오로지 침묵과 신중함으로 일관한 소극적인 여성성도 아니다. 그녀는 독립된 자아로서 사회에 존재하고자 하는 현대 여성의 욕구를 가장 잘 드러내 보이는 인물이다.

이렇게 맛보기로 다양한 여탐정들을 만난 기쁜 독자라면, 좀 더 깊숙이 파고들어간 작품들에서 진솔한 그들의 모습과 조우하도록 하자. 개인적으로 추천하는 작품은 P.D제임스의 여자에게 맞지 않는 직업과 미넷 월터즈의 아이스 하우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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