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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 스몰린의 시간의 물리학 - 실재하는 시간을 찾아 떠나는 물리학의 모험
리 스몰린 지음, 강형구 옮김 / 김영사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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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라는 요소를 다루는 만큼 인문학적으로도 영감을 받을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은 우리가 알고 있던 평범한 시간의 개념을 인식에서부터 파괴시킨다. 생각해 보면, 지구 바깥을 조금이라도 둘러보기만 해도 이미 우리가 알던  ‘과거’, ‘현재’, ‘미래’의 의미가 불분명해진다. 우리로부터 30만km에서 벗어난 모든 것들은 우리의 관측 시점에서 이미 과거이기 때문이다. 즉, 우리가 현재라고 느끼는 시점은 진정한 현재가 아니며, 우주라는 현상계 내에서 이미 과거와 현재는 절대적인 것이 아닌 관측자의 관측에 따른 상대적인 것이다. 책에서는 아예 우주는 그저 순간들로 이루어진 광대한 집합체일 뿐이며, 그 중 일부의 순간을 우리와 같은 존재가 경험하는 것일 뿐이라고까지 한다.  


읽으면서 그 유명한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랑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의 실재성을 설명하기 위해 빛의 파동과 에너지의 변화를 나타내는 여러 그래프와 법칙들을 동원하면서도, 이러한 이론물리학을 통해 도출해 내는 결론은 한 개인이 관측자로서 우주를 파악하고  때로는 우주적 차원에서 단선적이지 않을 수도 있는 시간을 지각하게 함으로써 충분히 철학적이다. 


(이 서평은 김영사 서포터즈 활동의 일환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그 어떤 것도 끝나지 않는다. 왜냐하면 애초에 시작된 것이 없기 때문이다.(…) 점점 닳아 없어지는 시간의 흐름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시간의 흐름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오직 삶의 순간들만이 항상 존재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 P1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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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데믹 빅체인지 7 - 미래학자 최윤식의 팬데믹 이후 미래 시나리오
최윤식 지음 / 김영사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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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는 2020년 초에 확산하여 전세계를 팬데믹에 몰아넣었다대부분의 사회활동이 비대면으로 전환되고 전과 같은 사적 만남이 꺼려지는 상황에서 막연하게 언젠가 도래할 것만 같은 미래는 갑작스레 현실로 다가왔다주식시장과 코인이 갑자기 활성화된 것도메타버스가 등장한 것도클래스101 등 무언가 배울 수 있는 플랫폼이 갑자기 활성화되고 에듀테크 개념이 생겨난 것도 전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에 일어난 일들이다이 책 <엔데믹 빅체인지7>는 팬데믹을 넘어 엔데믹을 향하는 관문에서 우리에게 현재 일어난 일은 무엇인지원인이 무엇인지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 파악하게 해주고 판단의 기회를 제공한다.

 

앞서 언급한 사례와 같은 변화는 책의 표현에 따르면 변혁의 전조다단순히 특정 몇 분야의 문제점을 개선하는 수준이 아니라 아예 새로운 기준점과 패러다임이 필요하다는 뜻이다전 세계 곳곳에서 환경경제정치사회 등 여러 영역에서 크고 작은 단기적 사건이 누적되면 전 지구적이고 장기적인 큰 사건의 초래에 영향을 미친다코로나19는 그 서막이며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과 스태그플레이션도 그 연장선상이다.

