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낭만과 모험의 고고학 여행
스티븐 버트먼 지음, 김석희 옮김 / 루비박스 / 2008년 5월
평점 :
절판
낭만과 모험의 고고학 여행이라는 책 제목대로 고고학은 분명 매력적인 학문이다. 사실 정확히 말
하자면 고고학에 매력을 느낀다는것은 학문 자체 보다는 그 결과물로 나오는 오래전에 살다 스러
져간 선조들의 삶을 엿볼 수 있는 유적과 유물을 통해서다. 이 책도 고고학의 이론과 그 방법론
을 다루지 않고 투탕카멘의 무덤, 트로이, 진시황릉,이스터섬의 모아이등 고고학을 통해 현대인
과 만나게된 과거인들의 흔적 26가지를 소개하고 있다.
책은 선사시대의 벽화로 시작되 4대문명, 고대 그리스와 로마. 아더 왕과 서턴후의 보물로 대표되
는 고대 영국, 마야와 아즈텍 그리고 잉카 라는 토착 중남미 문명으로 이어지고 영국의 첫 북미 정
착지인 제임스타운으로 끝울 맺는다.( 400년 전에 건설된 다른 주제에서 다룬 문명에 비해 훨씬
어린 제임스타운도 발굴의 대상이 되 당시 영국인이나 인디언들이 쓰던 물품이 출토된다는 사실
은 조금 놀라웠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진 막연히 원형이 잘 보존되어 있을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
일것이다.) 여기서 크게 아쉬운 점은 아시아 쪽의 고고학 성과에 대한 할애가 크게 부족하다는 것
이다. 26개의 주제 중에서 동아시아,남아시아,중앙아시아 쪽의 것은 인더스 문명, 진시황릉등 단
두가지 뿐이다. 앙코르 와트나 고대 실크로드 오아시스 도시 등 아시아 권에도 매력적인 고고학
성과물들이 많은데 이에 대한 서술이 부족한 건 안타깝다.
과거인들의 삶의 흔적에 막 관심을 가진 입문자에게 어울리는 책이다. 각 주제에 대해 좀 더 자세
한 지식을 얻고 싶은 사람은 다른 책을 찾아봐야 할것이다. 딱딱한 서술과 전문용어의 나열로 이
제 막 생긴 고고학에 대한 입문자의 관심을 사그라들게 히지 않기 위해 저자는 나름대로의 장치
를 고안해냈다. 발굴된 유적과 유물, 그리고 현장에서 발견된 고대 문명인의 유골에서 영감을 얻
어 그 유골의 주인이 살아있을 당시 유적 속에서 유물과 관련된 상황을 상상해 보는 것이다. 우르
의 왕묘 발굴 현장에서 발견된 순장된 여인의 유골에서 머리에 장식하지 않은 리본이 발견된 것
에 영감을 얻어 유골의 주인공이 왕의 장례식에 늦어 머리에 리본을 장식할 여유가 없을 정도로
바쁜 상황을 수메르문명을 다룬 챕터의 도입부에 서술한게 그 한 예다.
과거 문명의 흔적이 활기찬 생명을 가졌을 때를 직접 보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하지만 이는 외부자
로서 일정기간 동안 여행을 해보고 싶다는 것이지, 그 문명의 한 구성원으로서 살아가고 싶은 것
은 아니다. 제임스타운의 초기 정착자로서 추위와 굶주림에 시달리고 진시황릉을 건설하는 한 잡
부로서 고생하거나 심지어는 실제로 존재하는지 의심스러운 신을 기쁘게 하기위해 인신공희의 희
생양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사실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시대도 자본의 원리에 따라 심각한 양극
화 현상과 과열경쟁의 양상를 띄고 있는 걸 생각하면 수천년 뒤의 후세인들도 우리가 몇천년 전
희생된 이름없는 민중들에 대해 느끼는 연민을 우리에게 가지게 될지도 모른다.
한 가지 지적되어야 할 중대한 오류가 있다. 진시황릉 챕터를 보면 조고는 자결했고 야심만만한
호해는 그 보다 더 야심 만만한 조카(아마 자영인듯)에게 살해되었다고 서술되 있는데 이는 명백
한 오류다. 호해는 조고에게 살해당했고 그 뒤에 황제로 옹립된 자영이 조고를 처형한 것이다. 기
초적인 중국사의 사실을 틀렸다는 점은 꽤 유감스럽고 번역측에서도 이에 각주를 달아 이 서술은
잘못된 것으로 사실은 이렇다는 걸 밝혀야 되지 않았을까.