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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교과서 한국을 말하다
이길상 지음 / 푸른숲 / 2009년 2월
평점 :
품절
일본의 왜곡된 역사 교과서 채택 움직임과 중국의 '동북공정' 시도 등 주변 국가들의 우리 역사를
왜곡하려는 움직임이 계속하여 나타나고 있다. 왜곡은 아니지만 현재 우리의 모습과는 틀린 서술
이 실린 다른 나라의 교과서의 사례가 간간히 기사화되곤 해 많은 사람들의 분노를 불러 일으켰
다. 이런 사태가 일어날때 마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니, 대응 논리 개발에 힘을 쏟아
야 한다는 목소리가 범람하나 얼마 안지나서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이 사그러드는 모습이 되
풀이 되었다. 한편으로는 언론에 나타난 내용만이 사건의 진상을 완전히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지 의문이 드는것도 사실이다. 이길상 교수가 쓴 <세계의 교과서, 한국을 말하다>는 이러한 분위
기에 대한 이해를 돕고 이를 타개해야할 우리의 자세를 제시한 책이다.
이 책은 미국, 중국, 일본 등 주요국가와 유럽, 남미, 아시아 등지의 여러국가의 교과서에 서술된
한국의 역사와 현재 모습을 얼마나 적합하게 나타냈는지를 분석한다. 40여 개국의 500여 종의 교
과서를 살펴봤다니 '세계의 교과서 한국을 말하다'라는 타이틀은 일견 타당하다. 하지만 책의 절
반은 미국, 중국, 일본의 교과서를 분석하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고 나머지 반이 나머지 수십여개
의 교과서를 분석한 내용으로 구성되 있다는 점에서 특정 국가에만 편향되었다는 인상을 받을 수
도 있다. 하지만 이는 저자가 의도적으로 분량을 편파적으로 조정한 것이라기보다는 미, 중, 일 외
의 국가는 한국에 대해 무관심해 자연스래 다룰 내용이 매우 적기 때문에 나온 것으로 보는게 타
당하다. 분석 외에도 저자가 자료 수집과 오류와 왜곡을 정정하기 위해 타국을 방문할 때 격었던
에피소드가 간간히 실려 있어 책의 주제의식을 강화하는데 기여한다.
책을 살펴보면 일본의 일부 우익세력과 중국의 '동북공정' 연구자의 관점이 반영된 교과서를 제외
하면 교과서의 한국을 다룬 내용의 문제점은 의도적인 왜곡이라기 보다는 잘 모르기 때문에 기인
한 오류가 대다수라는 것을 알고 있다. 사실 더 근본적인 것은 많은 국가들이 우리에 대해 별 관심
이 없고 관심을 가지려 해도 이해를 도울 자료와 연구성과의 축적이 부족해 한국의 서술 자체가
양이 적다는 것이다. 오죽하면 '이 나라의 교과서에는 왜곡된 부분이 드물다. 한국을 다룬 내용 자
체가 매우 적기 때문이다'라는 저자의 말이 군데 군데 목격될까. 많은 타국의 교과서들이 공통적
으로 한국에 대해 서술한 부분은 잘 알려진대로 '한국전쟁'이다. 그것도 냉전이라는 현대세계사
의 흐름의 한 사건으로서 소개될 뿐 전쟁으로 인한 우리의 고통은 기술되 있지 않다. 또한 최
근 '발전된 자본주의 국가 한국'이라는 서술도 최근 들어 해외 교과서에 소개되고 있다. 하지만 일
부 국가의 교과서에서는 이를 북한으로 혼동하기도 하는 등 일관되지 못한 서술이 나오며 중요한
것은 이는 국제적인 언론매체와 통계자료를 통해 쉽게 접할 수 있는 내용이라는 점이다. 대부분
의 해외 교과서에서 공통적으로 서술되고 오류가 적은 부분은 이 둘 정도고 나머지는 오류 투성
이로 서술되거나 아예 언급이 없다.
저자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해외에 널리 알릴 한국학의 기반 강화와 우리 자신도 타국에 대한 관
심을 가짐으로 상호이해를 일구어 나가야 한다고 말한다. 조용할 때에는 미국 교과서의 우리에게
불리한 독도 표기현황을 정리한 저자의 보고서에 철저히 무관심으로 일관하면서 일본이 교과서
에 독도 영유권이 자신들에게 있다는 내용을 수록하기도 결정할 때는 앞장서서 흥분하는 언론의
한심한 작태와 검정교과서제를 운영하기 때문에 중국의 '동북공정' 움직임에 대해선 정부보다는
각개 출판사에 시정요구를 하는것이 현명하고 적합함에도 무작정 정부 차원의 시정을 요구하는
전략적이지 못한 행위를 매번 되풀이 하는 것 보다는 각국의 한국학 연구를 활성화하도록 지원하
고 교과서를 내놓은 출판사에 객관적으로 입증된 자료를 제공하면서 동시에 그 들의 모습을 우리
도 정확하고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등 조용하면서도 꾸준한 노력을 기울어야 한다는
게 저자의 해법이다. 당연한 원론적인 이야기이지만 단발적인 기사를 통해 분노만 할뿐 체계적인
전략 구축도, 제대로된 실상 파악도, 우리는 과연 타국에 대해 제대로 서술한 교과서를 가지고 있
는지에 대한 의문도 가지지 못한 우리들에게 큰 깨우침을 주는 말이다. 사실 우리도 얼마 전 까지
모 블로거가 연재한 내용대로(http://nestofpnix.egloos.com/tag/교과서의오류) 타국의 역사를
서술하는데 오류가 없다고는 말할 수 없으며 일부에선 '다른 나라도 왜곡하는데 우리라고 왜 못하
는가' 라는 주장이 나오는게 현실이다. 파라과이와 칠레 같은 국가의 교과서에 왜 우리에 대한 서
술이 부족하느냐고 묻기 전에 우리의 교과서에 그들에 대해 얼마나 서술되어 있는지를 살펴봐야
할것이다. 본인은 중학 6차교육과정 사회 교과서 단원으로만 세계지리를 접해 현 상황은 잘 모르
지만 변한게 없다면 우리도 대륙별로 통합하여 기술하기 보다는 각각의 나라의 모습을 서술하는
방향으로 나가는게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단 미국 파트 6장의 한글을 언어라고 표기하는 부분이 발견되는 점과 모아이가 있는 칠레의 섬을
이스터 섬이 아닌 아이티 섬으로 표기한 오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렇지만 여러 국가들의 수많
은 교과서를 분석한 저자의 노력과 단순한 민족주의적 사고에만 빠진게 아닌 우리의 자세에 대한
반성과 나아갈 방향 제시까지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좋은 책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