 

미국과 중국을 양대산맥으로 한 국제정세는 점점 그 한계를 드러내고 있고 인플레이션은 단기적 대응의 누적으로 인해 장기적인 관점에 있어서는 최악의 경기침체 시나리오가 진행될 위기에 놓였다이 뿐만이 아니다미국이나 한국뿐만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사회적 갈등은 점점 확산되고 있으며 작가는 이런 상황이 여러 번장기간에 걸쳐서 계속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미래에 대한 무의미성공에 대한 무의미 등이 쌓이면자기 자신을 물리적으로 고립시키지 않는 대신 현재와 자기 자신에게만 모든 에너지를 쏟는다생활을 단순하게 만들어버린다.(234)

 

변혁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이제 막 그 전조를 맞은 이 시점에서 현재 우리가 겪는 여러 갈등과 전례 없는 변동은 역사 이래로 수차례 있어온 지난 변혁보다도 파급력이 크고 장기적인 과정이 될 것이다누군가는 이에 적응해서 새로운 트렌드의 흐름을 타고다른 누군가는 매일같이 불어나는 갈등과 혼란에 부대끼며 산다.

 

나도 마찬가지지만 ‘MZ세대로 불리는 그 구성원들에게 가서 본인이 MZ세대라고 생각하냐고 물어보면 대부분은 잘 모르겠다고 한다팬데믹을 지나 엔데믹을 가는 이 시점에서 우리는 어떤 방향으로도 묶이기도 하고다른 방향에서는 전혀 별개의 존재이기도 하다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어떤 위치인지 파악하기는 어려워도이 책에서는 적어도 현재와 미래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생각해 볼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서평은 김영사 서포터즈 활동의 일환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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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트랩 - 당신을 속이고, 유혹하고, 중독시키는 디자인의 비밀
윤재영 지음 / 김영사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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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하의 계정을 영구적으로 삭제해달라는 요청을 받았습니다. 따라서 계정이 비활성화되었으며, 14일 후 영구적으로 삭제될 예정입니다. 혹시나 마음을 바꾸시거나 단순히 호기심에 눌러본 거라면 Discord에 로그인해서 이 요청을 취소해 주세요.’

 

디스코드에서 내 계정을 삭제하려 하면 비활성화 상태로 2주간 보관한 뒤 그 동안의 재접속 기록이 없으면 그제야 계정이 삭제된다. 이 때 등록했던 이메일 주소로 이런 메일이 오는데, 밑에 있는 로그인버튼을 누르면 디스코드 계정에 재접속이 되고 삭제 요청은 취소된다. 이 때 계정을 유지하고 싶으면 로그인 버튼을 누르면 되지만, 정말로 계정을 삭제하려면 꾹 참고 2주일을 기다려야 한다. 재접속을 하지 않기로 마음을 굳게 다잡아서 2주가 지나도록 재접속 욕구가 다시 생기지 않으면 다행이지만, 혹시나 날짜를 까먹어서, 또는 궁금함을 못 참아서 재접속을 해버린다면 다시 계정삭제 요청을 넣고 또 다시 2주를 기다려야 한다. 계정 유지는 쉽지만 계정 삭제는 어려운 디스코드의 계정관리정책. 이용자를 일부러 불편하게 만드는디자인 트랩이다. 책 속에는 보다 극단적이고 직접적인 사례들이 나와 있어서 나라도 거부감이 들 것이지만 우리는 이미 이런 수준의 불편함 정도는 크게 신경쓰지 않고 넘어가게 된다.

 

디자인 트랩은 결국 윤리와 신뢰의 문제이다. 상업적 이득이라는 목적이 분명한 이상 디자이너들은 디자인 윤리를 철저하게 지켜야 사용자들의 신용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일단 이 책을 읽으면 우리는 어플이나 여러 포털사이트 등의 ux/ui 디자인에서 눈속임을 인지하는 법을 알 수 있다. 트랩의 기만을 예방하고 손해를 줄이는 것은 무엇보다도 이런 사례들을 발견하는 데서부터 시작할 수 있다.

