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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ㅣ 비룡소의 그림동화 294
주나이다 지음 / 비룡소 / 2021년 9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환상적인 그림 장면은 미술관에 전시된 작품을 보는 느낌이 드는 그림책. 나의 세계에서 머물지 않고 끊임없이 나아가는 우리 모두의 삶의 길을 응원하는 그림책.
길(Gil)은 붉은 주황색을 주조색으로 한 앞뒤 표지부터 환상적이다. 우주 공간에 떠 있는 듯한 풍경 속 마을에서 길을 나서는 소년과 소녀의 뒷모습이 인상적이다. 앞뒤표지의 그림은 서로 작은 길로 서로 연결되어 있다. 소년과 소녀가 서로 다른 방향으로 길을 나서지만 그 길은 언젠가 만날 것만 같은 좁은 길이 표지 안으로 이어지고 있고 표지를 펼치면 열리는 길을 따라 여행을 하는 느낌이 든다. 표지를 열면 열쇠구멍이 있는 문고리를 만나고 새로운 세상을 향해 문을 열고 나아가는 의미를 나타낸 것 같다. 다음 장에는 방금 전 문을 열고 나온 소년이 고양이와 함께 집을 나와 가야할 길을 향해 뒷 모습만 보인채로 서 있다. 소년의 뒷모습에서 모험을 떠나는 듯한 용기와 의지가 보이는 것 같다. 짙은 초록의 숲 사이로 난 길고 먼 길을 당당한 모습으로 걸어가는 소년은 커다란 바람개비가 있는 동네, 기관차 모양의 마을, 책모형으로 만들어진 마을, 나무 위에 지어진 마을, 굽이쳐 흐르는 폭포와 물 위에 지어진 마을, 흰 눈이 내리는 설산의 마을, 우주 정거장처럼 보이는 마을, 하얀 커튼이 바람에 날리는 커다란 성을 여행한다. 뒷표지에 있는 소녀의 길은 뒷표지부터 시작해서 마을을 떠나 더 멀고 넓은 세상으로 걸어와 놀이공원, 나무뿌리 아래 지어진 마을, 유령들의 마을, 피아노와 여러 악기들로 만들어진 마을, 바닷속 수중 도시, 다양한 조명이 켜진 밤의 마을, 소년이 지나온 하얀 거튼이 바람에 날리는 마을을 여행하고. 고양이와 동행한 소년과 강아지와 동행한 소녀는 마침내 책 한가운데 앞 뒤표지를 배경으로 한 커다란 성으로 만들어진 마을에서 만난다.
처음 그림책을 펼쳤을 때는 보이지 않던 그림들이 2~3차례 읽으니 장면마다 숨어있는 그림들이 보였다. 처음 만난 마을에서는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일상의 풍경들이었는데 점점 더 멀고 넓은 상상의 세계을 여행하는 것 같이 확장된 그림들로 구성되어 있다. 소년과 소녀가 서로 다른 꿈과 여정을 걷지만 언젠가는 그들이 걷는 어느 길에서 만난다는, 길은 서로 통한다는 의미가 아닐까. 우리모두가 걷는 각자의 길에서 만나는 자연과 책, 우주와 물, 바람, 놀이, 음악과 만나는 길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 언젠가는 그 길에서 우리는 만난다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