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 이야기 홍신사상신서 9
듀란트 / 홍신문화사 / 1991년 9월
평점 :
절판


고등학교 때 윤리 선생님은 원래 교육학과였다가 철학을 배우기 위해 윤리교육 쪽으로 옮겼다고 했다. 이유인즉 철학이 모든 학문의 기본 원리, 그리고 세상에 대한 모든 이치를 다루고 있는 학문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고 했다. 맞는 말이다. 철학은 모든 세상의 원리를 탐구하고 거기에서 진리를 이끌어 내는 학문이다. 이렇게 좋은 학문을 그냥 둘 수 가 있는가? 우리는 당장 철학 책을 집어들고 세상의 이 자명한 진리들에 대해 탐구하기로 하자.

그러나, 지금 소개할 책의 본문 중 칸트 부분에서 한 부분을 약간 바꾸어 말하자면, 단숨에 철학 책을 집어들고 철학을 배우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다. 왜냐하면 철학은 칸트처럼 구름 속에서 이야기 하지만 번개처럼 섬광을 번쩍이는 일은 없기 때문이다. 고등학교 때 윤리 책의 사상부분을 배우며 철학에 흥미를 느꼈던 나는 대학 입학전 기간을 이용하여 한 권의 철학 책을 집어들었었다. 그 책은 니체가 지은 '오 고독이여!' 라는 책이었는데, 범우문고의 니체의 대표적인 산물들을 몇 작품 간추려 놓은 선집이였다. 그러나 120페이지 정도의 분량의 이 작은 책 한 권은 나에게 커다란 절망을 안겨주었다. 내 두 손을 얹고 진실히 말하지만, 나는 이 책에서 한문장도 이해하지 못했던 것이다. 이런 책의 독후감을 나는 뭐라고 썼어야 됐을까?

이후 철학의 대한 흥미는 나에게서 점점 멀어져만 갔다. 다시 철학에 조금의 흥미를 느끼게 된 것은 학기중 수강한 한 강의 때문이었다. 인간과 윤리라는 그 강좌는 대표적인 철학가들의 사상과 거기에서 파생하는 여러 윤리들을 배우는 강의였는데 쉽고 흥미롭게 철학과 윤리를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다. 여기서 내가 지금 소개할 윌 듀란트의 철학이야기라는 책이 소개되어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윌 듀란트의 철학 이야기는 일반인들이 읽고서 쉽게 공감할 수 있도록 철학자들의 사상과 인생관을 대중취향에 맞게 구성하여 설명한 책이다. 작가의 말처럼 이 책은 시들어 빠진 추상성이나 형식성이 아니라, 위대한 철학자들의 생생한 옷을 입고 있는 형태에서 철학의 아름다움과 매력을 찾게 한다. 윌 듀란트는 자신의 철학을 아마튜어 철학이라고 명명했고, 앞에서 밝혔듯이 이 책은 일반인들도 쉽게 읽을 수 있도록 꾸며놓았다. 이 책은 나 처럼 철학에 조금이라도 흥미를 느껴서 직접 탐구하고 싶었던 사람들, 아니 한때라도 진리에 대한 순수한 열정을 가진 사람들에게 철학에 친숙할 수 있도록 해주는 책이다.

이 책의 구성은 철학가들의 일반적 생애, 그들의 사상, 그리고 비판으로 구성되었다. 무엇 보다도 이 책은 단순히 철학가들의 사상을 전적으로 숭배하기도 보다는 장. 단점을 가리고 거기에서 가치를 이끌어 내는 비판을 한다. 철학이 무조건 좋은 것이고 고상하다는 편견을 배제하고 각 철학가의 사상은 나름대로의 장. 단점이 있고, 우리는 여기서 옳은 진리와 가치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듀란트는 주장한다. 아무리 쉽게 써 놓았다고 해도 철학 책은 철학 책이므로 약간의 즐거운 고통은 따른다. 생소한 철학 용어라든가, 가끔은 이리저리 튀는 철학가들의 사상을 따라잡기란 가끔 어렵기도 하다.

윌 듀란트는 철학가들을 그 신성한 판테온의 자리에서 이끌어 내어 우리와 같은 인간의 위치로 낮춘다. 여기에서 철학가들은 우리와 같은 인간이고 그들의 사상 또한 그들의 생활의 반영이다. 듀란트는 철학이 우리와 동떨어진 고상한 사람만이 즐기는 것이 아니고, 철학가들이 그러한 것처럼 우리 일상생활에서 진리를 탐구하는 학문이라 한다. 철학은 단지 철학이 아니라, 인간의 철학이고 인간의 '철학함'이다. 이 책이 미국의 실용주의 사상가 듀이에 관한 부분으로 끝나는 것은 결코 우연은 아니라 말할 수 있다.

이 책을 읽고 철학의 많은 것을 알았다고 자부할 수 없지만, 그대로 난 철학을 배우는데 있어서 어느 정도의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 조금이라도 철학에 흥미를 느껴 철학을 직접 배우고 싶은 사람에게 권하는 책이다. 자, 이제 나에게 철학은 시작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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