 

우리가 실생활 속에서 디자인 트랩을 발견한다 하더라도 서비스 주체에 의견을 전달하는 것이 최선일 뿐 결국에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주체가 윤리의식을 갖고 움직여야 하는 일이다. 디자인의 설계에 따라 한 순간 함정에 빠져서 돌이킬 수 없는 막대한 손해를 볼 경우에 그것이 온전하게 소비자 개인의 문제일까? 디자인은 이제 불특정 다수의 행동에 영향을 끼치는 중요한 요소인 만큼 공적 이로움도 추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 서평은 김영사 서포터즈 활동의 일환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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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적 독자 시점 Part 1 06 전지적 독자 시점 1
싱숑 지음 / 비채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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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김영사 서포터즈 자격으로 김영사의 임프린트 브랜드인 비채 도서를 받아볼 기회가 있어 평소에 갖고 싶었던 <전지적 독자 시점>단행본을 신청했다. 

 

8권 중 꼭 소장하고 싶었던 에피소드와 부담스럽지 않은(유중혁이 째려보는 3권이나 김독자가 이빨 쑤셔지는 7권이 아닌...) 표지를 골라 2권을 신청했다. 그 중에 하나는 주무대인 '피스랜드'의 설정이 인상깊었던 6권이다.

 

*전독시 전체 내용에 대해 다루고 있으며 약한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 소설의 대주제는 말 그대로 ‘이야기에 대한 이야기’이다.
작가, 등장인물, 독자 세 명의 주인공이 전체 내용의 중심축을 이뤄 형성하는 ‘이야기의 생산과 전개와 수용의 메커니즘’은 어느 한 방향으로 일관되게 흐르지 않으며, 메커니즘의 모든 요소가 다른 두 요소에 서로 영향을 주기도 하고 받기도 한다.
‘이야기가 있었기에 쓸 수 있었으며, 쓸 수 있었기에 읽을 수 있었으며, 다시 읽을 수 있었기에 이야기가 있을 수 있었다.’
이 견고한 세 연결고리가 <전지적 독자 시점>전체 내용을 관통하는 키워드이자 실존주의, 인식론, 우로보로스를 전부 설명하는 관계이다.
우로보로스란, 평면적으로는 신화나 연금술에 등장하는 자신의 꼬리를 문 뱀 혹은 용의 형상을 한 괴물을 뜻하지만 이면적으로는 영원히 순환하는 무한이나 원인과 결과가 불분명한 현상 등 그 의미가 다양하다.
읽음으로써 존재하는 세계, 이야기, 책을 덮고 난 뒤에도 책 속의 이야기는 흐르는가. 어린 시절 읽었던 동화책의 끝에서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하며 덮은 뒤에 ‘드디어 다 읽었다’라는 뿌듯함과 동시에 그동안 함께 이야기를 걸어오던 책 속 인물들이 읽던 자신만 남겨둔 채 자기들만의 세계로 들어가 사라졌다는 아쉬움은 어떻게 보면 자연스러운 것이다. 이야기의 끝을 받아들여야 하지만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마음은 결국 읽음으로써 이어지는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이제 이 이야기에는 보탤 것이 없었다. 마침내 하나의 이야기가 한 명의 작가에게서 완전히 독립했다.(...)세계가 완성되는 순간, 작가는 창조주의 직위에서 내려와야 한다. 나는 문득 궁금해졌다. 그렇다면 끝이 난 이야기는 어디로 가게 되는가."
-6권 Ep26. 205~6p

작가와 이야기의 관계, 과연 작가는 온전하게 자기가 창조한 이야기를 지배할 수 있을까. 게임이든 소설이든 캐릭터를 만들 때에는 흔히 떠올릴 수 있는 성격이나 외모 이외에도 말투, 손버릇, 여가활동처럼 사소한 요소들도 하나하나 설정해서 마치 실제로 어디엔가 존재할 것 같이 만들어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 확실히, 그런 치밀한 설정의 등장인물이라면 작가는 배경과 사건만 만들어 주면 되는 것이다.
그 이후의 전개는 작가가 만든 무대에서 각 인물들이 스스로 만들어나갈 것이며 작가는 결국 그들이 만들어나가는 이야기를 지켜보는 관찰자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외에도 작가 싱숑의 철학적인 질문은 대주제와는 별개로 예상하지 못한 부분에서 드물지 않게 등장한다.

중학교 때 독서기록장에 <룬의아이들>을 써냈던 기억이 떠올라 즐겁게 썼다. 한창 집중해서 완독한 지는 꽤 시간이 흘러서 처음 읽었을 때의 충격은 한 층 가셨지만 여전히 전독시에 대해 즐겁게 떠들 수 있는 기회가 되어 즐거운 미션이었다.

(이 서평은 김영사 서포터즈 활동의 일환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이제 이 이야기에는 보탤 것이 없었다. 마침내 하나의 이야기가 한 명의 작가에게서 완전히 독립했다.(...)세계가 완성되는 순간, 작가는 창조주의 직위에서 내려와야 한다. 나는 문득 궁금해졌다. 그렇다면 끝이 난 이야기는 어디로 가게 되는가. - P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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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적 독자 시점 Part 1 05 전지적 독자 시점 1
싱숑 지음 / 비채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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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김영사 서포터즈 자격으로 김영사의 임프린트 브랜드인 비채 도서를 받아볼 기회가 있어 평소에 갖고 싶었던 <전지적 독자 시점>단행본을 신청했다. 

8권 중 꼭 소장하고 싶었던 에피소드와 부담스럽지 않은(유중혁이 째려보는 3권이나 김독자가 이빨 쑤셔지는 7권이 아닌...) 표지를 골라 2권을 신청했다. 그 중에 하나가 '범람의 재앙'에피소드가 나오는 이 5권이다.

 

*권별 내용과 관계없이 전독시 전체 내용을 다룹니다*

 

 

이 현대 판타지 소설은 ‘하나의 이야기를 지켜보는 하나의 시선에 대한 모든 이야기’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아직 단행본으로는 1부만 나왔지만, 아직까지 출간된 것은 전체 분량의 약 34%에 달하는 장편소설로, 원래는 총 551화에 달하는 5부작 장편소설이다.

그 기나긴 서사 안에서 작가는 김독자가 추구하는 결말을 굵고 길게 밀고 나아가기 위해 몇 겹의 장치를 깔아놓고 치밀하게 쌓아올린다. 그 와중에도 주변인물 및 비교적 다뤄지기 힘든 변두리 인물들의 이야기도 충실하게 풀어나간다. 또한 그렇게 축적된 이야기들은 어느 배경과 어느 시점에서 절묘하게 맞물려 강력한 희망을 불러일으키기도 하고 끝없는 절망으로 빠뜨리기도 한다.

 

“나는 처음으로 [전지적 독자 시점]이, 어쩌면 ‘전지’가 아닐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Ep21. 186p

 

당장 5권의 내용만 봐도 알 수 있겠지만 어떤 완전한 한 서사의 텍스트를 읽는다고 해서 그 서사를 온전히 이해한 것이라고 할 수 있을까? 문장 하나하나, 행간 사이에 차마 독자에게 전달되지 못한 인물들의 이야기는 영영 길을 잃을 수밖에 없는 것일까.

주인공 김독자 역시 마찬가지다. 자신이 기존에 알고 있던 정보를 토대로 자신이 도달하고 싶었던 멸살법의 결말에 다가가기 위해 죽을 운명의 인물도 살려 보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시나리오를 헤쳐 나가지만 그가 원하는 대로만 흘러가지는 않는다. 아니, 결말만이 대수가 아닐지도 모를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독자는 결말을 향해 나아간다. 이야기의 유일한 시선인 동시에 이야기를 가장 사랑하는 시선이니까.

 

한 세계를 창조하고 다른 세계를 수용하는 모든 위치의 사람들이 한 번쯤 읽어보았으면 하는 책.

 

-6권 리뷰로 이어집니다.

 

(이 서평은 김영사 서포터즈 활동의 일환으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나는 처음으로 [전지적 독자 시점]이, 어쩌면 ‘전지’가 아닐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 P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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